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荀子) 第二十篇 樂論(악론)』
1.
夫樂者樂也, 人情之所必不免也, 故人不能無樂.
부악자락야 인정지소필불면야 고인불능무악
무릇 음악(樂)이란 즐거운 것이다. 사람의 정으로서는 없을 수 없는 것이니
고로 사람에게는 음악이 없을 수 없다.
樂則必發於聲音, 形於動靜 而人之道 聲音動靜性術之變盡是矣.
악즉필발어성음 형어동정 이인지도 성음동정성술지변진시의
즐거우면 반드시 성음에 나타나고 행동으로 드러나 사람의 도인 성음과 행동은 본성의 작용(性術)변화가 여기서 다한 것이다.
故人不能不樂 樂則不能無形 形而不為道則不能無亂.
고인불능불락 락즉불능무형 형이불위도즉불능무란
고로 사람은 즐김이 없을 수 없으며 즐기면 곧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없고 겉으로 드러나되 도에 맞지 않으면 어지럽지 않을 수 없다.
先王惡其亂也, 故制雅頌之聲以道之, 使其聲足以樂而不流, 使其文足以辨而不諰
선왕오기란야 고제아송지성이도지 사기성족이락이불류 사기문족이변이불시
使其曲直繁省廉肉節奏, 足以感動人之善心, 使夫邪污之氣無由得接焉.
사기곡직번성렴육절주 족이감동인지선심 사부사오지기무유득접언
선왕께서는 그 어지러움을 싫어하셨다. 고로 아송(雅頌 아는 조정의 모임이나 연회에 사용하던 음악이나 가사이고 송은 종묘에서 제사지낼 때 사용하던 음악이다. 즉, 아송이란 정통적인 아악을 말한다)의 소리를 제정해 이끌어주어 그 소리가 즐거우면서도 나쁜 길로 흐르지 않게 하시고 그 문채가 족히 변별되면서도 끊임이 없게 하시고, 그 가락과 장단으로 하여금 족히 사람의 선한 마음을 감동시켜 저 사악하고 더러운 기운이 가까이 할 수 없게 하신 것이다.
단어) 諰: 두려워할 시. 여기서는 쉴 식(息)의 의미.
是先王立樂之方也 而墨子非之奈何
시선왕립악지방야 이묵자비지내하
이것이 바로 선왕께서 음악을 세우신 이유인데 묵자가 부정함은 어찌된 일인가?
2.
故樂在宗廟之中 君臣上下同聽之 則莫不和敬 閨門之內 父子兄弟同聽之
고악재종묘지중 군신상하동청지 즉막불화경 규문지내 부자형제동청지
則莫不和親 鄉里族長之中 長少同聽之 則莫不和順.
즉막불화친 향리족장지중 장소동청지 즉막불화순
故樂者審一以定和者也. 比物以飾節者也 合奏以成文者也 足以率一道
고악자심일이정화자야. 비물이식절자야 합주이성문자야 족이솔일도
足以治萬變 是先王立樂之術也 而墨子非之奈何
족이치만변 시선왕립악지술야 이묵자비지내하
고로 음악이란 종묘에서 임금과 신하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함께 들으면 곧 화합하고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 집안에서 부모 자식과 형제들이 함께 들으면 화합하고 친해지지 않음이 없으며 향리 집안어른들(族長) 중에서 노소가 함께 들으면 화목하고 순종하지 않음이 없다. 고로 음악이란 하나를 살핌으로써 조화를 정한 것이며 사물을 견줌으로써 절도를 수식한 것이며 합주함으로써 문채를 이룬 것이다. 족히 이로써 하나의 도를 따를 수 있고 족히 이로써 온갖 변화를 다스릴 수 있다. 이는 선왕께서 음악을 세우신 근거(術 법칙, 수단)인데 묵자가 이를 부인함은 어찌된 일인가?
3.
故聽其雅頌之聲 而志意得廣焉 執其干戚 習其俯仰屈伸 而容貌得莊焉
고청기아송지성 이지의득광언 집기간척 습기부앙굴신 이용모득장언
行其綴兆 要其節奏 而行列得正焉 進退得齊焉.
