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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협: 고아를 거둬 복을 받다

작자: 진필겸(陳必謙)

【정견망】

저양목(滁陽牧 목은 관직명이다)을 지낸 고옥정(高玉廷)은 효자였다. 그는 관직을 맡은 후 곧 사람을 보내 모친 욱(郁)씨를 모셔오게 했다. 그녀는 나이가 이미 칠십에 가까워 오는 도중 병에 걸렸다. 여관에서 십여 일을 쉰 후에 겨우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으며 다시 저양으로 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욱씨가 내안현(來安縣)의 동산(東山)을 지나게 되었다. 가마 위에서 보니 동산의 경치가 수려하고 삼림이 울창했다. 욱 씨는 가마꾼들에게 가마를 지고 산위로 올라가자고 하여 산에서 반나절을 머물다 돌아왔다. 그런데 욱 씨가 산기슭에 도달할 즈음 인근에서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욱 씨는 잠시 가마를 멈추게 하고 사람을 찾아보게 했다. 그러자 바위 부근에서 20대 여인이 혼자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욱 씨가 그녀를 불러 연유를 묻자 그녀는 “저는 녹운(綠雲)이라고 하며 내안현에 사는 욱 모의 딸입니다. 부모님이 병으로 차례로 돌아가신 후 계모가 저를 좋아하지 않아 매일 욕하고 때립니다. 핍박에 못 이겨 저는 집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지금은 갈 곳이 없어서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욱 씨는 그녀의 두 눈이 충혈 되어 있고 신체도 허약한 것을 보고 측은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말했다.

“나도 욱 씨인데 아들이 저양에서 관직에 있단다. 지금 내가 그곳에 가는 길이니 네가 원한다면 함께 저양으로 가자. 그곳에서 가서 네가 나를 돌봐줄 수 있겠니?” 녹운은 이 말을 듣고는 철퍽하고 땅에 무릎을 꿇으며 “만약 저를 받아주신다면 은혜가 끝이 없겠습니다. 아무리 험한 일을 하는 종이 될지라도 마님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욱 씨는 웃으며 울음을 그치라고 하며 그녀를 데리고 길을 떠났다.

가는 동안에 녹운은 고생을 마다 않았으며 주야로 욱 씨의 시중을 들었다. 욱 씨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만족해했다. 저양에 도착한 후 욱 씨는 녹운의 일을 아들에게 말해주었다. 고옥정이 녹운을 불러 잘 살펴보니 모습이 수려하고 몸도 아담해 나쁜 아이 같지 않았다. 그래서 모친에게 말했다.

“모친께서 기왕 저 아이를 불쌍히 여기시니 몸종으로 삼으시지요!”

그래서 녹운은 고씨 집안에 남게 되었다.

몇 달 후 고옥정의 딸이 어느 주목(州牧 주를 책임진 지방관)의 아들에게 출가하게 되었다. 상대편에서 꽃가마를 든 사람들을 보내왔고 또 나팔을 불며 신부를 맞이 했다.

고씨 집안에서 딸을 보낼 때 꽃가마가 막 청류관(清流關)을 지나는데 갑자기 칼을 든 강도 무리가 나타나 신부를 탈취해 갔다. 그러자 따르던 사람들은 급히 돌아와 이 사실을 보고했다. 고욱정의 아내는 그 자리에서 놀라 기절했고 노모 욱 씨도 얼굴이 창백해졌다. 고옥정도 어쩔 줄 몰라 했으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관원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어떤 사람은, 당장 포졸에게 영을 내려 강도를 잡아야 한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병사를 보내 소굴을 토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옥정은 포졸들이 강도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고 또 소굴을 토벌하다간 자칫 딸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에 고개를 흔들며 두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

이때 노모 욱 씨가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하든 손녀를 다치지 않게 해야 하는데 아이가 강도에게 몸을 더럽히면 우리 집안이 어찌 깨끗하다 할 수 있겠느냐?”

고옥정은 모친이 걱정하는 것을 보고 모친을 위로했으나 자신도 다급해서 어쩔 줄 몰랐다.

