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육진
【정견망】
상당(산서성 동남부의 지명)사람 포선(鮑宣)은 자(字)가 자도(子都)로 일찍이 사예교위를 지냈다. 젊었을 때 업무 차 수도에 가는 도중 서생을 한명 만났다. 그 서생은 독신으로 일행이 없었는데 갑자기 심장에 통증이 생겼다. 포자도가 보고는 즉시 수레에서 내려 서생을 안마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곧 죽어버렸다. 포자도는 이 서생의 이름이나 사는 곳이 어딘지 전혀 몰랐다. 그의 짐을 뒤져보니 흰비단에 쓴 편지 하나와 열냥의 은자가 있었다. 포자도는 한냥을 장례비용로 쓰고 남은 아홉냥의 은자는 서생의 머리 아래에 받쳐놓고 비단 편지는 복부 위에 두었다. 그리고 통곡하며 제사 지내고는 말했다. “만일 당신의 혼이 안다면 당신 집안 식구를 보내어 당신이 여기서 죽은 것을 알아야 할 텐데. 나는 공무가 있어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네.” 하고는 고별하고 떠나갔다.
포자도가 경성에 도착하니 한필의 준마가 늘 자신을 따르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말에게 접근할 수 없었고 유독 포자도만 접근할 수 있었다. 포자도가 일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길을 잘못 들어 어느 관내후의 저택 앞에 도착했다. 말도 그를 따랐다. 이때 날이 이미 저물어 포자도는 여기서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을 만나기 전에 포자도는 먼저 소리쳐 하인을 불렀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표(현재의 명함 비슷한 것)를 밀어 넣었다. 하인이 문을 나갔을 때 말이 포자도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후작에게 말했다. “밖에서 한번 만나뵙자고 하는 그 손님이 우리 집에서 잃어버린 말을 훔쳤습니다.” 하고는 그 이름표를 바쳤다.
후작은 이름표를 보고는 “내 듣자하니 포자도는 상당 일대의 고결한 선비로 알려져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무슨 연고가 있을 것이다.”
이리하여 밖에 나가 포자도를 접견하고는 물어보았다. “어디서 이 말을 얻은 것이오? 그건 바로 우리 집에서 얼마 전 잃어버렸던 말인데.” 포자도는 “작년 제가 경성에 공무를 처리하러 가는데 길에서 서생을 하나 만났습니다. 그가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더니 죽어버렸습니다.”라며 자세히 말해주었다. 또 말의 유래도 있는 그대로 말했다.
후작이 이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이구, 그 서생이 바로 제 아들입니다!” 그러고는 얼른 사람을 보내 상여를 맞이했다. 관을 열어보니 포자도의 말대로 9냥의 은자와 편지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후작은 매우 감격했고 온 가족이 조정에 나가 황제에게 포자도를 천거했다. 이리하여 포자도의 명성이 천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자료출처: 《열이전(列異傳)》)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157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