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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감상〗 종남별업(終南別業)

글/ 문사격(文思格)

【정견망】

종남별업(終南別業)

왕유(王維)

중년에 자못 도를 좋아해
만년에 종남산 기슭에 사노라니
흥이 일어 매양 홀로 나서면
상쾌한 일은 다만 혼자만 알뿐
거닐다 물이 다하는 곳에 이르면
앉아서 구름이 이는 때를 바라보네
어쩌다 숲속 노인이라도 만나면
담소하느라 돌아갈 줄 모르네

中歲頗好道,晚家南山陲。
興來每獨往,勝事空自知。
行到水窮處,坐看雲起時。
偶然值林叟,談笑無還期。

【작가소개】

왕유(王維 700~761)는 자가 마힐(摩詰)이며 성당(盛唐)시기 위대한 시인・화가이자 음악가다. 그의 시는 표현이 정미하고 생생하며 참신하면서도 세속을 벗어나 독보적인 일가를 이뤘다. 그는 이흔(李欣), 고적(高適), 잠참(岑參) 등과 함께 ‘왕리고잠(王李高岑)’이라 불리는 변새시(邊塞詩)의 대표인물이다. 또한 맹호연과 함께 ‘왕맹(王孟)’으로 불리는 전원시의 대표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선시(禪詩)’에 있어서는 고금에 독보적이다. 소동파는 그를 가리켜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畫中有詩)”고 평했다.

【자구해석】

시인은 벼슬길의 위험을 간파하고 대략 40세부터 역관역은(亦官亦隱 역주: 몸은 비록 벼슬을 하고 있어 완전히 은퇴하진 않았지만 마음은 속세를 떠나 한적하게 사는 것)하게 살아가면서 채식하고 예불(禮佛)하면서 한마음으로 도를 추구했다. 이 작품은 생활 속에서 느끼는 이런 한가한 정취를 표현한 것으로 예술적인 성취 때문에 후인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별업(別業)은 별장인데 여기서는 남전(藍田) 망천(輞川)에 있는 왕유의 별장을 말한다.

호도(好道):여기서 말하는 도(道)는 수불(修佛) 즉 부처수련을 가리킨다.

만(晚):만년.

가(家):여기서는 동사로 터전을 잡고 산다는 의미.

수(陲):근처, 변두리

승(勝):아름답고 훌륭하다는 뜻.

치(值):만나다.

수(叟):노인.

환기(還期):집으로 돌아갈 시간.

【시에 담긴 내포】

시인은 마흔 무렵부터 이미 수련에 온 마음을 쏟았고 일찍이 수년에 걸쳐 종남산에 한차례은거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쉰 무렵 종남산 아래 남전 망천에 별장을 구입했고 이후 줄곧 역관역은(亦官亦隱)의 상태로 살면서 점점 더 진지하게 수련하면서 여생을 보내려 했다.

이 작품에는 별다른 사건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수련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내면적인 감수를 깊이 있고 세심하게 잘 표현했다. 시인은 산림(山林)을 좋아해 늘 혼자 자연 속에 들어가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진실한 감정을 체험하곤 했다. 이런 감수(感受)는 종종 아름답고 심오하지만 이런 경계(境界) 속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함께 나누기란 아주 어렵다.

때문에 시인은 ‘다만 혼자만 알뿐(空自知)’란 말로 다른 사람들도 이를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자신의 애석한 감정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했다.

계곡을 따라 내키는 대로 걷다가 문득 물길이 끊어진 곳에 도착해 시인의 흥이 생기발랄하게 일어나 원래 의도를 벗어난 것을 볼 수 있다. 물이 다하면 대개는 길도 사라지기 마련이니 차라리 바닥에 앉아 구름이 산 사이로 올라가는 것을 바라본다. 바람에 따라 떠다니며 마음대로 흘러가는 구름 자체가 사람에게 유유자적하면서 무심(無心)무의(無意)한 느낌을 준다. 이는 시인 내심의 감수를 똑똑하면서도 정확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아마도 이렇게 교묘하면서도 적절한 풍경묘사 때문에 섬세하고 미묘한 서정(抒情)을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거닐다 물이 다하는 곳에 이르면 앉아서 구름이 이는 때를 바라보네(行到水窮處,坐看雲起時)’ 두 구절은 후대 시인묵객들 사이에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시 속에 그림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울러 그림 밖에 은은한 이치가 있어 보는 사람에게 생활 속의 모종 감수와 체험이 사람에게 주는 계발(啓發)을 깨달을 수 있게 한다. 구체적이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우연히 산림 속 노인을 만나 시인은 또 진정으로 그와 담소를 나누다 집에 돌아갈 시간마저 잊고 만다. 청정한 수행(淸修)과 한적한 생활 속에서 시인이 누리는 즐거움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담담하면서도 느긋한 시인의 천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불가에서 조용히 수련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심태이다.

(영문위치: http://www.pureinsight.org/node/3023)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32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