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월(明月)
【정견망】
6. 중년 작품 《촉도난(蜀道難)》
《촉도난(蜀道難)–촉으로 가는 길 어려워라》
1. 어허라 험하고도 높구나.
촉도의 험난함이여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워라.
잠총(蠶叢)과 어부(魚鳧) 시절 나라 열던 때, 아득도 한데
그 뒤로 사만 팔천 년 진(秦) 땅과는 인적이 끊겼세라.
서쪽 태백산(太白山)으로 난 조도(鳥道)로만
아미산(峨眉山) 꼭대기를 질러갈 수 있노라.
땅 꺼지고 산 무너져 장사들이 죽은 뒤
하늘 사다리, 잔도(棧道)가 꼬리를 물고 엮였도다.
위로는 여섯 용이 해를 돌쳐 세우는 천길 벼랑이요
아래는 거센 물결 꺾어 도는 계류러라.
누른 학조차도 날아 지나지 못하고
날쌔다는 원숭이도 오르자니 걱정이라.
청니봉(靑泥峯)은 어이 그리 돌고 도나.
백 걸음에 아홉 구비 바위산을 휘감누나.
삼성(參星) 쓰다듬고 정성(井星)을 지나 고개 젖혀 헐떡이니
숨찬 가슴 부여안고 주저앉아 한숨이라.
묻노니, 그대 서쪽 길 떠나 어느 때 돌아오나.
까마득히 가파른 길, 못 오를까 무서우이.
오로지 보이나니, 고목에서 구슬피 우는 새
암수 한 쌍 다정하게 수풀 사이 누벼 날고,
또 달빛 속 두견새 소리에 텅 빈 산은 수심 겨워라.
噫吁嚱(희우희) 危乎高哉(위호고재)
蜀道之難(촉도지난) 難於上靑天(난어상청천)
蠶叢及魚鳧(잠총급어부) 開國何茫然(개국하망연)
爾來四萬八千歲(이래사만팔천세)
不與秦塞通人烟(불여진새통인연)
西當太白有鳥道(서당태백유조도)
可以橫絶峨眉巓(가이횡절아미전)
地崩山摧壯士死(지붕산최장사사)
然後天梯石棧相鉤連(연후천제석잔상구련)
上有六龍廻日之高標(상유육룡회일지고표)
下有衝波逆折之回川(하유충파역절지회천)
黃鶴之飛尙不得過(황학지비상부득과)
猿猱欲度愁攀援(원노욕도수반원)
靑泥何盤盤(청니하반반) 百步九折縈巖巒(백보구절영암만)
捫參歷井仰脅息(문삼력정앙협식)
以手撫膺坐長嘆(이수무응좌장탄)
問君西遊何時還(문군서유하시환)
畏途巉巖不可攀(외도참암불가반)
但見悲鳥號古木(단견비조호고목)
雄飛雌從繞林間(웅비자종요림간)
又聞子規啼夜月(우문자규제야월) 愁空山(수공산)
2. 촉도의 험난함이여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나니
말만 듣고도 얼굴빛이 시드노라.
잇단 봉우리 하늘에서 지척이요,
벼랑 우엔 거꾸러질 듯 마른 소나무 걸려 있다.
빠른 여울 내지르는 폭포, 앞 다투어 소리치고
급류에 부딪혀 구르는 돌, 일만 골 천둥친다.
그 험함이 이 같거늘
아아, 먼 곳의 사람이 어쩌자고 예 왔는가.
검각(劍閣)은 삐죽삐죽 높기도 하여
한 명이 관문(關門)을 지키면 만 명도 못 당하고
수문장이 친하지 않다면 승냥이와 다를 바 없다.
아침엔 호랑이 피하고 저녁엔 구렁이 피하니
이로 으깨고 피를 빨아 사람 잡아 낭자하다.
금관성(錦官城)이 좋다고 해도
일찌감치 집으로 가느니만 못하리라.
蜀道之難(촉도지난) 難於上靑天(난어상청천)
使人聽此凋朱顔(사인청차조주안)
連峯去天不盈尺(연봉거천불영척)
枯松倒挂倚絶壁(고송도괘의절벽)
飛湍瀑流爭喧豗(비단폭류정훤회)
砯崖轉石萬壑雷(빙애전석막학뢰)
其險也若此(기험야약차)
嗟爾遠道之人胡爲乎來哉(차이원도지인호위호래재)
劍閣崢嶸而崔嵬(검각쟁영이최외)
一夫當關(일부당관) 萬夫莫開(만부막개)
所守或匪親(소수혹비친) 化爲狼與豺(화위낭여시)
朝避猛虎(조피맹호) 夕避長蛇(석피장사)
磨牙吮血(마아연혈) 殺人如麻(살인여마)
錦城雖云樂(금성수운락) 不如早還家(불여조환가)
3. 촉도의 험난함이여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워라.
몸 기우려 서쪽 향해 긴 한숨만 쉬노라.
蜀道之難(촉도지난) 難於上靑天(난어상청천)
側身西望長咨嗟(측신서망장자차)
이 시는 전체 294자로 험한 산과 계곡을 묘사해 촉(蜀)으로 가는 길의 어려움을 노래한 것이 독자들 심금을 울린다. 이백의 작품 중에서도 낭만적인 색채가 가장 강한 대표작으로 “붓을 대면 비바람이 놀라고 시가 완성되면 귀신이 눈물을 흘릴[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 역주: 이 두 구절은 두보의 시 《기이십이백이십운(寄李十二白二十韻)–이백에게 이십운 시를 지어 보내다》에서 이백의 작품을 평가할 때 한 표현이다]” 정도다.
