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일연
【정견망】
암암리에 일체는 정해진 수가 있다. 어떤 사람이 이름을 고쳐 과거에 붙었고 꿈속에서 또 누군가 미혹을 알려주는 이가 있었다.
두로서(豆盧署)의 원래 이름은 보진(輔真, 즉 두로보진 4자 이름)이었다. 그는 과거에 낙방한 후 신안(信安 지금의 절강성 구주)에 유람을 나갔다. 그는 직접 지은 시문을 가지고 군수인 정무첨(鄭武瞻)에게 인사를 드리러갔다. 정무첨은 그를 정중히 대하며 며칠간 머물게 했다. 어느 정도 친해진 후 정무첨이 말했다. “당신은 복성이라 그것으로는 두 글자 이름을 짓기가 어렵습니다. 개명하는 것이 어떠신지요?” 두로서는 몸을 일으켜 감사드리고 개명을 부탁했다. 정무첨은 著, 助, 署 등 몇 글자를 썼다. 그리고는 말했다. “당신 친척과 이름이 겹치지 않도록 이 몇 글자를 써보았으니, 직접 골라보세요.”
그날 밤 두로서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서 말했다. “군수가 당신에게 개명을 해준다고 들었소. 당신은 네 번 시험을 보아야 중방에 붙을 것이오. 사자(四字)가 가장 좋소. 20년이 지나 당신은 이곳 군수가 될 것이오.” 또 노인은 빈터를 가리키며 “이 땅에 정자를 하나 지을 수 있소.” 깨어난 후 두로서는 생각했다. “四者(역주: 중국어에서는 발음이 같으면 뜻이 통한다고 본다. 字와 者의 발음이 비슷한데서 착안한 것)”란 바로 署자가 아닌가? 그래서 그의 이름을 署로 바꿨다.
2년간 과거를 봤지만 중방에 붙지 못하자 그는 꿈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 일을 아는 사람들이 그를 놀리곤 했다. 이어서 또 2년 동안 시험을 보았는데 마침내 중방에 붙었다. 계산해보니 개명 후 네 번째 시험이었다. 대화(大和) 9년 두로서는 비서소감(秘書少監)에서 구주자사(衢州刺史)로 임명되었다. 임명된 후 군 내외를 순시하다 꿈에서 말한 그 빈 땅을 발견하고는 그곳에 정자를 짓고 ‘정몽정(征夢亭)’이라 이름 붙였다.
자료출처: 《전정록(前定錄)》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44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