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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감상〗 위수의 농가(渭川田家)

글/ 문사격(文思格)

【정견망】

위수 농가(渭川田家)

왕유(王維)

석양에 지는 햇살이 촌락을 비추면
구석진 골목으로 소와 양이 돌아온다.
시골 노인은 목동이 염려되어
지팡이 짚고 사립문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삭 팬 보리밭에선 꿩 울음소리 들리고
누에는 잠을 자느라 뽕잎도 드물구나.
호미 메고 돌아오던 농부들은
서로 만나 이야기하며 헤어지기 아쉬워하네.
이런 한가로움과 편안함이 부러워
서글피 식미를 읊조리누나.

斜光照墟落,窮巷牛羊歸。
野老念牧童,倚杖候荊扉。
雉鴝麥苗秀,蠶眠桑葉稀。
田夫荷鋤至,相見語依依。
即此羨閒逸,悵然吟《式微》。

【작가소개】

왕유(王維 700~761)는 자가 마힐(摩詰)이며 성당(盛唐)시기 위대한 시인・화가이자 음악가다. 그의 시는 표현이 정미하고 생생하며 참신하면서도 세속을 벗어나 독보적인 일가를 이뤘다. 그는 이흔(李欣), 고적(高適), 잠참(岑參) 등과 함께 ‘왕리고잠(王李高岑)’이라 불리는 변새시(邊塞詩)의 대표인물이다. 또한 맹호연과 함께 ‘왕맹(王孟)’으로 불리는 전원시의 대표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선시(禪詩)’에 있어서는 고금에 독보적이다. 소동파는 그를 가리켜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畫中有詩)”고 평했다.

【자구해석】

해제: 이 작품은 시인이 자연스럽고 참신한 필치로 마치 한 폭의 스케치처럼 편안하고 여유 있는 전원 마을의 저녁 귀가 풍경을 그려냈다. 또 이를 통해 빨리 관직에서 물러나 은거하며 인생의 귀착처를 찾고 싶다는 심정을 표현했다.

사광(斜光): 비스듬히 비치는 석양 빛

허락(墟落): 촌락(村落)

궁항(窮巷): 편벽하고 조용한 작은 골목이나 마을.

야로(野老): 교외에 거주하는 시골 노인.

형비(荊扉): 가시나무로 엮은 허름한 문.

치(雉): 꿩

구(鴝): 꿩 울음소리.

잠면(蠶眠): 누에가 생장하는 단계를 ‘면(眠)’이라 하는데 여기서는 누에가 실을 토하고 고치가 되기 전의 마지막 잠을 말한다.

한일(閒逸): 한가하고 여유 있는 정취.

창연(悵然): 마음이 서글픈 모양.

식미(式微): 《시경・패풍(邶風)》에 나오는 시의 제목이다. 이 시는 반복적으로 “식미식미호불귀”(式微式微胡不歸-쇠미하고 쇠미했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를 노래한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하루 빨리 벼슬에서 물러나 전원에 은거하고픈 소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시에 담긴 내포】

저녁무렵의 석양은 하루 종일 분주히 돌아다니던 태양이 돌아가서 쉬려는 것과 같다. 석양 햇빛이 마을을 비추면 사람들은 소나 양을 몰고 서둘러 외지고 한적한 골목을 지나 집으로 돌아간다. 노인은 목동을 기다리느라 문 앞에 서 있고 보리밭의 꿩들도 함께 돌아가자고 서로를 부른다. 뽕잎이 드물 때라 누에도 이미 실을 토하고 고치가 될 준비를 한다. 이 모든 풍경은 사물이 모두 자신의 귀숙처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농부들은 호미를 메고 서둘러 집으로 귀가하지만 만나면 서로 대화를 하느라 헤어지기 아쉬워한다.

이상의 여러 장면들은 모두 한 글자 즉 ‘귀(歸)’를 반영하며, 시인은 유독 자신만이 돌아갈 곳이 없음을 부각시킨다. 이후 자신의 은거가 너무 늦어져 관장(官場)에서 고독하고 번민한 것을 후회한다.

마지막 구절이 이 시 전체의 요점이다. 시인은 앞 여덟 구절에서 생기발랄하고 자연스러운 필치로 저녁 귀가풍경을 참신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시인은 여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단지 시경의 한 구절을 인용해 완곡하게 자신의 뜻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더 시인의 뜻을 더 강조하고 더 크게 증폭시키는 작용을 한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30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