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중
【정견망】
조설근(曹雪芹 홍루몽의 작가)은 “세상 사람들 모두 신선이 좋음을 알지만 오직 공명(功名)을 잊지 못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가장 내려놓기 어려운 것이 바로 명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포기할 순 있어도 명예를 잃을 수는 없다.
고인(古人)은 “군자는 남의 장점을 감추지 않고 남의 악을 말하지 않는다[君子不蔽人之美,不言人之惡]”고 했다. 인생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것이 아마 이 두 가지 일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 유명해져서 돈을 잘 버는 것을 보면 늘 좀 화를 내면서 불평한다.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여긴다. 아마 이때 상대방을 폄하하는 몇 마디로 자신의 허영심과 명예를 추구하는 마음을 만족시키려 할 것이다.
얼마 전에 동수의 문장을 하나 봤는데 내용도 좋고 기법도 좋았다. 내가 배울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읽고 나서 속으로 생각한 것은 오히려 “이런 글은 나도 쓸 수 있어.”였다. 이런 염두는 상대방의 장점을 말살하고 자신으로 대체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문인(文人)들은 서로를 무시하는” 병이 있다고 하는데 대체 언제나 이를 없애려는가? 상대방이 나보다 낫다고 인정하는 것이 그리도 어렵단 말인가? 왜 기어코 상대방을 폄하하지 않고는 멈추려 하지 하는가?
역사상 진정으로 “남의 장점을 감추지 않은” 인물로 구양수(歐陽修)가 있다. 그는 당시 문단의 영수(領袖)였음에도 젊은 소식이 장차 반드시 자신을 능가할 것임을 알았다. 그럼에도 그를 압박하기는커녕 도리어 전력을 다해 그를 발탁하고 중용했다. 이는 당시에도 미담(美談)에 속했고 지금 사람들도 구양수를 말하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단지 이런 사람이 너무 적었을 뿐이다. 당시 왕안석(王安石)도 비록 소식을 아주 난처하게 하진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많은 불만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남의 장점을 감추지 않기”란 정말 아주 어렵다.
반대로 《수호전》의 인물들은 무예에서 서로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내게 무예를 연마하는 친구가 있는데, 전에 무예를 연마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웅을 소중히 여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생사에 관련되는 정도가 아니면 대개는 살수(殺手)를 쓰지 않는다. 무예를 연마하는 사람들은 승패를 다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부당한 수단을 쓰진 않는다. 이것이 아마 진정으로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들의 활달한 일면일 것이다.
군자가 남의 장점을 숨지지 않는 것은 미덕이며 또한 진정한 군자의 수양이다. 남의 악을 말하지 않는 것은 그래도 할 수 있지만 진심으로 남을 칭찬하기란 오히려 어렵다. 군자가 되려 하지만 오히려 군자란 그리 어렵지 않음을 모른다. 명리심을 내려놓는 것도 아마 맞을 것이다. 군자는 남의 장점을 숨기지 않고 남의 악을 말하지 않는다. 이 말은 아주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란 어렵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