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철(行哲)
【정견망】
청대(淸代)에 주용(周容)이 쓴 《소항도자(小港渡者)–작은 항구의 뱃사공》이란 짧은 이야기가 있다. 대체적인 뜻은 일을 급히 서두르면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순치(順治) 7년 겨울, 나는 강변의 작은 부두에서 배를 내렸고, 서동(書童)에게 부목을 댄 책상자를 지고 따라오게 했다. 당시 나는 교주성(蛟州城)으로 가려고 했다. 이때 이미 해가 서쪽으로 지고 있었고, 안개와 저녁 연기가 나뭇가지 끝에 있었다. 멀리서 현성(縣城)을 바라보니, 약 2리 정도 되어 보였다.
그래서 지나가는 뱃사공에게 물었다.
“서둘러 성 남문으로 가면,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겠는가?”
뱃사공은 서동(書童)을 주의 깊게 바라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천천히 걸어가시면 그래도 성에 들어가실 수 있겠지만, 급히 서두르시면 성문이 닫혀 버릴 겁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났는데, 그의 말이 사람을 비웃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길을 걸었다. 가는 도중 서동이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책을 묶고 있던 줄이 끊어져 책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서동은 바닥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책을 다시 묶고 나자 우리 앞에 있던 성문이 이미 닫혀 버렸다. 이때서야 나는 마침내 뱃사공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원래 어떤 일이든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원하는 것과 반대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거의 모든 일이 다 이럴 것이다.
이 글의 저자는 뱃사공을 철인(哲人)이라고 보지만, 사실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뱃사공은 단지 많은 것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요약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 아마 뱃사공에게 여러 번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외출할 때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한다. 조급할수록 더 많은 것을 잊어버린다. 결국, 반복해서 왔다갔다 하다가 더 많은 시간이 낭비된다.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대법 사부님께서는 《싱가포르법회설법》에서 우리에게 알려주셨다.
“수련하는 사람으로서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어떠한 물건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신이 어떠한 물건이 없다는 것과는 다르다. 당신이 재물을 바라고 돈과 재물에 집착하는 마음을 없앤다는 것은 당신이 재물이 없다는 것과는 동일하지 않다.”
수련의 관점에서 보면, 소위 “서두르면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집착의 문제다. 어떤 일에 너무 집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성안에 들어가느라 서둘렀던 저자는 늦기 전에 성안에 가는 것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에 결국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자신의 집착이 최종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면, 수련인뿐만 아니라 세인(世人) 역시 어떤 한 가지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5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