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淨思)
【정견망】
요 며칠 아내가 장모님을 돌보러 가는 바람에 집에 혼자 남은 나는 몹시 적막함을 느꼈다. 평소에는 내 일만 했는데 이번에는 집안일을 다 맡으니 할 일이 많아졌고 또 남의 잘못을 트집 잡는 게 줄어들었다. 아마도 이 역시 쓸쓸함일 것이다.
입추(立秋)가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일종의 처량한 느낌이 밀려왔다. 이틀간 내 심정에 큰 영향을 받았는데 마치 가족을 잃어버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나의 성장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데다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아 부모님이 늘 말다툼을 하셨다. 때문에 나는 비교적 열등감이 있었고 속으로 늘 어쩔 수 없으며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성인이 된 후로도 가을이나 겨울만 되면 마음속에 일종 처량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매번 서산에 해가 지는 것을 볼 때마다 적막을 느꼈다.
이것은 일종 정(情)의 표현이다. 나는 마땅히 상화(祥和)롭고 평온한 심태를 지녀야 하며 비관적인 그런 감각은 또 진정한 자신이 아니다. 그것을 최대한 억제하자 이미 많이 소실되었다.
사실 수련하면서 이런 것을 감수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고 법 공부 시간도 부족하다. 날마다 뭔가 다 하지 못하고 지나간 것 같고 늘 시간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진다.
수련인에게 있어 정이란 닦아 버려야할 것이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정 속에 있는 것이 이미 습관이 되어 늘 주의하지 못하게 된다. 습관이 된 사물과 관념은 쉽사리 소홀해진다. 마치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불편하면 병이라고 여기며 약을 먹는 것과 같다.
병이 있어 약을 먹는 것을 말하자면 나는 또 어떤 동수가 약을 먹는 것을 본다. 속으로 저래서는 안 됨을 아는데 사실 바로 마음속으로 내려놓지 못한 것이다. 병이 있으면 약을 먹어야 한다는 관념을 고수하니 약을 먹지 않으면 속으로 자신이 없다. 사람 관념의 개변은 수련을 통해 도달해야 한다.
사람이 정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뭐라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수련인에게 있어 정은 하나의 진정한 겁(劫)으로 그 속에서 뛰쳐나오자면 수련에 정진하며 정념을 유지해야만 한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7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