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简体 | 正體 | English | Vietnamese

〖당시감상〗 향적사를 지나며(過香積寺)

글/ 문사격(文思格)

【정견망】

향적사를 지나며(過香積寺)

왕유(王維)

향적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구름봉우리로 수 리(里)를 들어가네.
고목만 즐비해 사람 다니는 길조차 없는데
깊은 산속 어디선가 은은한 종소리 들려오네.
산골짝 흐르는 샘물 소리 기암괴석 사이에서 흐느끼고
그윽이 비치는 햇빛은 푸른 솔숲 사이로 차가운데
저물녘에 적막히 굽이진 연못 기슭에서
고요히 선정에 들어 독룡을 제압하누나!

不知香積寺,數裡入雲峰。
古木無人徑,深山何處鐘。
泉聲咽危石,日色冷青松。
薄暮空潭曲,安禪製毒龍。

【작가소개】

왕유(王維 700~761)는 자가 마힐(摩詰)이며 성당(盛唐)시기 위대한 시인・화가이자 음악가다. 그의 시는 표현이 정미하고 생생하며 참신하면서도 세속을 벗어나 독보적인 일가를 이뤘다. 그는 이흔(李欣), 고적(高適), 잠참(岑參) 등과 함께 ‘왕리고잠(王李高岑)’이라 불리는 변새시(邊塞詩)의 대표인물이다. 또한 맹호연과 함께 ‘왕맹(王孟)’으로 불리는 전원시의 대표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선시(禪詩)’에 있어서는 고금에 독보적이다. 소동파는 그를 가리켜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畫中有詩)”고 평했다.

【자구해석】

해제: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옛 사찰을 찾아가는 것에서 시작해 불성(佛性)의 청정함 속에서 용맹정진하며 세속의 욕망을 없애려는 시인의 희망을 드러낸 작품이다.

과(過): 방문하다

부지(不知): 시인이 전에 와본 적이 없어서 지금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미.

고목(古木): 고목 나무 숲

위석(危石): 우뚝 솟은 바위나 기암괴석.

박모(薄暮): 저물 무렵, 해질녘

공담(空潭): 텅 비어 고요한 연못

담곡(潭曲): 구불구불 굽이진 곳.

안선(安禪):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히고 가부좌를 틀고 선정에 들어가다.

독룡(毒龍): 불교 일화에서 독룡은 연못이나 물속에 살면서 사람을 해치는데 고승(高僧)이 불법으로 제압해 먼 곳으로 보내 영원히 사람을 해치지 못하게 한다. 여기서는 속세의 각종 욕망이나 번뇌 망상을 비유한다.

【시에 담긴 내포】

시인은 향적사(香積寺)란 고찰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어디에 있고 어떻게 가는지는 모른다. 그저 수레에 몸을 싣고 발걸음 닿는 대로 향적사를 찾아 떠나는 모습에서 맑고 한적한 정취를 더욱 드러낸다.

몇 리를 들어가니 뜻밖에도 흰 구름 자욱한 산골짜기로 들어가는데 순식간에 향적사가 아득히 멀고 속세를 벗어난 곳에 있어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하다는 느낌을 준다.

마침 고목이 하늘을 가리고 인적조차 찾기 힘든 숲속을 지나가는데 문득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서 나는지 모르는 은은한 종소리가 향적사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고 은연 중에 이곳이 평온하면서도 조용한 곳임을 드러낸다.

산골짝의 샘물이 기암괴석 사이로 졸졸 흘러가는 소리는 마치 곤경에 처한 생명의 고통스런 탄식처럼 들린다. 그윽한 저녁 햇살이 푸른 솔 숲 사이로 차갑게 비치는 광경은 오랜 풍상을 겪어 온 시인의 맑고 깨끗한 흉금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어둑어둑해진 저녁 무렵 넓고 은밀한 연못은 세속의 잡념을 사라지게 만들고 시인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선정에 들어가 세간의 각종 사람마음이나 사욕(私慾)을 없애게 한다.

대시인이자 화가였던 왕유는 우리에게 생생한 소리와 색깔이 담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준다. 매 그림마다 시인의 독특한 정서가 담겨 있어 독자로 하여금 서서히 시인의 궁극적 목표인 마음 수련으로 속세를 벗어나도록 이끌어준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27553
영문위치: http://www.pureinsight.org/node/2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