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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산야화] – 루비(Ruby, 茹碧)

이덕부(李德孚)

【의산야화】루비(Ruby, 茹碧)

글 / 옥림(玉琳)

【정견망】레슬리(Leslie)는 오래 전부터 나를 찾아오던 환자인데 한동안 만나지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진료소에 와서는 자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녀는 처음에는 근육통과 실면(失眠)증을 호소하더니 나중에는 관절통까지 호소하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온몸이 불편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도 암(癌)으로 투병 중인데, 나중에 넘어져서 골반뼈가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남편마저 급성 요추(腰椎) 염좌가 생겨서 침대에 누워 움직일 수도 없으며 지금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내게 의혹을 가져다 주었고, 문득 그녀의 집안에 무언가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어서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하루, 그녀는 집에서 일어난 괴이한 일들에 대해 전부다 내게 털어놓았는데, 자신의 9살 난 딸을 언급하다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루비는 다른 아이와 달리 노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친구도 없어요. 하루종일 자기가 빨리 성장해서 다른 사람들의 운명을 감정해주기를 바라는 아이랍니다. 수업이 끝나기만 하면 책가방을 팽개치고 길거리에 좌판을 설치하고는 사람들에게 풍수(風水)를 설명해주거나 관상(觀相)을 봐주거나 또는 운명을 추산(推算)해 주는데……”

“그래요, 거기가 어디죠?”라고 묻자,

“바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호숫가 근처의 운동장 옆이에요.”

나중에 나는 시간을 내어 그곳에 가보았는데,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뜻밖에도 이 작은 여자아이는 자신의 가판을 펼쳐놓았는데, 가판의 사방에는 동화 속에나 나오는 것들로 현란하게 장식을 했다. 그리고 가판 한편에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글씨체로 “당신의 과거와 미래 및 당신의 운명과 행복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썼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의외로 그녀에게 운명을 감정하려고 여러 사람이 줄을 서서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호기심이 생겨 줄을 서서 관찰해보았다.

첫 번째 노파가 묻기를 “우리 강아지 바비(Bobby)는 지금 15살인데, 의사말로는 자신은 치료할 방법이 없고 오래 살기 힘들다는데, 내가 그 녀석을 포기해야하는지 아니면 다른 병원에 가봐야 하는지 알고싶어.”라고 했다.

루비는 “당신과 그 개와의 인연은 이미 끝났으니 더 이상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요. 얼마 남지 않은 개와의 날들을 소중히 여기고 편히 살다 가도록 해주세요!”라고 대답했다.

두 번째는 60여세 정도 되는 중년부인이었는데, 그녀의 관심사는 자신의 퇴직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은행에 저금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좋은가였다. 질문하는 그녀의 표정은 아주 경건하여 사람들을 감동시킬 정도였는데 마치 교회에서 목사에게 말하는 것같았다.

루비의 대답은 자칫하면 안경을 떨어뜨릴만큼 나를 놀라게 했다. “부인, 돈이란 것은 태어날 때 가져올 수도 없고 죽어서 가져갈 수도 없으니 어디에 두던지 별 차이가 없답니다. 빈궁(貧窮)하고 집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해보세요. 그들은 돈이 더 필요하니까요.”
그녀는 수중에 있던 자신이 만든 화려한 카드를 보면서 아주 엄숙하면서도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당신이 그 돈을 은행에 저금한다면 은행에는 전문가가 많이 있고 또 비용도 적게 들어갑니다.” 루비의 어린이 특유의 말투에도 불구하고 그 부인은 아주 진지하게 듣고 있었으며 조금도 우스운 표정이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이에게 25센트 동전 2개를 주고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겨우 물어본다는 것이 “루비야! 학교숙제는 다 했니?”라고 했다.

그녀는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손에 자신이 직접 그린 카드를 꺼내고는,
“아! 당신은 우리 엄마의 주치의(主治醫)군요. 나는 숙제를 다했는데 당신은 무슨 문제가 있어서 나를 찾아왔나요?”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응대했다. 찰나지간에 나는 그녀가 왜 이런 곳에서 점을 쳐주고 있으며 또한 사람들이 왜 줄을 서는지 그 이유를 명백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성숙한 원신(元神)이 나이 어린 생명을 주재(主宰)하고 있는 것으로, 그녀의 나이와 지식은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래! 너는 이미 다른 사람들의 질문에도 답을 했으니까 내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겠구나. 그러면 왜 너희 엄마와 아빠의 몸이 최근에 그렇게 나쁘게 되었니?”
“왜 너희 집 식구 4명 중에 3명이 모두 이런 엄중한 병에 걸렸니? 너는 나한데 그 원인을 알려줄 수 있겠니?”라고 물었다.

루비는 즉시 카드를 하나 찾아냈는데 그 카드에는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최후에 그녀는 탄식하면서 말하기를 “그들의 정신적인 부담이 너무 큰데다가 생활도 아주 어렵기 때문이에요. 당신도 보다시피, 나도 여기서 그들을 돕고있잖아요. 어떨 때는 하루에 3달러를 벌 때도 있어요.” 하면서 그녀는 내게 작은 꽃을 그린 종이 상자에 들어 있는 동전들을 보여주었다.

이에 나는 다시 “루비야! 너는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있니?”라고 물었다.

“그야 신(神)이 만들었죠.”그녀는 너무나 분명하게 대답했다.

“사람이 죽은 후에는 어디로 가니?”

“어떤 사람은 계속 사람으로 되고, 어떤 사람은 동물이나 식물 또는 돌로도 되며, 일부는 허공으로 되돌아가지요. 내가 본 바로는 우리 외할아버지는 죽은 후에 삼촌 집에 전생(轉生)했는데 지금은 내 사촌이랍니다……”

나는 세상의 일체가 이 어린 꼬맹이의 눈에는 너무나 간단하고 명료하다는 데에 아주 놀랐는데, 그녀는 이 일체를 보고 감각할 수 있어서 마치 아무런 미혹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람은 왜 이 세상에 왔니?” 내가 또 묻자

“당신의 결점을 고치고 전생(前生)에 잘하지 못했던 것을 새로 고치기 위해서랍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사람들은 이것을 잘 해내지 못하고, 과거의 잘못을 고친다해도 또 새로운 착오를 더 많이 저지른답니다.” 탄식하면서 그녀가 대답했다.

“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요소들이 너 때문에 부모님께 병을 가져왔다는 걸 알고있니?” 나는 또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게 말하기를, 어떤 때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한 무리 검은 구름이 자신을 따라 집에 가서는 집안에 비를 내리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정말로 내가 집안에 병을 불러온 건가요?” 루비가 물었다.

“그렇단다.”
“만약 이런 검은 물질들을 깨끗이 없애려면 수련(修煉)을 해야만 한단다. 나하고 같이 수련해보지 않을래? 책을 읽고, 연공과 가부좌를 하면서, 수련인이 된다면, 진정으로 명백하게 사람이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알 수 있고 이후에는 더 이상 여러 생에 걸쳐 윤회하지 않아도 된단다. 어때 해볼 의향이 있니?”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좋아요!” 그녀는 눈을 깜빡이면서 “그러면 지금 당장 가르쳐줄 수 있나요?”

그리하여 나는 그녀에게 법륜공 연공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발표시간 : 2003년 6월 7일
문장분류 : 전통한의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zj/articles/2003/6/7/219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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