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월(明月)
【정견망】
8. 중년 작품 《행로난(行路難)》
금동이 맑은 술은 한 말에 만 냥이요
옥쟁반의 진수성찬 값지기도 하건마는,
잔 놓고 저 던진 채 먹지를 못하고
칼 빼들고 둘러보니 마음만 막막하네.
황하를 건너려니 얼음장이 강을 막고
태항산(太行山)에 오르려니 온 산엔 눈이 가득.
한가하게 벽계(碧溪)에 와 낚시를 드리우다
문득 다시 배에 올라 해 근처를 그려보네.
가는 길 어려워라. 가는 길 어려워.
갈림길도 많은데 지금 어드메인가.
긴 바람이 파도 부술 그 날 정녕 있을 터
구름 돛 펴 올리고 푸른 바다 건너리라.
金樽淸酒斗十千(금준청주두십천)
玉盤珍羞直萬錢(옥반진수직만전)
停杯投筯不能食(정배투저불능식)
拔劍四顧心茫然(발검사고심망연)
欲渡黃河冰塞川(욕도황하빙색천)
將登太行雪滿山(장등태항설만산)
閒來垂釣碧溪上(한래수조벽계상)
忽復乘舟夢日邊(홀부승주몽일변)
行路難(행로난) 行路難(행로난) 多歧路(다기로) 今安在(금안재)
長風破浪會有時(장풍파랑회유시)
直挂雲帆濟滄海(직괘운범제창해)
감상:
이 작품은 이백이 쓴 3수(首)의 《행로난(行路難)》 중 첫 번째에 해당한다. 연작시의 내용을 보면 천보 3년(744년) 이백이 장안을 떠날 때 쓴 것으로 보인다.
앞 네 구절에서는 벗들이 이백과의 우정을 위해 베풀어준 성대한 송별 잔치를 표현했다.
천성적으로 술을 좋아했던 이백이 평소라면 좋은 술과 맛있는 안주 및 벗들이 함께 했으니 “한번 마시면 3백잔(一飲三百杯)”은 마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겪은 것은 그가 적극적으로 세상에 뛰어 들어와 받은 한평생 가장 큰 상처였다. 술자리에서 그는 술잔을 밀어놓고 저(著 젓가락)를 들었다가는 내려놓는다. 자리를 떠날 때 보검(寶劍)을 뽑아들고 고개 들어 사방을 바라보니 마음이 망연하다. (술잔을) 밀고 (저를) 내려놓고 (보검을) 뽑고 (사방을) 바라보는 4개의 연속 동작이 시인 내심의 고민과 감정의 격동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다음 두 구절은 “막막한 마음(心茫然)”을 이어 “가는 길의 어려움(行路難)”을 정면으로 적었다. 시인은 “얼음장이 강을 막고(冰塞川)” “온 산에 눈이 가득(雪滿山)”한 것을 이용해 인생의 길에서 험난한 장애를 만난 것을 상징했는데 이는 비흥(比興 역주: 비와 흥은 시의 표현 기법의 하나로 비유하거나 다른 물건을 빗대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 큰 포부를 품었던 한 인물이 제왕의 부름을 받고 서울에 들어와 마침내 운 좋게 황제 측근에 다가갔지만 끝내 중용(重用)되지 못하고, 곧 “금을 하사해 귀향하게” 했으니 말하자면 변칙적으로 장안에서 쫓겨난 것이다. 마치 얼음장이 황하를 막고 태항산에 눈이 가득 쌓인 것과 같다!
그러나 이백은 이렇게 막막한 심경 속에서도 문득 역사상의 두 인물을 떠올렸다. 하나는 90에 반계(磻溪)에서 낚시를 하다가 문왕(文王)을 만나 등용딘 여상(呂尙 강태공)이고, 또 한 사람은 탕왕(湯王)의 초빙을 받기 전에 자신이 배에 타고 해와 달을 도는 꿈을 꾸었던 이윤(伊尹)이다. 그는 이 두 역사적 인물들이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자신감을 얻는다.
“가는 길 어려워라. 가는 길 어려워. 갈림길도 많은데 지금 어드메인가?(行路難,行路難,多歧路,今安在)”
여상과 이윤의 처지는 진실로 미래에 대한 신심(信心)을 더해주었지만 다시 현실 속으로 돌아오니 또 다시 인생길의 어려움을 느낀다. 인생이란 대체 무엇을 추구하는가? 멀리 앞을 내다보니 단지 험한 산길에 갈림길이 너무 많아서 대체 내가 갈 길은 어디에 있는가? 이는 인생의 감정(感情)이 고통 속에서 또 다시 몸부림치게 하고 인생의 이성(理性)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어서 그의 내심에 일종의 강렬한 소원이 생겨나 다시 한 번 고민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긴 바람이 파도 부술 그 날 정녕 있을 터 구름 돛 펴 올리고 푸른 바다 건너리라.(乘風破浪會有時,直掛雲帆濟滄海)”라고 노래하면서 비록 앞길에 각종 장애가 가로막을지라도 여전히 언젠가는 만 리 파도를 부수는 긴 바람을 타고 구름 돛을 펴고 푸른 바다를 건너 이상적인 피안에 도달할 수 있음을 믿는다.
이 시는 모두 14구, 82자로 칠언가행[七言歌行 역주: 가행이란 주로 칠언(七言)과 오언(五言)으로 이뤄지지만 변화가 많은 악부(樂府) 시의 형식 중 하나다] 중에서는 짧은 작품이라 할 수 있지만, 종횡으로 요동치며 장편의 기세와 형식을 지닌다. 이렇게 된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시인의 사상과 감정이 복잡하고 격동적으로 변화하면서 기복(起伏)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선 작품 첫머리 “금동이 맑은 술”과 “옥쟁반의 진수성찬”은 독자들에게 마치 즐거운 연회 장면처럼 보이게 하지만 곧이어 등장하는 “잔 놓고 저 던진 채” “칼 빼들고 둘러보니”라는 세부 묘사에서 감정의 파도에 강렬한 충격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 중간 네 구절에서는 막 “얼음장이 강을 막고” “온 산엔 눈이 가득”하다고 한탄하다가 또 마치 정신이 천 년 전으로 올라가 미천한 신분에서 홀연히 임금의 중용을 받은 여상(呂尙)과 이윤(伊尹)을 본 것 같다. 시인의 마음속에서 실망과 희망, 모순과 추구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바뀐다.
“가는 길 어려워라. 가는 길 어려워. 갈림길도 많은데 지금 어드메인가.” 네 구절은 박자가 짧고 도약하며 완전히 절박하고 튀어 올라 그야말로 조급하고 불안한 내심의 독백으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탐색하고 추구하려는 복잡한 심리를 생생히 전달한다.
마지막 두 구절에서는 이전까지 반복적으로 맴돈 후에 갑자기 목소리를 올려 낙관적인 가락을 노래한다. 이렇게 첩첩으로 쌓인 내면의 기복과 변화가 확연히 드러나 시인이 고뇌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그 속에서 뛰쳐나오고자 하는 정신의 힘을 보여준다.
이 시는 소재는 물론이고 표현수법에 이르기까지 모두 선배 시인 포조(鮑照 414~466)의 작품 《의행로난(擬行路難)》의 영향을 받았지만 한 마리도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할 수 있다. 포조는 남조(南朝) 시기 문장가로 자는 명원(明遠)이다. 시대적인 차이와 시인의 정신적인 기질 방면의 차이 때문에 이백의 시가 훨씬 깊으면서도 강렬하다.
(계속)
원문위치: https://www.minghui.org/mh/articles/2012/2/5/2505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