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纖纖)
【정견망】
세상 어떤 일이든 흔히 다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게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하늘의 이치다. 명대(明代)의 학자이자 정치가 유백온(劉伯溫)의 문장 《어초문답(漁樵問荅)–어부와 나무꾼의 대화》은 이에 관해 경전과도 같은 문답이다. 전체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나무꾼이 어부에게 묻노니
강호(江湖)에는 바람과 파도 험하니
어찌 나무하는 사람이
근심 걱정 없이 명아주나 콩잎을 따는 것만 하리오.
그러자 어부가 나무꾼에게 대답하길
산속에 무엇이 있는가?
작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면 술을 살 수 있다네.”
樵問漁,江湖風波惡,何似採薪人,無憂茹藜藿。
漁荅樵,山中何所有,未若擢扁舟,得魚即沽酒。
“나무꾼이 어부에게 묻노니
강호(江湖)에는 바람과 파도 험하니
어찌 나무하는 사람이
근심 걱정 없이 명아주나 콩잎을 따는 것만 하리오.”
이것은 나무꾼이 자신의 기점에서 문제를 보고 도출한 결론이다. 그는 어부는 아주 위험하다고 보는데 강이나 호수 또는 바다에서 고기를 잡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바람과 파도다. 큰 바람이나 거대한 파도를 만나면 설사 경험이 아주 많은 사람일지라도 돌아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사람들이 “물과 불은 무정하다”고 하는 것처럼 확실히 그렇다.
“그러자 어부가 나무꾼에게 대답하길
산속에 무엇이 있는가?
작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면 술을 살 수 있다네.”
이것은 어부가 자신의 기점에서 문제를 보는 태도이다. 그는 강이나 바다가 비록 위험하긴 하지만 “고기를 잡아 술을 사는” 소탈한 생활을 하는 것에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사실 두 사람 다 틀리지 않다. 감당한 것이 다르면 얻는 것도 다른 법이다. 나무꾼의 생활은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지만 좀 무미건조하다. 만약 당신이 평온하고 담백한 생활을 좋아한다면 그럼 나무꾼은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면 어부의 생활은 어려움과 위험이 있지만 반면 즐거움도 있고 술도 마실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파란과 스릴 있는 생활을 좋아한다면 어부는 한 가지 선택일 수 있다. 두 사람 다 옳다. 잃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이 있게 마련이니 어떤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봐야 한다.
수련인은 세간의 집착을 포기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의미 있게 여기는 일들이 오히려 수련인이 버려야 할 것이다. 일반인이 보기에 수련인의 생활은 무미건조할 것이다. 그러나 수련인은 수련인만의 즐거움이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단지 많은 집착을 버린 후에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의 기점에 입각해서는 수련인의 즐거움을 볼 수 없다.
유백온의 이 문장은 아주 깊은 우의(寓意)가 담겨 있지만 겉으로 보면 평범한 우언고사처럼 보인다. 어부와 나무꾼은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얻는 것도 다르다. 얼마나 감당했으면 그 만큼을 얻는다. 사람이 얻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281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