이때 문득 연약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녀가 이곳에 온 지 몇 달이 되었고 또 노부인의 큰 은혜를 입었는데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저를 믿어주신다면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

고옥정이 누군가 바라보니 바로 녹운이었다. 그는 쓴 웃음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연약하고 닭 잡을 힘도 없는 네가 어찌 그 흉악한 강도들을 감당하려고 하느냐?”

그런데 녹운이 엉뚱한 말을 했다.

“일이 더 지체되면 안 되니 소녀는 이만 떠나겠습니다!”

그러면서 새처럼 몸을 훌쩍 솟구치더니 나는 듯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데 순식간에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

녹운이 떠난 지 한참 후 욱 씨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이 아이가 나를 따른 지 몇 달이 되도록 뭐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는데 누가 알았으랴, 이런 특별한 아이였구나!”

고옥정은 정확한 영문을 모르지만 감탄했다.

“설마 저 아이가 사람들이 말하는 여자 협객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모두들 반신반의했다.

한밤 삼경이 되어 달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고 물시계 소리만 졸졸 울렸으며 사람들은 조용히 집안에 모두 나무 인형처럼 말도 없이 꼼짝도 않고 있었다. 녹운이 떠나서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때 차를 나르던 어느 종이 화원에서 화분에 부딪혀 꽈당 소리를 내는 바람에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고옥정이 집안에 들어오는 여종을 야단치려 하는데 창문 밖 복도 아래에 어떤 사람이 웃으며 하는 말이 들렸다.

“다행히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리고 또 무엇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곧 녹운이 집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다. 집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일어나 맞이하러 갔는데 문득 보니 녹운이 등에 오옥정의 딸을 업고 고옥정 앞에 도착하여 피곤한 듯 말했다.

“제가 주인님 기대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아씨께선 아무 일 없습니다.”

사람들은 얼른 고옥정의 딸을 받았으며 고옥정은 녹운에게 감사 표시를 하며 앉아 쉬라고 했다. 고씨 부인도 소식을 듣고 깨어났다. 사람들이 딸에게 경과를 물었다.

“강도들이 저를 잡아간 후 검은 천으로 눈과 입을 가리고 얼마나 멀리 갔는지 모르지만 산채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저를 어느 방안에 가두었습니다. 밤이 되자 어느 강도가 들어와 나에게 무례하기 굴어 나는 큰소리를 지르고 극력 저항했습니다. 강도의 힘이 대단히 세어 막기 어려웠는데 갑자기 한 갈래 흰빛이 창문에 번쩍하며 찬 기운을 느꼈습니다. 잠시 후 강도가 손을 풀더니 제 옆에 쓰러졌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는 이미 머리가 잘려 있었습니다. 저는 곧 기절했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릅니다. 눈을 떠보니 이미 여기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듣고 일제히 눈을 녹운에게 돌렸다. 녹운은 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저는 좀 피곤하니 가서 좀 쉬었으면 합니다.”

고옥정은 고개를 끄덕했다. 녹운이 태부인의 방으로 들어왔을 때 태부인이 녹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일가는 모두 네게 감격한다. 한데 알지 못할 일은 너는 왜 그런 절기를 숨기고도 집에 돌아가 원수를 갚지 않느냐?”

녹운이 말했다. “노부인께서 당초 저를 거두셨는데 그런 은혜를 저는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오늘처럼 보답할 기회가 있으니 이제 저의 소원을 풀었습니다. 저는 비록 계모에게 학대받고 집을 나왔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결국 농부 아내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이런 기예를 배우지 못했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마땅히 계모에게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태부인은 탄식했다. “너는 보통 아이가 아니구나!” 그러면서 녹운을 자기의 손자며느리로 삼으려 했다. 녹운이 말했다. “저는 이미 신분이 폭로되었으니 노부인 곁에서 계속 머물 수 없습니다. 여기는 장래 위험이 있을 것이니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태부인은 한번 부르르 떨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니?”

녹운은 한참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아씨를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손녀가 태부인 앞에 왔다. 녹운이 손녀에게 말했다.

“위험이 오는 그 날 모든 것은 아씨의 노력에 달렸습니다.”

