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견 문화교재 편집소조
【정견망】
féng xiá zhě
逢俠者(봉협자)
qián qǐ
錢起(전기)
yān zhào bēi gē shì,xiāng féng jù mèng jiā。
燕趙悲歌士(연조비가사),相逢劇孟家(상봉극맹가)。
cùn xīn yán bú jìn,qián lù rì jiāng xiá。
寸心言不盡(촌심언부진),前路日將斜(전로일장사)。
【작가】
전기(錢起)는 자가 중문(仲文)으로 당나라 오흥(吳興 지금의 절강) 사람이다. 생졸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어려서부터 아주 총명했으며 향리에서 명성이 아주 높았다. 현종 천보 10년에 진사가 되었는데 특히 시를 잘 써서 ‘대력(大曆 당 대종 시기 연호) 10 재자(才子)’의 하나로 꼽힌다. 저서로는 《전중문집(錢仲文集)》 10권이 있다.
역주: 대력 10재자란 중당시기 대종 대력 연간에 활약하던 10명의 뛰어난 시인들을 가리킨다.
【주석】
(1) 俠者(협자 xiázhě):협기가 충만해 약자를 돕고 함부로 전횡하는 자들을 억제하는 사람
(2) 燕趙(연조 yānzhào): 전국시기 연나라와 조나라를 말한다. 지금의 요녕, 하북, 하남, 산서(山西) 일대를 가리키는데 고대에 이 지역에서 용감하고 무예가 뛰어난 협객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3) 悲歌(비가 bēigē): 비분강개해서 부르는 비장한 노래. 협객이 하는 일은 대체로 불공정한 일을 해결하는 것이라 이들이 부르던 노래 역시 비장한 것이 많았다.
(4) 劇孟(극맹 jùmèng): 한나라 때의 유명한 협객으로 의리를 중시하고 재물을 가볍게 여겼다. 늘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온 천하에 벗이 가득했다. 일찍이 주아부(周亞夫)가 오초(吳楚)칠국의 난을 평정할 때 협조한 적도 있다. 그의 모친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장례식에 참가한 수레만 천 량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극맹이 죽을 때는 그의 가족 중에서 10금의 여유를 가진 사람조차 하나 없었다고 한다.
(5) 寸心(촌심 cùnxīn):마음속 생각
【해석】
연나라와 조나라의 비장한 노래 부르던 용사를
극맹의 고향에서 서로 만났구려
가슴 속 말을 다 하지도 못했는데
앞길의 해는 기우려 하네요
【관련 일화】
이 작품은 우연히 지인을 만난 기쁨과 이별의 아쉬움을 노래한 것이다. 겨우 20글자의 짧은 시임에도 우연히 만난 기쁨과 어쩔 수없이 헤어져야 하는 아쉬운 심정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단 한 글자도 기쁨을 나타내지 않지만 “극맹의 고향에서 서로 만났구료”에 기쁜 마음이 제대로 드러나고 단 한 글자도 이별의 아쉬움을 노래하지 않지만 “앞길에 해는 기우려 하네요”에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이것이 바로 시의 특징인데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고 사물에 감정을 기탁할 수 있다.
시인은 이 작품에서 ‘비유법’으로 인물의 특징을 묘사한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이나 성이 뭔지 모르지만 앞 두 구절을 읽고 나면 시인이 만난 인물이 그가 존경하는 극맹처럼 위대한 협객의 풍모를 지닌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옛날이야기로 지금을 비유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다. 우리는 그의 이름이며 성도 모르지만 이런 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또 뒤에 나오는 두 구절에서는 직접적으로 풍경을 논술해 정서를 유발하는데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유감스런 마음을 참신하게 표현했다. 과연 대력 10재자란 칭호에 부끄럽지 않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48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