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운개
【정견망】
송나라 때 무당산(武當山)에 왕(王)씨 성을 가진 도사가 있었는데 도가 매우 높았다. 또 유(劉)선생 역시 도를 부지런히 닦으며 고된 연마를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날 황혼 무렵 유선생이 사는 곳에 갑자기 운무가 일더니 운무 속에서 은은한 깃발이 보였다. 유선생이 급히 나가 영접했다. 얼마 안 되어 한 ‘선동(仙童)’이 구름 속에서 나타나 유선생에게 말했다. “신령(神靈)께서 당신을 하늘로 청하셨습니다.”
유선생은 매우 기뻐했다. 이 때 왕도사가 지나가다 그를 한쪽으로 끌더니 말했다.
“이는 마귀가 사람을 해치려는 것일지 모르니 당신은 조심하고 함부로 믿지 마시오!”
하지만 유선생은 이미 매우 흥분한 상태로 도리어 그를 비난했다.
“이는 내가 평생 공을 쌓아 이제 인연이 이른 것인데 당신이 왜 이 일에 끼어드는가?” 하고는 목욕재계하고 옷을 갈아입고 사람들에게 작별하고는 선동을 따라 가려 했다.
왕도사는 이때 이미 법력으로 그것의 진상을 알았기에 마음이 매우 조급했다. 비록 유선생이 이미 권고를 듣지는 않았지만 그를 구하고 싶었다. 이에 조용한 방을 찾아가 그 속에서 요마를 제거하는 술법을 시술했다. 그가 법술을 펼침에 따라 문득 벽력같이 진동하는 소리가 일어나더니 유선생 문 입구의 선동과 깃발 등은 순식간에 사라져 보이지 않았고 다만 몇십 장에 달하는 기다란 검은 기운이 재빨리 계곡으로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은 멍하니 보며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날이 어두워 계곡 안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사람들이 현장에 가서보니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있고 핏자국을 따라가 보니 계곡의 거대한 바위 아래서 한 마리 커다란 구렁이의 시체가 있었다.
이때야 사람들은 이 구렁이가 요괴로 변한 것이었고 어젯밤 사람들이 본 장면은 구렁이 요정이 변화한 환상이었음을 알았다. 만약 유선생이 정말 따라 갔다면 어쩌면 잡아먹혔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므로 수련하는 사람은 아무리 신기한 현상을 볼 수 있고 다른 공간의 생명과 접촉해 소통할 수 있다 해도 사부를 절대적으로 믿어야 한다. 만약 사부의 배치에 따르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생명을 따라간다면 모두 극히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자료출처:《이견지보권(夷堅志補卷)》)
발표시간: 2012년 9월 14일
정견문장: http://www.zhengjian.org/node/113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