손녀가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녹운은 손가락에서 철전환(鐵箭環 반지의 일종)을 벗어 그녀에게 주며 말했다.

“이것을 멀리 던지세요.”

손녀가 반지를 보니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넌 그럼 이제 어디로 갈 거니?”

녹운은 한숨을 쉬더니 조용히 말했다.

“멀리 세상 끝으로 가야죠.”

그리고 녹운은 태부인을 모시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과연 녹운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또 한번 탄식했다.

한달 후 고옥정이 낮에 사무를 다 본 후 참모들과 함께 술을 한잔했는데 술자리에서 또 녹운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검객이라 하며 탄복하고 아쉬워했다. 술자리가 파한 후 고옥정이 부로 돌아와 씻고 자리에 누웠다. 한밤이 되자 과연 한 무리의 강도가 담을 넘어 저택에 침입했다. 그들은 손에 칼을 들고 얼굴은 가렸는데 다 합해 40여 명이었다.

고옥정은 밖에서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일이 생긴 것을 알았다. 조용히 가족을 깨워 위층으로 가서 숨으라고 했다. 잠시 후 강도들이 도처에 사람을 찾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자 위층으로 올라가 찾으려고 했다. 이때 딸이 고옥정에게 말했다.

“전에 녹운이 제게 철전환을 쓰면 재난을 면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때가 바로 지금인 것 같아요.”

그리고 창문으로 다가가서 철전환을 아래층의 강도를 향해 던졌다. 그러자 반지는 순간 한 덩어리 화염이 되어 강도를 덮쳤고 강도들은 마술에 걸린 듯이 그곳에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고옥정은 이때 “강도야” 소리쳤고 잠시 하인, 호위병들이 모두 뛰어들어 강도를 쉽게 잡았다.

다음날 고옥정이 당상에 올라 심문했다.

“너희 도적놈들이 올 때 기세가 흉흉하더니 어째 그리 쉽게 잡혔느냐?”

그러자 강도가 말했다.

“우리가 막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한갈래 흰빛이 번쩍하더니 몸이 굳어버렸고 할 수 없이 잡혔습니다.” 심문이 끝난 후 강도들은 모두 감옥에 갇혀 처형되기를 기다렸다.

몇 년 후 고옥정이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길이다. 가는 도중에 길은 온통 황량한 산이어서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먼 곳에서 일남일녀 두 사람이 오고 있었는데 남자는 발을 절었고 여자는 왜소했다. 그들이 다가와서 고옥정에게 절을 하며 인사를 했다. 고옥정이 자세히 보니 남자는 생소했으나 여자는 녹운이어서 기쁨을 금치 못했다.

녹운이 말했다.

“저도 이제 남편이 생겼습니다” 하며 그 절름발이를 가리켰다.

또 “태부인은 어떠십니까?”라며 안부를 물었다.

고옥정은 태부인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고 딸은 시집을 갔다고 했다. 녹운은 한번 탄식하더니 말했다.

“앞길이 좀 황량하지만 제가 이미 위험을 다 제거했으니 안심하고 가십시오!”

또 태부인의 무덤이 어디 있느냐고 묻고는 곧 사라졌다. 나중에 이 태부인의 묘 앞에는 해마다 제사용품이 놓였다. 고옥정은 녹운이 다녀간 것을 알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본 사람은 없었다.

바로 다음 시와 같다.

천지에 정의가 있어 여자 영웅이 휙 나타나네

일신에 기예를 배워 매보다 더 빠르다네

예리한 검으로 악을 제거하여 은혜에 보답하고

큰 새의 웅지를 숨겼으며 부드러운 여심을 지녔네

강호의 협객 세상을 도우고

해마다 제사지내 은정을 잊지 못하누나

天地有正義,颯然出女英

學得一身藝,超卓如神鷹

除惡誠銳利,排難報大恩

隱懷鴻鵠志,柔秉女兒心

仗俠江湖上,濟世且恤民

年年祭主母,念念抒真情

(출처 《연감류함(淵鑒類涵)》)

발표시간: 2012년 10월 8일

정견문장: http://www.zhengjian.org/node/113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