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라선(羅善)
【정견망】
당나라 때 왕옥현(王屋縣) 주부(主簿 관직명) 공손작(公孫綽)이 부임 몇 달 말에 갑자기 병에 걸려 사망했다. 아직 미처 장례도 치르지 못했을 때였는데 신임 현령이 혼자 대청에 앉아있는데 공손작의 혼백(魂魄)을 보았다. 관복을 입고 있었고 문틈으로 들어왔다. 그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물었다. “나와 당신은 음양(저승과 이승에서)의 길이 다른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오셨소?”
공손작이 말했다. “제가 원통해서 장관(長官 지방관)님을 뵙고 억울함을 풀어주시길 청합니다. 저는 한때 당신의 부하로 있었으며 일하는데 공정하고 부지런했습니다. 청컨대 저를 위해 정의를 바로 잡아주십시오. 제 수명은 본래 끝날 때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희 집의 여자 노비 몇 명이 물건을 훔치기 쉽도록 제게 ‘염고저주술’(厭蠱詛咒術 나무로 사람 모양을 만들어 이름과 사주팔자를 적은 후 그 사람을 저주하는 것. 전통사회에서 저주는 중죄에 해당한다)을 실시했습니다. 저희 집은 하음현(河陰縣)에 있는데 장관께서 옛 정을 생각하시어 몰래 능력있는 관리를 파견하여 공문을 가지고 가서 체포한다면 필연코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집 안채 처마에 동쪽에서 7번째 기와 아래 제 모습의 나무인형이 있습니다. 온몸에 못이 박혀 있고 모양에도 이미 변화가 생겼습니다.” 귀혼(鬼魂)은 이렇게 말을 마치고는 사라졌다.
현령은 매우 놀라 곧 유능한 이졸(吏卒)을 파견해 사건을 조사하게 했다. 그는 공손작이 말한대로 공문서와 서신을 가지고 하음 현령에게 주었다. 하음 현령은 공손씨 집안의 몇몇 노비를 다 체포하고 처마 아래를 조사하니 과연 인형(人形)이 하나 나왔는데 길이는 한척 정도이고 온몸에 못이 박혀 있었다. 나무가 이미 사람의 살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두드리면 괴로운 소리를 내었다. 공손작은 원래 장래 퇴직 후 사용하려고 양식을 저장했는데 이미 다 도둑맞고 없었다. 현령이 노비들을 심문하자 그녀들은 전부 다 자백했다. 그래서 상급관청에 보고하고 이들을 전부 효수(梟首 역주: 죄인의 목을 자른 후 장대에 매달아 그 죄를 널리 알리고 경계하게 하는 처벌)에 처했다.
이 노비들은 자신들의 배를 불리려다 오히려 머리를 잃어버렸으니 본전도 못 찾은 셈이 되었다. 정말 작은 똑똑함이 큰 바보가 된 것이다! 사실 일체 사람을 해치는 적은 모두 작은 똑똑함이 변하여 큰 멍청이가 된 것이다.
(출처 《태평광기》)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5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