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화한
【정견망】
삼국지의 조조와 원소는 한때 동료이자 친구였다. 조조는 원소 가족의 실패와 몰락을 불쌍히 여겨 직접 원소의 묘소를 찾아 조문하고 통곡했다.
조조는 또한 원소의 미망인을 위로하며 원소의 재산을 그녀에게 돌려주었으며 각종 용품을 내렸고 때 맞춰 원소의 아내에게 양식, 옷 등을 보내어 친구로서 의리를 다했다.
조조는 원소를 제거한 후 북방의 큰 영토를 얻었다. 한 헌제는 그를 기주목에 봉해 새로 얻은 지방을 다스리게 했다.
곽가가 조조에게 말했다. “사람을 쓰려면 그 지역 사람을 써야 합니다. 본지인이 해당 지역의 관리가 되면 인심을 아우르기 쉽습니다.” 조조는 이 말에 찬성해 원상의 부하였던 최염을 찾아가 기주별가를 맡아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다. 조조는 전체 주와 군의 호적을 다 조사해보고는 최염에게 말했다. “기주는 매우 큰 주인지라 인구가 정말 많군, 30만 대군을 징발할 수 있겠군.”
최염은 이마를 찌푸리며 매우 언짢아하며 말했다. “명공(조조)의 생각은 제가 감히 칭찬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천하는 사분오열 되어있고 원씨 형제는 서로 싸움이 끊이지 않아 기주의 백성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명공은 한나라 황실의 조정을 주관하고 계시니 백성의 불행을 동정해야 합니다. 그들을 이 진흙탕에서 끌어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방금 임명되셨는데 백성의 큰 일은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병력을 동원할 숫자만 계산하시니 기주사람들의 고생이 훤하지 않습니까?”
조조는 그 말을 듣고 가책을 느껴 그 즉시 최염에게 사과하고 자기를 일깨워 주어 고맙다고 했다.
조조는 이어서 원담을 쳐부수고 남파성으로 진주했다. 왕수는 원담의 운량관이었는데 주공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통곡하며 즉시 조조를 찾아와 주인의 시체를 거두어 가겠다고 요구했다. 일이 끝난 후 다시 조조를 따라서 계속 양식을 운반했다.
이때 각 주, 현에서 이미 다 투항했지만 오직 낙안 태수 관통만이 투항을 거부하다 포로가 되었다. 조조는 왕수에게 지시하여 관통의 수급을 가져오라고 했다. 왕수는 낙안에 도착하여 감옥에 있는 관태수를 찾아서 밧줄을 풀고 남피로 데리고 와서 함께 조조를 배알하며 말했다. “관태수가 투항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직책에 충실한 것이니 마땅히 표창해야 합니다. 제가 낙안에 도착하여 제멋대로 주인 행세를 하여 그를 석방했고 살려서 주군을 뵙게 했으니 명공께서 죄를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조조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으며 “그대가 나를 위해 의사를 한 명 구했도다.” 즉시 관통을 사공록에 임명해 자기 주변에서 일을 하도록 했다.
조조는 군대를 돌려 읍성으로 돌아갔으며 즉시 당시의 문장가 진림을 만났다. 원래 진림은 원소의 부하로 문건을 초안하는 일을 맡았다. 관도대전 이후 그는 원소를 도와 조조를 성토하는 격문을 썼다. 조조가 이 글을 받았을 때 마침 두통이 있어 침상에 누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서리가 격문을 읽어주었는데 다 읽기도 전에 그는 펄쩍 뛰어 일어났다. 두통도 나았으며 자연적으로 자극을 받아 주의력이 갑자기 변하게 되었다. 이는 그럴 것이, 진림의 문장은 조조의 죄를 폭로했을 뿐 아니라 그의 선조 3대까지 뒤집어내었으며 전권을 쥐고 흔든 조조의 할아버지 태감 조등까지 건드렸기 때문이다. 원소의 실패 후 진림은 조조에게 투항했으며 이번에 전적으로 접견했는데 아마 기용되기를 터놓고 이야기 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앉은 후 조조가 다짜고짜 물었다. “진군의 문필은 지극히 좋아 탄복했소. 다만 너무 덕이 부족하오. 나를 성토하는 것은 무슨 큰 죄가 아니지만 어찌 선조 3대까지 욕을 한단 말이오?” 진림은 연신 사죄했다. 조조는 그가 매우 간절한 것을 보고 다시는 추궁하지 않았으며 그와 원우 두 사람을 불러 사공부의 관직을 맡아 계속 문건을 기초하는 일을 맡도록 했다.
자료출처: 사마광의 《자치통감》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155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