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애구(艾蔻)
【정견망 2010년 2월 25일】 명나라 성화(成化) 년간에 허진(許縉)이라는 상서(尙書)가 산동 각 지역을 시찰하다 조주(曹州)에 갔을 때의 일이다. 조주에 이(李) 씨 성을 가진 지주(知州)가 있었는데 업적이 평범하고 오랫동안 승진하지 못해 속으로 불평이 많았다. 그래서 뇌물을 받고 법을 어겼으며 공금을 써서 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건물을 하나 짓고 경루(更樓)라고 이름 붙였다. 사실은 그가 달구경하고 술 마시며 노는데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평소 오만하고 유학에 대해 잘 모르므로 그곳의 유명 학자들은 모두 그를 싫어했으나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허진이 조주에 왔을 때 왕(王)씨 성을 가진 대담한 생원(生員)이 있었는데 이 지부가 뇌물을 받고 법을 어긴 사실을 폭로했고 사사로이 경루를 지은 일도 고소장에 적었다. 허진은 이 사정을 조사한 후 이 지부를 정직시켜 근신하라고 명령하고 조정의 하달을 기다렸다.
그는 사안을 조사하는 중에 조부 창고가 오래되고 협소함을 알고 경루를 고쳐서 창고로 사용하기로 하고 헐라고 명령을 내렸다. 허무는 과정에서 큰 벽돌이 발견되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있었다. “허 관리가 경루를 헐고 이를 고쳐 창고로 만든다. 이 지주의 기를 죽이고 왕지고(王知固)의 기를 살린다.”
허진은 매우 놀라 공사하는 사람들에게 누가 쓴 것이냐고 물었다. 일꾼들은 당초 경루를 지을 때 어떤 미친 도사가 왔는데 어디서 가져왔는지 한 자루 붓을 가지고 와서는 한바탕 우스갯소리를 써놓고 가버렸다고 했다. 허진은 인생의 명은 모두 결정되어 있다는 것을 깊을 느끼며 오랫동안 감탄했다.
나중에 허진은 벼슬길에서 순탄하게 승진했고 고소장을 쓴 생원은 고안현의 지현(固安知縣)이 되었으니 이 또한 왕지고(王知固)라고 한 미친 도사의 예언이 적중한 셈이다. 이 일은 당시 널리 알려졌으며 사람들은 신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출처:《칠수류고(七修類稿)》)
발표시간 : 2010년 2월 25일
정견문장 : http://www.zhengjian.org/zj/articles/2010/2/25/6452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