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简体 | 正體 | English | Vietnamese

고독 역시 풍경이다

하우(夏雨)

【정견망】

비가 개니 온통 푸른 이끼
적막한 집에서 낮잠을 깨니
오직 남풍(南風)만이 마치 옛 친구인 양
문을 열고 들어와 책장을 넘긴다.

青苔滿地初晴後
綠樹無人晝夢餘
唯有南風舊相識
偷開門戶又翻書

이 시는 송조(宋朝) 시인 유반(劉攽)의 《신청(新晴–날이 갠 후)•첫수》다. 사람은 친구가 적거나 주류 사회에서 배척당하면 낙담해서 무기력해지거나 심지어 자포자기(自暴自棄)한다. 유반의 이 시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여러 날 비가 내리면 종종 사람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든다. 낮에 날이 개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쉬고 있다. 시인은 낮잠에서 깨어나 푸른 나무 아래 빈 공간을 바라본다. 남풍이 문틈으로 들어와 마치 옛 친구처럼 시인이 보고 있는 책장을 넘긴다.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보인다. 시인은 “남풍”을 “옛 친구”에 비유하는데, 이때 그는 아마 친구와 멀리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시인은 정직(正直)했기 때문에 배척당하고 해임되었다. 그는 궁벽한 곳에 머물고 있다.

“온통 푸른 이끼”는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광경이다. 사람이 많고 발걸음이 많은 곳에는 이끼가 끼지 않기 때문이다. 시인의 ‘낮잠’은 자신이 할 일이 거의 없고 버려졌음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여전히 즐거운데 바람을 벗 삼아 나름의 정취가 있다.

우리가 보기에 시인은 아마 아주 궁벽한 곳으로 쫓겨났으니 당연히 향수병에 걸리고, 불평으로 가득 찬 상태여야 한다. 허나 우리가 본 것은 오히려 여유롭고 자득(自得)한 풍경이다. 사람이 고독 속에서 낙관적인 태도를 여전히 지켜내기란 정말 쉽지 않은 것이다.

시인의 낙관적인 정서는 마치 수련인과 같다. 아마 그는 “도(道)를 닦지 않아도 이미 도(道) 속에 있는”(《전법륜 2》〈도(道)를 닦지 않아도 이미 도(道) 속에 있다〉) 그런 사람일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도를 얻어 원만할 지도 모른다. 이런 종류의 고독은 또한 인생의 일종 경험이자 고험이다.

“낙관(樂觀)”이란 두 글자는 왜 즐거운가?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경계(境界)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36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