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국촌로
【정견망】
그 내리치는 일격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임합마(任蛤蟆)는 뒷발로 땅을 박차고 허리와 팔을 비틀며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온몸의 힘을 칼날 끝에 실었다.
“창~ 랑~ 랑~” 하는 벼락같은 소리와 함께 도사의 오른쪽 이마 위를 향해 비스듬히 내리꽂혔다. 사람들은 모두 ‘도사의 목숨이 끝났구나! 저런 공격을 어찌 평범한 사람이 막아내겠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도사는 갑자기 몸을 낮추고 오른쪽 뒤편으로 슬쩍 피했다. 칼이 허공을 가르려는 찰나, 도사가 있던 자리에 갑자기 한 사람이 튀어나와 양손을 쫙 펴고 그 칼날을 가로막았다. “팍! 딱!” 소리와 함께 칼날이 부러져 나갔고, 부러진 칼끝은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돌더니 ‘쾅~ 랑~ 랑!’ 소리를 내며 땅에 거꾸로 박혔다.
임합마는 도사를 죽이지 못하자 극도로 분노했다. 상대가 누군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부러진 칼을 거꾸로 쥐고 그 사람의 옆구리를 향해 횡으로 휘둘렀다. ‘누구든 상관없다! 오늘 네 놈의 목숨을 거두겠다!’ 그 사람의 몸놀림은 극히 드물 정도로 빨랐다. 그는 철사슬을 두 손으로 팽팽하게 펴서 부러진 칼날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피~ 리~ 파~ 라~”
철사슬 고리와 칼 조각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며 온 땅에 흩어졌다. 임합마는 오른손의 칼자루를 잡은 호구가 찢어져 피가 뚝뚝 떨어졌다. 옆에서 꿇어앉은 반장(班長) 관병을 처리하려던 사제 녕모금(宁摸金)은 소란을 듣고 돌아보다가 깜짝 놀라 외쳤다.
“아? 어찌 네 놈이…!?”
사람들이 다 함께 보니, 그 사람은 바로 관병들에게 함께 압송되던 백량산(柏亮山)이었다. 누구도 그가 무공을 할 줄은 몰랐다. 백량산은 임합마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몸을 틀어 반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오른팔을 위로 받치고 오른 주먹에 힘을 실어 그가 차고 있던 철수갑 고리로 임합마의 오른쪽 뺨을 강타했다. 임합마의 양 볼이 불쑥 튀어나왔고, 무의식중에 숨을 들이켰으나 백량산의 주먹은 그 숨조차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백량산은 이어서 왼팔을 위로 받치며 왼 주먹으로 다시 한번 임합마의 얼굴을 가격했다. 두 차례의 철권세례를 받은 땅딸막한 사내는 정신을 잃고 눈앞에 별이 번쩍이며 비틀거렸다.
녕모금은 “사형!”하고 비명을 지르며 관병을 발로 차고 달려와 사제를 부축했다. 임합마는 녕모금의 다리에 누워 세상이 도는 듯한 어지러움과 볼의 마비감을 느꼈다. 그는 입안의 누런 이를 모두 뱉어내며 더듬거리는 소리로 겨우 두 글자를 내뱉었다.
“붕… 붕권(崩拳)!”
녕모금은 그 말을 듣고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너, 너는 조가군(趙家軍)의 선봉영 놈이구나!”
백량산이 웃으며 말했다.
“이 주먹을 알아보는 걸 보니 우리도 구면이군. 그 ‘도적 태보(太保)’ 13인들은 요즘 잘 지내고 있나?”
백량산이 말한 ‘도적 태보’는 수년 전 악명을 떨치다 금나라 조정에 의해 소탕되어 사라진 무리였다. 그는 술자리에서부터 이들의 정체를 의심해 살피고 있었다. 따라온 후에도 관병들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적절한 때에 나서서 그 여자를 구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두 도적놈이 먼저 손을 써서 관병들을 죽여버리자, 그는 그제야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그 두 도적을 제외하고는 백 사장의 물음을 알아듣는 이가 거의 없었다.
녕모금은 ‘몇 년간 내가 임합마(任蛤蟆)와 비록 도처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강도질을 일삼긴 했으나, 어쨌든 성과 이름을 바꾸었기에 내력을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자가 고작 몇 수 주고받은 것으로 자신들을 알아채다니, 필시 원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격으로 옛 적과 재회한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그저 이렇게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내 삽이나 받아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철 삽을 들어 올려, 원을 그리듯 휘둘러 백량산(柏亮山)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백량산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얼른 정면으로 나아가 두 손을 교차해 막았다. 수갑 고리가 철 막대를 타고 ‘지르르’ 하고 흐르며 불꽃이 튀었고, 그는 곧바로 상대의 무릎뼈를 걷어찼다. 녕모금은 덩치가 크지만 하반신도 튼튼했다. 그는 몸을 돌려 삽을 휘두르며 백량산의 등을 노렸다. ‘한 치 길면 한 치 강하다’고 했던가. 녕모금의 삽은 단순한 도적의 것이 아니라 전장에서 단련된 솜씨였다. 백량산은 공중제비를 돌며 근접전을 시도했지만, 빈손인 상태라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했다.
이명지와 원호문은 걱정이 되어 도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도사는 관병들의 몸에서 열쇠를 꺼내 수갑을 풀어주더니, 웃으며 “서두르지 말고 좀 더 지켜봅시다”라고 했다.
