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纖纖)
【정견망】
우리 집안의 이 곡은 모두 자연스러우니,
관(管)에는 구멍이 없고 거문고에는 줄이 없네.
얻고 나면 헛된 인생의 꿈을 깜짝 깨우나니,
밤낮으로 맑은 소리가 동천에 가득하네.
吾家此曲皆自然
管無孔兮琴無弦
得來驚破浮生夢
晝夜淸音滿洞天
구처기(邱處機, 1148년~1227년)는 자가 통밀(通密), 도호(道號)는 장춘자(長春子)이며 등주(登州) 서하(棲霞) 사람이다. 도교 전진도(全真道)의 장문인이자 진인(眞人), 사상가, 정치가, 문학가, 양생가 및 의학가였다. 구처기는 남송, 금나라, 몽골제국 통치자 및 광범위한 민중들로부터 공경을 받았으며, 74세의 고령에도 멀리 서역으로 가서 칭기스칸을 설득해 살육을 멈추고 백성을 사랑하게 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 시는 《청천가(靑天歌) 8장 중 4》로 수련계의 일부 일들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잘 이해되지 못했다. 그리하여 널리 전해지지 않았고, 심지어 이를 해설하는 사람조차 드물다.
“우리 집안의 이 곡은 모두 자연스러우니,
관(管)에는 구멍이 없고 거문고에는 줄이 없네.”
우리 인식 속에서 음악이란 대개 관악기와 현악기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북과 같이 각종 다양한 음악도 있다. 그러나 구처기는 자신의 음악이 자연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며, 관현악기의 구멍과 줄이 없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하려 든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다. 많은 악기들은 자연의 소리를 모방한 것이다. 구처기가 언급한 것은 바로 자연계의 서로 다른 만물이 각자 내는 진정한 소리일 것이다. 이것이 아마도 구처기가 말한 “모두 자연스럽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얻고 나면 헛된 인생의 꿈을 깜짝 깨우나니,
밤낮으로 맑은 소리가 동천에 가득하네.”
시인은 일단 그것을 얻게 되면 인간 세상이 단지 한바탕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그 음악은 낮과 밤으로 도를 닦는 이의 동천복지(洞天福地)에서 끊임없이 소리를 낸다고 말한다.
이는 아주 명백하다. 시인은 자신의 동부(洞府)에서 도(道)를 닦을 때 경계를 돌파함으로써 다른 공간의 음악을 듣게 된 것이다.
다른 공간에도 음악이 있으며, 물론 그곳의 음악은 우리 이곳의 음악과는 다르다. 시인은 수련인으로서 일정한 경지에 도달하면 다른 공간의 것들(음악 포함)과 접촉하게 된다. 시인은 대략 이것을 가리킨 것일지도 모른다.
이 시에서 보면 시인은 수련 중에서 어떤 층차에 개오(開悟)한 것 같다. 다른 공간의 것들과 소통이 되었기에 비로소 이런 시를 지은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인간 세상이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사람이 진정으로 다른 공간의 아름다움과 접촉하게 되면 인간 세상이 아름답지 않음을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