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원만 이야기(9) – 이청
작자 : 초명
[정견망] 당 현종은 신선을 흠모하고 도교를 숭배하여 신변에 두 사람의 도인을 두었다. 하나는 엽법선이라 하고 또 하나는 형화박이라고 하였는데, 모두 득도하였으며 전문적으로 천자를 위해 이인(异人, 교정주 – 특별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일이었다. 개원 9년에 이 두 사람은 황제에게 상주를 올리기를, “현재 세 분의 진선(眞善)이 세상에 계시는데 장과로, 나공원, 이청입니다. 이 세 분은 세간의 부귀영화에는 뜻이 없어 조정에서 정성을 들여 초빙해도 올지는 미지수입니다.”라고 하였다. 현종이 듣고 크게 기뻐하여 즉시 관원을 보내 초빙하였다.
여기에서는 이청만 이야기한다. 이때 이청은 이미 원만하였다. 자연히 신성이 영통하여(神性通灵) 조정관리였던 배사(裴舍)가 자신을 데리러 서울을 떠나자마자 이미 알고 있었다. 이청은 사부가 자신에게 말해준 싯귀인 사구게의 마지막 한 구를 생각해 냈다. “선배이둔(先裴而遁)”. 이 배(裴)라는 글자는 배사(裴舍)를 뜻하는 것이라. 둔(遁走)은 도망간다는 뜻이지. 보니 사부가 나에게 시해(尸解)를 하라는 뜻이군. 무엇을 시해라고 하는가? 원래 도가에서 원만할 때 단지 백일비승만 있는 것이 아니고 마치 일반 세인들이 죽는 것처럼 하는데, 단지 일종 지물화물의 형식으로 물건을 이용하여 자신의 육신역할을 하게 하는데 화물의 형식은 오래가지 않아 원래대로 회복되기 때문에 시해한 도인은 늘 사후에 매장을 요구한다.
이청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신변에 있는 제자에게 “오늘 약방을 오래 열지 마라. 오시에 너희들과 고별해야 한다.”고 말해 제자들이 깜짝 놀라 “사부님 어떻게 갑자기 이런 말을 하십니까?” 이청은 “내 죽음이 왔으니 어찌 억지로 남겠는가. 너희들은 나를 위해 관을 사서 내가 기절하거든 바로 관에 넣어 못으로 박고 절대 내일까지 기다리지 말라. 내 가게의 일체 물품은 이웃에 있는 금대랑에게 보내라. 70년 동안 내내 그를 돌보았다.” 이에 모두 명을 받들어 급히 관을 사는 등 간신히 준비를 완료했다. 유독 이웃의 금대랑은 연세가 비록 89세지만 오히려 근골이 강건해 걷는 것이 나는 것 같았는데 오늘 오경에 시골에 가서 자리에 없었다.
이청은 목욕재개를 하고난 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들어가 제자들은 긴장하여 따랐다. 이청은 “너희들은 가서 금대랑이 안 왔는지 가보아라. 작별인사를 해야 하고 또 70년 교분을 망칠 수 없지.”
제자들은 말을 듣고 모두 밖으로 나가 금대랑을 찾아보았으나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잠깐 떠난 사이 방에 들어가 이청을 보니 이미 죽어버렸다. 제자들은 어떤 사람은 통곡하여 눈물을 흘리고 어떤 사람은 심성이 옳지 못하여 혼란을 틈타 재물을 훔치려고 하였다. 난리가 난 후 이청의 말대로 시체를 수습하여 관에 넣고 못으로 박아 점포에 두었다. 이청은 79세에 약방을 열어 올해 나이가 140의 고령인데 이렇게 가자 순식간에 청주성의 대부분에 소식이 전해져 고객들은 모두 나와 조문하였다.
조정명관 배사가 청주 경내로 들어오자 현지의 관원과 노인들이 열을 지어 영접하였다. 배사가 조서를 읽는데, 선인 이청을 모셔오라는 것이었다. 노인들은 “청주 이곳에 이청이라고는 약방을 하는 이청밖에 없는데 연세가 140세가 되어, 어제 병도 없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이외에 무슨 선인 이청이라고는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이 배사는 원래 무슨 신선이라는 것을 믿지 않아 이청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원망을 금할 수 없었다. “선인이면 어찌 죽을 수 있는가. 그는 죽었으니 신선이 아니군. 하지만 140세까지 사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인데… 그래도 내가 이렇게 고생스럽게 찾으러 왔는데 오히려 일찍 안 죽고 내가 오자마자 죽었으니 황제에게 어떻게 복명하지!”하며 걱정이 태산같았다.