백량산이 골목 구석까지 몰렸고 뒤쪽에는 장작더미와 벽외에는 갈곳이 없었다. 녕모금은 기회다 싶어 삽을 들고 펄쩍 뛰어 백량산의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백량산은 이미 준비를 한듯 한걸음 웅크려 피했고, 삽은 뒤쪽 장작더미와 벽을 뚫고 박혀버렸다. 녕모금이 미처 삽을 빼내지 못하고 당황할 때, 백량산은 그의 ‘족삼리(足三里)’ 혈을 마비시키고 명치에 강한 주먹을 날렸다. 녕모금은 어이쿠 하며 몸이 공중으로 붕 떠 임합마 위로 나뒹굴었다.
백량산은 옷을 털고 일어나 두 도적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관병 반장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관나리, 범인 둘은 처리했소. 누가 음탕한 도적이고 누가 강도인지… 이제 알겠지요?”
관병 반장은 이미 겁에 질려 오줌을 지린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백량산은 원호문에게 “원 대인, 어떻게 처리할까요?” 하고 물었다.
원호문은 “다들 무사하니 이제 그만 보내주시오”라고 답했다.
백량산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허리패를 꺼내 포두 앞에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 분은 조정의 명관이신 원 대인인데, 이제 알겠느냐?”
“예, 예! 알겠습니다!”
우두머리 포두는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백량산은 허리패를 거두고는 수갑을 꺾어 과일 씨를 버리듯 포두에게 던져버렸다. 수갑에 맞은 포두는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고, 백량산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평소에 백성들을 괴롭히고 위세를 부릴 때는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나 보지?”
“…”
포두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한 손으로는 맞아서 부어오른 뺨을 감싸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흘러내리는 바지를 추스르며 엉거주춤 서 있을 뿐이었다.
“꺼져라!” 백량산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단호하게 내뱉었다.
우두머리 포두는 허겁지겁 바지를 올리고,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던 병졸들을 발로 차 깨웠다. 관도조차 챙기지 못하고 관모도 비뚤어진 채, 절뚝거리며 골목 밖으로 줄행랑을 쳤다.
‘좋은 일은 끝까지 마쳐야 한다’는 말처럼, 일행은 의논 끝에 여자를 깨워 자초지종을 묻고 안전하게 거처를 마련해 준 뒤 가족을 찾아주기로 했다. 원호문이 여자를 부축하자, 이명지가 보따리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 열어 향을 맡게 했다. 그 향이 콧구멍을 뚫고 뇌리에 스며들자 여자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알고 보니 그녀는 농부가 아니라, 귀하디 귀한 동평부 부호의 딸 ‘임홍아’였다. 몽골 기병을 피해 하남으로 피난하다 가족과 헤어졌고, 도적들의 계획에 걸려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이 사람들이 구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감히 상상하기도 싫었을 것이다.
여자는 일어나 절을 올리며 여러 은공들께 감사를 표했고, 백량산(柏亮山)은 포권(抱拳)하여 답례하며 말했다.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 아가씨께서 꺼리지 않으신다면 함께 장(張)대인 댁으로 가시지요. 상당공(上党公)께서는 어질고 의로우시니 반드시 아가씨의 가족을 찾아주실 것입니다.”
그 도사가 그 말을 듣고는 하하하 소리 내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어쩐지 그렇더라니! 알고 보니 모두 장 어른의 초청을 받으셨군요. 이 가난한 도사가 참 어리석었소이다.”
세상에 하필 이런 공교로운 일이 다 있을 줄이야. 원호문(元好問)과 이명지(李明之) 또한 크게 놀랐고, 도사는 곧 어떻게 성안에 들어와 두 도둑을 마주치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뒤를 쫓아가 가로막고 손을 썼는지 그 전후 원인을 사람들에게 털어놓았다.
홍아(紅兒) 아가씨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도사에게 정중히 절을 올렸고, 도사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몹시 부끄러워하여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하여 몇 사람은 일행이 되어 서로 웃고 떠들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숨어있던 두 도적, 임합마와 녕모금은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틈을 봐서 무기를 챙겨 뒤를 쫓았다. 사람들이 골목 입구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뒤에서 차가운 바람이 몰아쳤다. 도사가 재빨리 소매를 휘둘러 철정을 막아냈고, 백량산이 몸을 돌려 방어태세를 취했다. 임합마는 원호문을 향해 공격하는 척하다가 곧장 임홍아를 낚아채려 했고, 이를 막으려던 백량산의 옷소매에 세 줄의 손톱 자국이 깊게 남았다.
백량산은 즉시 왼손을 뻗어 적의 머리를 노렸으나, 이는 임합마의 간교한 계략이었다. 임합마는 “아직도 목숨이 남아 있을까?”하며 손에 독이 묻은 암기를 숨긴 채 백량산과 정면으로 손바닥을 맞대었다. 그리고 그 반동을 이용해 두 도적은 미리 준비해둔 밧줄을 당기며 담을 넘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경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뒤쫓을 틈이 없었다.
백량산은 이때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 임합마와 장을 맞댄 왼손바닥은 뚫린 채 피가 첡철 흘러내렸고, 시퍼런 독기가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얼굴이 시퍼렇게 되어 힘겹게 “빨리… 장 대인 댁으로…”라는 말을 남기고 의식을 잃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