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혜순(慧淳)
【정견망】
항주(杭州)의 민옥창(閔玉蒼) 선생은 평생 관직에 있으면서 깨끗하게 지냈다. 형부낭중(刑部郎中)으로 승진한 후 매일 밤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의 직무를 맡았다. 매일 밤 이경(二更 밤 10시무렵)이 되면 그쪽에서 파견한 사람이 가마를 들고 그를 영접했다. 저승 관청에는 모두 합해 다섯 개의 전각(五殿)이 있었는데 민옥창이 관리한 곳은 그중 다섯 번째 전각이었다. 매번 전각에 오를 때면 판관이 늘 먼저 쇠구슬 한 알을 주었다. 마치 계란 같은데 무게는 한냥이며 뱃속에 삼키라고 했다. 그리고 안건을 심리했다.
판관은 “이는 상제(上帝)께서 만드신 것으로 염라대왕이 저승의 사건을 심사할 때 사사로운 것에 이끌리는 일이 있을까 염려하여 이 쇠구슬을 삼키게 하여 마음을 진정시키게 하신 것입니다. 이는 수천 년 된 관례입니다.”
만일 백성들이 이승에 있을 때, 사사로이 법을 어기는 탐관오리에게모함을 당해 고통스럽고 억울하게 죽어서 저승에 왔는데, 저승에서마저 염라대왕이 사사로운 것에 이끌린다면 백성들은 억울함을 풀 데가 없다.
그래서 상제께서는 염라대왕이 매번 안건을 심사하기 전에 반드시 쇠구슬을 삼켜 사사로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공평한 마음을 유지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때문에 매번 안건을 심사하기 전에 민옥창은 관례에 따라 쇠구슬을 삼켰고 안건을 처리한 후 토해냈다. 이 쇠구슬을 깨끗이 씻은 후 다시 판관에게 주었다.
민옥창은 저승의 공사(公事)를 보고 아침에 일어나면 곧 잊어버렸다. 설사 좀 기억이 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평소 사람들에게 소고기를 먹지 말라고 권하며 불경을 많이 외우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난 이렇게 강조했다.“관리가 되었으면 절대 백성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
갑자기 어느 날 민옥창이 아침에 일어나 가족과 친지들을 다 소집한 후 작별을 고했다.
“이제야 알겠다. 관리가 되면 반드시 깨끗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좋은 일만해서는 소용이 없다. 어젯밤 사촌 동생 이모(李某)가 죽어 그의 혼이 저승으로 압송되었다. 판관은 그가 평생 관리로 지내면서 나쁜 짓을 한 것을 내게 전부 보고하며 지옥에 보내라고 말했다. 나는조사한 후 그의 죄를 문서로 만들어 동악대제(東嶽大帝)에게 보내 시행해야 했다. 나는 그것이 괴로워서 명패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재삼 이모에게 눈치를 주었다.이모는“평소 소고기를 먹지 않았으며 관리로 있을 때 몰래 소를 잡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공덕으로 자신의 죄를 상쇄하려는 듯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판관은 오히려 반박하며 말했다. “금수에 은혜를 베푼 것으로 사람에게 잔혹하게 대한 죄를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것은 소용 없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인육(人肉)을 먹으며 사람의 피를 빨았느냐?”
이모는 변명했다.
“저는 결코 인육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판관은 “백성의 고혈이 바로 인육이다. 네가 탐관오리가 되어 많은 사람의 고혈을 마셨으니 소고기를 먹지 않았다 한들 소용이 있겠느냐? 잘 생각해보라 작은 선행로 큰 죄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
이모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가 평소 불경(佛經)을 암송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의 제목을 손바닥에 써주며 손을 내밀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는 뜻밖에도 하나도 외우지 못했다. 내가 그를 대신해 몇 구절을 외우자 그 자리에 있던 많은 관리들이 다 같이 꿇어 앉아 들었으며 서쪽에서 붉은 구름 같은 것이 날아왔다. 하지만 내 뱃속의 쇠구슬이 뱃속에서 솟아올라 좌충우돌하여 창자가 갈라지는 듯했다. 나는 아파 견딜 수 없었다. 급히 (사사로운 정 때문에 사용하지 않으려고 원래 책상 위에 두었던) 명패를 들고 붉은 붓으로 문구를 고쳐 하급 관리에게 이모를 지옥에 쳐넣으라고 말했다. 그러자 바로내 창자 속에 있던 쇠구슬이 안정을 되찾았다. 나는 다른 사건들을 마저 심리하고 비로소 돌아왔다.”
친지들이 이에 대해 물었다. “그렇다면 소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민옥창이 대답했다. “먹을 수 있느냐 먹을 수 없느냐에 달렸다.”
그 도리를 묻자 그는 “이 일은 아끼는 종이에 쓴 글자와 같아 성인은 이 규약을 금지 범위에 넣지 않았고 다만 농업을 중시하고 글을 중시하려는 마음만 확대하며 같은 사물로 비교 추론 하며 공동의 본질을 알려줄 뿐이다. 고기를 금하는 것은 인자한 것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라. 누에가 실을 토하는데 천자는 이것으로 백성들이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의 공로는 소보다 더욱 크며 목숨은 소보다 더 중한데 무엇 때문에 그것을 삶아서 내장을 빼내고 삶아 먹어도 한 사람도 그것을 위해 억울해하며 그것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사람이 없다. 무슨 까닭인가? 이것은 천지의 원칙이다. 바로 사람이 귀하고 축생은 천하며 정리가 상응하는 일이다. 따라서 관리가 되면 반드시 청렴공정해야 한다. 백성을 착취하는 것은 바로 인육을 먹는 것으로 죄가 지극하다. 다른 어떤 착한 일을 해도 백성을 착취한 이 큰 죄를 상쇄할 수 없다.”
자료출처 : 청나라 원매(袁枚)가 저술한 《자불어(子不語)》
발표시간: 2014년 3월 27일
정견문장: http://www.zhengjian.org/node/128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