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이원(李元)
【정견망】
옛사람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출생하기 전에 이미 사망 시간 및 일생의 부귀영화도 마찬가지로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고정된 것은 아니다. 만약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 되면 수명이 줄거나 부귀영화를 잃을 수 있다.
《선실지(宣室志)》에 루사덕(婁師德 630-699년 당나라 시기의 대신)이 지옥을 여행한 이야기가 나온다.
루사덕이 일반 백성이었을 때의 일이다. 꿈에 자색 옷을 입은 사람이 침상에 다가오더니 절을 두 번 하고는 말했다. “당신의 병은 곧 좋아질 겁니다. 먼저 저를 따라 한번 다녀가십시다.”하며 그를 끌고 나갔다. 갑자기 루사덕은 자기 힘이 매우 세어지고 걸음이 민첩하며 병이 이미 나은 것 같았다. 몇 리를 걸어갔는데 어느 관부가 보였고 주위에는 관졸들이 서 있는데 문은 붉은색이었으며 상당히 높았다.
자색 옷을 입은 사람이 말했다. “여기는 지부(地府 저승)의 안마당입니다.” 루사덕은 깜짝 놀라 말했다, “저승의 안마당이 왜 인간 세상에 있나요?” “저승의 길과 이승 사람들의 족적은 원래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루사덕이 마당에 들어서자 관졸들이 얼른 한쪽으로 피했다. 그는 빈방 하나를 보았는데 ‘사명서(司命署)’라는 현판이 있었다. 그는 그곳은 무엇을 담당하는 곳인지 물었다.
대답은 세인의 녹봉 수명 책을 두는 곳이라 했다. 루사덕은 한번 훔쳐보았는데 그 속에는 수천 권의 책이 가지런히 책상 위에 놓여 있고 옆에는 녹색 옷을 입은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이런 사람은 안연(案椽)이라고 불렀다. 루사덕은 그에게 자기에 관한 책을 꺼내볼 수 있느냐고 했다. 안연이 책 한권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그가 보니 책 위에는 자기의 이름이 있었는데 언제 관직에 오르고 언제 승진하는지 일체가 상세히 적혀 있었고 또 85세까지 산다고 되어 있었다. 그는 매우 기뻐하며 안연에게 말했다. “저는 일개 평범한 백성으로 굶어 죽지 않고 얼어 죽지만 않으면 다행입니다. 어찌 이런 사치를 바라겠습니까?”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어떤 음성이 공중에서 내려와 집의 처마를 울렸다. 안연이 말했다. “이것은 하늘의 북이 울리고 있는 것이니 당신은 얼른 돌아가시오. 오래 머물면 안 됩니다.” 이 음성을 듣고 루사덕은 놀라 깨어 비로소 꿈에서 돌아다닌 것을 알았다.
이때 해는 이미 밝았는데 그의 집 옆 절에서 종이 울리고 있었다. 이 종이 바로 안연이 말한 하늘의 북이었던 것이다. 그날 그의 병이 나았다. 나중에 그가 벼슬길로 나아가 승승장구 했으며 그 책에 적힌 대로 되었다. 그는 줄곧 승진하여 서경(西京)의 대원수까지 되었다.
어느 날 누런 옷을 입은 사자가 문 앞에 오더니 말했다. “나는 저승의 관리인데 명을 받들어 왔습니다.” 그는 “나는 내 녹명부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나의 관직이 기재되어 있었고 수명은 85세이며 상태성(上台星 재상)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리 급하게 내 목숨을 가져가려 합니까?” 황의인이 말했다. “당신이 모 관직에 있을 때 무고한 사람을 죽인 적이 있소. 당신의 관직과 수명은 저의 상사가 준 것인데 현재 그의 그곳에는 이미 없습니다.” 말을 마치자 루사덕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누워서 일어나지 못했고 사흘 후 죽었다.
자료출처: 《선실지》에서 발췌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46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