행기철조 요기절주 이행렬득정언 진퇴득제언
故樂者 出所以征誅也 入所以揖讓也 征誅揖讓 其義一也.
고악자 출소이정주야 입소이읍양야 정주읍양 기의일야
고로 그 아와 송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과 뜻이 넓어지고 방패와 도끼를 잡고 몸을 숙이고 젖히고 구부리고 펴는 동작을 하면 용모가 웅장해진다. 철조를 행하고 장단을 맞추게 되면 행렬이 바르게 되고 나아가고 물러감이 가지런해진다.
고로 음악이란 나아가면 정벌하고 벌주는 것이요 들어와서는 공손히 읍하고 사양하는 것이니 정주와 읍양은 그 의미가 하나이다.
出所以征誅 則莫不聽從 入所以讓 則莫不從服 故樂者 天下之大齊也
출소이정주 즉막불청종 입소이양 즉막불종복 고악자 천하지대제야
中和之紀也 人情之所必不免也 是先王立樂之術也 而墨子非之奈何.
중화지기야 인정지소필불면야 시선왕립악지술야 이묵자비지내하
나아가 정벌하고 벌주게 되면 곧 명령에 따르지 않는 이가 없게 되고 들어와 사양하면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게 된다. 고로 음악이란 천하를 크게 가지런하게 하는 것으로 중용과 화합의 벼리이며 인정상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선왕께서 음악을 세우신 이유인데 묵자가 이를 부인함은 어찌된 일인가
단어) 간척(干戚): 무무(武舞)를 출 때 사용하는 방패와 도끼.
철조(綴兆): 철은 춤추는 대열에서의 위치를 말하고 조는 나아가고 물러나는 자리를 말한다.
정주읍양(征誅揖讓): 각기 정벌하다, 베다, 읍하다, 사양한다는 의미
4.
且樂者 先王之所以飾喜也 軍旅鈇鉞者 先王之所以飾怒也 先王喜怒皆得其齊焉
차악자 선왕지소이식희야 군려부월자 선왕지소이식노야 선왕희노개득기제언
是故喜而天下和之 怒而暴亂畏之 先王之道 禮樂正其盛者也 墨子非之.
시고희이천하화지 노이폭란외지 선왕지도 예악정기성자야 묵자비지
故曰 墨子之於道也 猶瞽之於白黑也 猶聾之於清濁也 猶欲之楚而北求之也.
고왈 묵자지어도야 유고지어백흑야 유롱지어청탁야 유욕지초이북구지야
또 음악이란 선왕께서 이로써 즐거움을 장식하는 것이요, 군대의 부월은 선왕께서 이로써 노여움을 장식하신 것이다. 선왕께서는 희로가 모두 그 가지런함을 얻었다. 이 때문에 즐거우면 천하가 조화롭고 노여우면 난폭한 자들이 두려워했다. 선왕의 도는 예악이 바로 성대한 것임에도 묵자는 이를 부정했다. 고로 묵자는 도에 대해 장님이 흑백을 모르고 귀머거리가 맑고 탁한 소리를 분별하지 못하며 남쪽에 있는 초나라로 가고자 하면서 북쪽에 가서 구하는 것과 같다.
단어) 군려(軍旅): 군사 (군), 군사 (려)
부월(鈇鉞): 도끼를 말하며 특히 군대에서 군법을 어긴 자를 처단할 때는 반드시 임금이 하사한 부월을 사용했다. 군대 지휘권의 상징이다.
5.
夫聲樂之入人也深 其化人也速 故先王謹為之文. 樂中平則民和而不流
부성악지입인야심 기화인야속 고선왕근위지문 악중평즉민화이불류
樂肅莊則民齊而不亂 民和齊則兵勁城固 敵國不敢嬰也.
악숙장즉민제이불란 민화제즉병경성고 적국불감영야
如是則百姓莫不安其處 樂其鄉 以至足其上矣.
