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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유와 왕안석의 시로 보는 희망이 바로 눈앞에 있음

섬섬(纖纖)

【정견망】

사람은 누구나 절망할 때가 있지만 절망 속에서도 신심(信心)을 잃지 않으면 전기(轉機 전환점)가 있을 수 있다. 남송(南宋)의 시인 육유(陸遊)는 중원 회복에 평생을 바쳤지만, 끝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러한 미망 속에서 문득 희망을 발견하고 《유산서촌(遊山西村)-산 서쪽 마을에 노닐다》라는 시를 지었다.

농가의 술이 탁하다 비웃지 마라
풍년이라 손님 맞을 소 돼지 충분하니
산 첩첩 물 굽이굽이 길이 없는 줄 알았더니
버들가지 짙푸르고 꽃이 환한 곳에 또 하나의 마을
피리소리, 북소리로 어울리니 봄 제사 가까운데
소박한 의관에 옛 풍속 남아 있네.
이제부터 한가로이 달맞이 노닌다면
지팡이 짚고 아무 때나 이웃집 두드리리

莫笑農家臘酒渾,豐年留客足雞豚。
山重水複疑無路,柳暗花明又一村。
簫鼓追隨春社近,衣冠簡樸古風存。
從今若許閑乘月,拄杖無時夜叩門。

이때 육유는 이미 황혼에 접어들었고, 자연히 중원(中原) 회복에 대한 희망은 더 이상 품지 않았다. 시인은 이미 은퇴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친구 집에 가는 길에 그는 막다른 듯한 산길을 보았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해보니 의외로 길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큰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산 첩첩 물 굽이굽이 길이 없는 줄 알았더니 버들가지 짙푸르고 꽃이 환한 곳에 또 하나의 마을(山重水複疑無路,柳暗花明又一村)”라는 유명한 구절을 썼다.

중국 속담에 “차가 산에 도착하면 반드시 길이 있다”고 말한다. 즉 궁하면 통한다는 뜻인데 이 시와 유사하며, 같은 이치를 표현한 것이다. 즉 기(杞)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근심하듯이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계속 걷다 보면 자연히 우리가 갈 길을 찾을 수 있다.

시 후반부에서 시인이 무슨 이유로 그날 밤 집에 돌아가지 않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아마 집에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이었거나 아니면 더 이상 집에 돌아가는 여부를 개의치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북송의 개혁가 왕안석(王安石) 역시 평생 굴곡이 많았으며, 그의 시 《강가에서(江上)》는 아마도 미망에 빠진 시기에 쓰였을 것이다.

장강 북쪽 가을의 구름 낀 하늘 반쯤 걷혔는데
비 머금은 저물녘 먹구름은 오히려 배회하네.
청산은 구불구불 감돌아 길이 없는 듯한데
문득 수많은 돛단배 은은히 비쳐 나타나네.

江北秋陰一半開
晚雲含雨卻低徊
青山繚繞疑無路
忽見千帆隱映來

앞에는 안개가 뒤덮이고, 먹구름이 비를 몰고 온다. 이는 참으로 불확실한 앞길을 의미한다. 시인의 뱃길은 육유의 여행과 매우 흡사하다. 그는 앞에 산만 보일 뿐 길(또는 수로)이 보이지 않는다. 의심에 사로잡힌 순간, 그는 갑자기 수많은 돛단배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서야, 길이 바로 눈앞에 있음을 깨닫는다.

육유의 절망과 왕안석의 미망은 모두 각기 목표하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되었다. 육유는 중원을 회복하려 했고, 왕안석은 아마 개혁을 지향했을 것이다. 마음속에 집착하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어쩌면 희망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오늘날의 사람들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무신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신(神)의 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늘로 되돌아갈 수 있는 한 갈래 큰 길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8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