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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얼음과 눈이 쌓여 있을 때라네

한빙(韓冰)

【정견망】

그윽한 골짜기 북쪽 가지 어찌 견디랴,
해마다 꽃피는 시기 늦음을 스스로 아네.
높은 절개와 빼어난 운치 그대는 아는가,
마침 얼음과 눈이 쌓여 있을 때라네.

幽穀那堪更北枝
年年自分著花遲
高標逸韻君知否
正是層冰積雪時

육유(陸遊)는 자가 무관(務觀)이고 호는 방옹(放翁)이며 한족이다. 월주(越州) 산음(山陰 지금의 절강 소흥) 사람으로 상서우승을 지낸 육전(陸佃)의 손자이자 남송의 문학가, 사학자, 애국 시인이다.

육유는 북송이 멸망하던 시기에 태어나 소년 시절부터 가문의 애국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송 고종 때 예부 시험에 응시했으나 진회(秦檜)의 배척을 받아 관직 운이 순탄치 않았다. 효종 때 진사 출신을 하사받았고 중년에는 촉 땅에 들어가 군대에 투신했다. 가태(嘉泰) 2년(1202년), 송 영종은 육유를 도성으로 불러 효종과 광종의 《양조실록(兩朝實錄)》 및 《삼조사(三朝史)》 편찬을 주관하게 했으며 관직은 보장각대제(寶章閣待制)에 이르렀다. 만년에는 고향으로 물러나 거처했다.

이 시 《매화절구· 두번째》는 매화를 찬미하는 동시에 자신을 격려하는 시이기도 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매화가 여전히 꽃을 피우듯, 자신의 미래에 몇 줄기 희망을 더하는 것이다.

“그윽한 골짜기 북쪽 가지 어찌 견디랴,
해마다 꽃피는 시기 늦음을 스스로 아네.”

시인이 묘사한 매화는 환경이 열악한 그윽한 골짜기에서 자라며, 그중에서도 햇빛이 들기 어려운 산 북쪽에 있다. 그래서 매년 매화가 피는 시기가 다소 늦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시인이 자신을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가장 굴욕적인 남송 시대에 살았고 국토의 절반 이상을 빼앗겼다. 이때 간신 진회의 여러 방해가 더해져 시인의 심신은 몹시 고통받았다. 그러나 다행히 자신에게도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마치 열악한 환경 속의 매화처럼 말이다.

“높은 절개와 빼어난 운치 그대는 아는가,
마침 얼음과 눈이 쌓여 있을 때라네.”

이는 반문이자 자문자답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매화의 고상한 품격과 역경 속에서의 지조를 알려준다. 얼음과 눈에 덮여 있어도 여전히 자신의 기개를 잃지 않는다. 물론 이는 고결한 매화가 되고자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인은 우리에게 역경에 처하더라도 자포자기하지 말고 선량한 본성과 양심을 유지하라고 말한다.

시인은 낙관적이었으며 마난(魔難) 속에서도 희망과 신념을 잃지 않았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생명의 모습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귀감이 된다. 현대인들은 타격을 견디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여, 문제에 부딪히면 금세 낙담하고 다시 일어서지 못하곤 한다. 시인의 심경을 보며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2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