일반적으로 이 시는 이백이 천보(天寶) 원년(742)년에서 천보 3년(744년) 사이 장안에 있을 때 벗인 왕염(王炎)이 촉에 들어갈 때 써준 시로 알려져 있다. 목적은 왕염에게 촉 땅에 오래 머물지 말로 빨리 장안으로 되돌아오라는 의도였다. 다른 송별 시들과 차이점은 석별의 정을 아주 독특하게 표현했다는 점이인데 촉 땅의 산천이 높고 험준한 특징을 묘사하는 동시에 당시 사회현실에 대한 시인의 근심을 녹여냈다.
첫구절 “어허라 험하고도 높구나(噫吁嚱 危乎高哉)”는 “희우희(噫吁嚱)”란 3개의 감탄사를 연속으로 사용하고 높고(高) 위태롭다(危)는 비슷한 의미의 단어를 반복해 놀라움과 감동을 안겨준다.
“촉도의 험난함이여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워라(蜀道之難難於上青天)”는 촉으로 가는 길이 아주 높고 험하다는 뜻이다. 첫 시작부터 기세를 올리며 풍부한 감정을 끌어내 독자들로 하여금 구체적인 묘사는 많지 않아도 이 한마디에 촉도의 높고 험준함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에서 이백은 또 촉(蜀)이 개국한 이래 4만 8천 년 동안 줄곧 “진(秦) 땅과는 인적이 끊겼다”고 말했다. 태백산(太白山)에 비록 길은 나 있지만 새들만 다닐 수 있을 뿐 사람은 다닐 수 없다는 말로 촉 땅이 장기간 내지(內地)와 단절되어 있었던 정황 및 높은 산으로 가로막혀 있다는 뜻을 개괄적으로 표현했다.
이곳은 산이 너무 높아서 심지어 태양마저도 에둘러가야 한다! 아울러 하늘 사다리와 같은 잔도(棧道)가 꼬리를 물고 아래로는 험한 급류가 흐른다. 건장한 노란 학(黃鶴)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산을 잘 탄다는 원숭이조차 어떻게 통과할지 근심한다.
시인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험한 산길을 올라가는 사람의 표정과 동작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예를 들어 손으로 별을 만질 정도로 높고 숨이 차서 가슴을 쓰다듬고 한숨을 쉬는데 한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힘들어 두려운 표정을 짓는다. 이런 표현은 촉으로 가는 산길의 험난함을 진일보로 더욱 부각시킨다.
“묻노니, 그대 서쪽 길 떠나 어느 때 돌아오나(問君西遊何時還)”는 벗이 떠나기도 전에 돌아올 시기를 물으며 석별의 정을 이용해 촉도의 험난함을 표현했다.
“고목에서 구슬피 우는 새(悲鳥號古木)”와 “달빛 속 두견새 소리(子規啼夜月)”는 가는 길이 험난할 뿐만 아니라 황량하고 쓸쓸한 환경, 무한한 애원과 근심으로 가득 차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이런 세부 묘사는 여정의 슬픔과 적막하고 쓸쓸한 촉 땅의 환경과 분위기를 잘 부각시켰다.
“잇단 봉우리 하늘에서 지척이요(連峰去天不盈尺)
벼랑 우엔 거꾸러질 듯 마른 소나무 걸려 있다(枯松倒掛倚絕壁).
빠른 여울 내지르는 폭포, 앞 다투어 소리치고(飛湍瀑流爭喧豗)
급류에 부딪혀 구르는 돌, 일만 골 천둥친다(砯崖轉石萬壑雷).”는 4구절은 과장법을 사용해 정(靜)적인 것에서 동(動)적으로 바뀌며 물과 바위가 요동치면서 요란하게 계곡을 흔드는 아찔한 상황을 표현한다.
산의 기복이 심해 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것 같은 원경(遠景) 화면과 마른 소나무가 절벽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클로즈업 장면 및 빠른 여울 폭포, 깎아지른 절벽, 구르는 돌, 만(萬)에 달하는 우레 같은 계곡물 소리가 결합되어 역동적인 화면을 만들어내며 이 모든 것이 합해져 마치 산을 밀어내고 바다를 뒤집을 듯한 강렬한 효과를 낳는다. 높고 위태한 산세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일고 험한 산과 계곡은 사람을 놀라게 한다. 그야말로 촉도의 험난함을 진실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시인은 또 고대 민가(民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반복 형식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촉도의 험난함이여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워라.”는 구절을 작품 처음과 중간, 끝에 각각 한 번씩 등장시킨다. 반복적인 영탄(永嘆)과 점차적으로 깊어지는 내용이 “한 번 탄식으로는 부족해 다시 탄식하게 하고 두 번으로도 부족해 세 번”하게 만드는 느낌을 주는데, 예술적인 감동이 아주 강렬하다. 《촉도난》에 보이는 풍부하고 생생한 화면 호방하고 씩씩한 언어는 ‘시선(詩仙)’ 이백의 풍모와 특성을 유감없이 잘 보여준다.
회화(繪畵)를 2차원이라고 말한다면 이백의 시가(詩歌)는 최소한 3차원 이상이다. 회화가 정지화면이라 한다면 이백의 시가는 다차원의 역동감으로 가득 차 있다. 좋은 회화가 색채와 빛에 대한 뛰어난 운용으로 가득차 있다면, 이백의 시가는 색채와 빛 외에도 사람의 청각, 촉각, 후각 및 심령의 감수 능력를 효과적으로 동원한다. 회화가 만고(萬古)의 한 순간을 기록했다면 이백의 시가는 지금은 물론 예부터 지금까지를 동시에 그려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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