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조혜련(趙慧蓮)
【정견망】
당태종 연간에 한 선사(禪師)가 있었는데 도가 높고 오묘해 남악 형산에 거주했다. 어느 날 갑자기 온몸에 녹색 털로 뒤덮인 사람 같은 괴물이 걸어오더니 스님 앞에 이르렀다. 선사는 속으로 좀 두려웠으며 부엉이 류가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사람 같았다.
스님이 물었다.
“시주는 산신(山神)이요? 아니면 야수요? 또 무슨 일을 하려고 특별히 여기 온 것이요? 빈승은 이곳에 살면서 생령을 건드리지 않았고 이것은 신들도 잘 알 것이요. 신도 나에게 화를 낸 적이 없소이다.”
좀 지나 이 괴물이 두 손을 합장하더니 물었다. “현재는 어떤 왕조입니까?”
스님은 “대당(大唐) 왕조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스님은 진(晉)나라와 유씨의 송나라(劉宋)를 아십니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몇 년이 되었습니까?”
“진나라는 이미 400년가량 됩니다.”
그 괴물이 말했다.
“스님이 고금에 박식하시니 요홍(姚泓, 남북조 시기 후진(後秦)의 마지막 황제)이란 인물을 모르십니까?”
“알지요.”
“내가 바로 요홍이요.”
“제가 전에 진사(晉史)를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선 유유(劉裕, 남조 송나라의 개국황제)에게 체포되어 나중에 강남으로 보내져 건강(建康)의 저자에서 참수되었다고 하던데요. 진사에 따르면 요홍은 진작에 죽었습니다. 어찌 오늘에 이르러 당신 자신을 요홍이라 칭하는 겁니까?”
“그때 내 나라는 확실히 유유에게 멸망했습니다. 유유는 나를 건강으로 압송해 저자에서 죽이려 했죠. 하지만 그가 형을 집행하기 전에 탈출했습니다. 유유는 나를 찾지 못하자 나와 용모가 비슷한 사람을 잡아 대신 죽여 위엄을 세웠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속이고 겁주기 위한 것이었지요. 사실 나야말로 진정한 요홍입니다!”
이에 스님은 요홍과 앉아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다시 묻기를 “사서에 실린 말이 어찌 이리 부실할 수 있나요?”
요홍이 웃으면서 말했다. “스님은 한나라 때 회남왕 유안을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그는 사실 신선이 되어 하늘로 날아올라 갔습니다. 하지만 사마천이나 반고 등은 그가 모반해서 처형되었다고 말하지요. 한나라 역사가 황당하고 부실한 것이 설마 후대 사서보다 더하진 않았겠지요? 이것이 바로 역사가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나는 탈출 후 야산으로 도망친 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신선이 산다는 복지(福地), 은사(隱士)가 사는 조용한 집 등 찾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또 먼 길을 왔는데 이 형산에 오르니 정말 자재롭습니다. 나는 진작부터 익힌 음식을 먹지 않고 그저 솔잎과 잣잎만 먹는데 세월이 오래되니 몸에 이렇게 녹색 털이 자랐습니다. 사실은 이미 장생불사의 도를 얻었습니다.”
스님이 또 물었다. “솔잎과 잣입을 먹으면 어째서 전신에 이런 녹색 털이 자랄 수 있습니까?”
요홍이 말했다. “전에 전진(前秦)의 일부 궁녀들이 인간세상의 전란을 피하기 위해 태화산에 올라가 그곳에 솔잎과 잣입만 먹고 살았는데 세월이 오래되자 온몸에 한 자 이상의 녹색 털이 자랐습니다. 우연히 세간 사람을 만났는데 사람들이 매우 놀랐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태화산을 모녀봉(毛女峰)이라 부릅니다. 당신은 옛사람은 믿는 사람인데 어찌 이런 일은 믿지 않습니까?”
스님이 요홍에게 어떤 음식을 먹는지 묻자 요홍은 “나는 속세의 음식을 안 먹은 지 매우 오래됩니다. 단지 차만은 마실 수 있습니다.”
이에 요홍은 차를 마시면서 또 스님에게 진(晉)과 송(宋, 유송) 역대의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설명해주었는데 손바닥 보듯 환히 꿰고 있었다. 더욱이 일부 사가들이 빠트린 부분이 있어도 그는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스님은 많은 가르침을 얻었고 사람들에게 이 내용을 소개해주어 사람들의 견문을 넓혀주었다. 얼마 후 요홍은 스님과 작별했으며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출처: 《일사(逸史)》)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51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