이청의 이웃인 금아공은 이날 약초가 가득히 든 포대를 메고 시골에서 돌아왔는데, 사람들이 둘러싸고 말하기를 “아공이 일찍 돌아 왔으면 오랜 친구 이태의와 고별인사를 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하였다. 금노인은 말하길 “그이가 어디 갔는데 작별이라니?” 사람들이 어제 오시에 이미 세상을 떴다고 하자 금노인은 믿지 않고 “아니요. 아니요. 어제 오시에 남문에서 만났는데 어떻게 당신들 무슨 그런 저주스런 말을 하오?” 사람들은 모두 금노인이 귀신을 보았다고 하면서 놀라워했다. 금노인은 “안 믿겠으면 기적을 기다려 보시오!” 집으로 가지 않고 이청의 점포로 뛰어가니 관만 누워 있고 제자들은 표를 달고 많은 고향 친척들은 거기서 조문하고 있었다.
금노인은 오로지 고개만 저으며 “괴상한 일이로다!” 제자들은 말하길 “우리 사부는 어제 오시에 돌아가셨습니다. 당신이 안계시기에 이 영구는 아직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편지 한 장을 넘겨주었는데 “이 점포에 있는 일체 물품을 사부는 당신에게 부탁한다”라고 써 있었고, 노인은 편지를 받고는 보지도 않고 오로지 고개를 저으며 “설마 정말 죽었는가 난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어.” 나중에 사람들에게 말했다. “어제 오시에 난 바로 운문산에서 좋은 약초를 발견하여 멈추어 캤는데, 바로 너희들 사부를 보았네. 무슨 까닭인지 왼발은 신을 신었는데 오른발은 맨발이었다네. 어디 가느냐고 물었더니 말하기를 “운문산에 나의 9명의 도가 사형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며칠 가네”라고 했네. 그리고는 소매에서 편지를 하나 꺼내어 내가 청주에 가면 조정에서 배라는 관인이 올테니 그에게 주어 돌아가 복명하게끔 하여 그의 어려움을 면하게 해주라고 하였어. 현재 아직 서신이 여기 있는데 어찌 사람이 죽었는가?” 그러면서 편지를 꺼내 사람들에게 보라고 주었다.
제자들이 말하기를 “사부는 어제 오시 이전에 약방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어떻게 눈깜짝 할 사이에 운문사에 갈 수 있습니까?” 이웃 사람들은 모두 “그는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사람에게 물건을 부탁할 수 있나. 그리고 조정에서 명관이 그를 부르러 올지 어떻게 아나. 보니 필히 진짜 신선이다.”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노인을 둘러싸고 가서 부모, 관리에게 설명했다. 배사는 근심하고 있었는데, 청주의 관리가 사람들을 이끌고 편지를 들고 와서 이청이 어제 오시에 이웃 금노인에게 부탁하여 보낸 편지라고 하였다. 급히 보니 원래 이청은 배사에게 부탁하여 황제에게 이청은 입궁할 생각이 없으며 장과로, 나공원 또한 조정에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천자로서 응당 백성을 사랑하고 근본으로 삼아야 하며 방술을 배워 국가대사를 망치면 안된다고 하였다.
배사는 읽고 나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말하기를 “고서에 적힌대로 신선은 불사인데, 만약 죽는다면 필히 시해일 것이다. 어찌 관을 열어보지 않는가. 만약 빈 것이라면 필시 진짜 신선인 것을 의심할 바가 없다.” 그래서 배사가 청주관리와 이청의 제자들과 함께 관을 열어보니 단지 청죽 막대기 하나와 신발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자료출처 : 성세항언(醒世恒言)>
발표일자 : 2002년 9월13일
원문위치 : http://zhengjian.org/zj/articles/2002/9/13/185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