여시즉백성막불안기처 락기향 이지족기상의
然後名聲於是白 光輝於是大 四海之民莫不願得以為師 是王者之始也.
연후명성어시백 광휘어시대 사해지민막불원득이위사 시왕자지시야
무릇 노래와 음악은 사람에게 들어감이 깊고 그것이 사람을 변화시킴도 빠르다. 고로 선왕께서는 삼가 그 문채(형식)를 만드셨다. 음악이 중정하고 화평하면 백성이 화합하며 빗나가지 않고, 음악이 엄숙하고 장엄하면 백성들이 질서가 있어 어지럽지 않게 된다. 백성들이 화합하고 질서가 있으면 군대는 강하고 성은 튼튼해져서 적국이 감히 침략하지 못한다. 이와 같다면 백성들은 모두 그 거처를 편안히 여기지 않음이 없고 그 고을을 좋아하여 그 상(上 즉 임금)에 대해 아주 만족할 것이다. 그런 후에 명성이 이에 드러나고 빛이 이에 커져 사해의 백성들이 우두머리로 삼고자 원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니 이것이 바로 왕자의 시작이다.
樂姚冶以險 則民流僈鄙賤矣 流僈則亂 鄙賤則爭 亂爭則兵弱城犯 敵國危之
악요야이험 즉민류만비천의 류만즉란 비천즉쟁 란쟁즉병약성범 적국위지
如是則百姓不安其處 不樂其鄉 不足其上矣 故禮樂廢而邪音起者 危削侮辱之本也.
여시즉백성불안기처 불락기향 부족기상의 고예악폐이사음기자 위삭모욕지본야
음악이 요염함으로써 험하면 곧 백성들은 빗나가고 오만하며 비루하고 천하게 된다. 빗나가고 오만하면 어지럽게 되고 비루하고 천하면 다투게 되니 어지럽고 다투면 군대가 약해지고 성이 침범을 받아 적국이 위태롭게 할 것이다. 이와 같으면 백성들이 그 거처를 불안하게 여기고 그 고을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 임금에게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고로 예와 악이 무너져 사악한 음악이 일어나는 것은 나라가 위태롭고 모욕당하는 근본이다.
故先王貴禮樂而賤邪音 其在序官也 曰脩憲命 審詩商 禁淫聲 以時順脩
고선왕귀예악이천사음 기재서관야 왈수헌명 심시상 금음성 이시순수
使夷俗邪音不敢亂雅 太師之事也
사이속사음불감란아 태사지사야
墨子曰 樂者聖王之所非也 而儒者為之過也. 君子以為不然 樂者 聖王之所樂也
묵자왈 악자성왕지소비야 이유자위지과야 군자이위불연 악자 성왕지소락야
而可以善民心 其感人深 其移風易俗 故先王導之以禮樂 而民和睦.
이가이선민심 기감인심 기이풍역속 고선왕도지이예악 이민화목
고로 선왕께서는 예와 악을 소중히 하고 사악한 음악을 천시하셨다. 관직에 순서를 매김에 있어서도 “법과 명령을 준수하고 시와 문장을 살피고 음란한 소리를 금함으로써 때에 따라 순종하게 하여 오랑캐 풍속과 사악한 음악이 감히 아악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하셨으니 이는 태사의 일이다.
묵자는 “음악이란 성왕께서 부정한 것이고 유자들이 그것 때문에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하는데 군자는 이렇게 여기지 않는다. 음악이란 성왕께서 즐기시던 것으로 이로써 민심을 선량하게 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쳐 풍속을 바로잡을 수 있다. 고로 선왕께서 예와 악으로 이끄시니 백성들이 화목했다.
단어) 흐를 류(流): 빗나간다는 의미.
두를 영(嬰): 여기서는 성을 둘러싸고 공격한다는 의미.
요야(姚冶): 요염하고 지나치게 꾸미는 것
류만비천(流僈鄙賤): 빗나가고, 오만하며, 비루하고 천하다는 의미
위삭모욕(危削侮辱): 위태롭고 영토가 줄어들며 업신여기고 욕보인다는 의미.
상(商): 여기서는 문장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