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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감상〗 숭산에 돌아가며 짓다(歸嵩山作)

글/ 문사격(文思格)

【정견망】

숭산에 돌아가며 짓다(歸嵩山作)

왕유(王維)

맑은 시냇물 긴 숲을 돌아 흐르는데
수레 타고 떠나는 마음 한가하구나
흐르는 물에 뜻이 담긴 듯
저물녘 새들은 서로 둥지로 돌아간다
황폐한 성은 옛 나루에 면해 있고
가을 산엔 석양이 가득하구나
아득히 높은 숭산 기슭에
돌아왔으니 이제 문빗장을 걸리라

清川帶長薄,車馬去閒閒。
流水如有意,暮禽相與還。
荒城臨古渡,落日滿秋山。
迢遞嵩高下,歸來且閉關。

【작가소개】

왕유(王維 700~761)는 자가 마힐(摩詰)이며 성당(盛唐)시기 위대한 시인・화가이자 음악가다. 그의 시는 표현이 정미하고 생생하며 참신하면서도 세속을 벗어나 독보적인 일가를 이뤘다. 그는 이흔(李欣), 고적(高適), 잠참(岑參) 등과 함께 ‘왕리고잠(王李高岑)’이라 불리는 변새시(邊塞詩)의 대표인물이다. 또한 맹호연과 함께 ‘왕맹(王孟)’으로 불리는 전원시의 대표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선시(禪詩)’에 있어서는 고금에 독보적이다. 소동파는 그를 가리켜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畫中有詩)”고 평했다.

【자구해석】

이 작품은 시인이 관직에서 물러나 은거하러 가던 도중에 본 경치와 심정을 진솔하고 생동감 있게 묘사한 것이다.

숭산(嵩山):오악에서 중악(中嶽)에 해당하며 지금의 하남성 등봉현(登封縣) 북쪽에 있다.

천(川): 하천

대(帶): 에워싸다 감싸다.

박(薄): 초목이 빽빽하고 무성해서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 숲.

한한(閒閒): 한가하고 여유 있는 모습.

금(禽): 새, 조류

상여(相與): 함께 서로.

황성(荒城): 황량한 성곽

임(臨): 면하다.

고도(古渡): 옛날의 나루

낙일(落日): 석양

초체(迢遞): 높고 멀다

숭고(嵩高): 여기서는 숭산을 말함.

폐관(閉關): 문을 닫고 손님을 사절해 외부인이 왕래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청수(淸修) 상태

【시에 담긴 내포】

이 시는 마지막 구절에서 수련이란 주제를 명확히 밝힌 외에 나머지 다른 구절은 전부 경치를 묘사했다. 이렇게 경치로 감정을 표현하고 풍경에 감정을 담아내는 기법 때문에 이미지가 생생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경물(景物)에 대한 묘사는 전부 시인이 은거하러 돌아가던 도중에 본 것으로 손 가는 대로 인위적인 조작이 전혀 없어 친근하고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시인은 오랫동안 관직에 매인 몸이었다가 이번에 사직하고 은거에 나서니 마치 새장을 벗어난 새처럼 자유롭고 한적한 심정이 저절로 드러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수레에 타고 유유자적 서서히 가는데 맑고 투명한 계곡물이 울창한 숲을 휘돌아 나간다. 한번 흘러가면 되돌아오지 않는 물은 마치 은거하려는 시인의 마음속 결심과도 같다. 황량한 성곽, 옛 나루터는 모두 사람들에게 인간세상의 변화를 말해준다. 석양에 지는 해와 가을 산의 소슬함은 독자들에게 인생이란 짧고 무상함을 느끼게 해준다.

저녁이 되면 뭇 새들은 모두 날개를 접고 돌아가는 것처럼 사람 역시 마땅히 인생에서 돌아갈 곳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시인이 은거할 결심을 내리고 속세에 연연하거나 돌아보지 않게 된 이유이다. 높고 아득한 숭산 기슭에 도착한 후 시인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바로 폐관(閉關) 수련으로 세상과 단절해 속세의 인연을 끊는 것이었다. 수련에 대한 시인의 동경과 기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3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