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검(李劍)
【정견망】
군체(君體) 제1
[원문해석] 무릇 사람이 나라에 앞서며 나라는 군주의 근본이다. 임금의 몸은 산악과 같아서 높고 험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해와 달과 같아서 곧고 밝으며 널리 비춘다. 억만 백성(兆庶)이 우러러보며 천하가 따르며 의지한다. 그 뜻을 넓고 크게 하면 족히 포용할 수 있고 그 마음을 평온하고 바르게 하면 족히 제어하고 결단할 수 있다. 위엄 있는 덕이 아니면 멀리 이를 수 없고, 인자함이 두텁지 않으면 사람을 품을 수 없다. 구족(九族)을 어루만지되 인(仁)으로 하고, 대신을 접대하되 예(禮)로써 하라. 선조를 받들되 효(孝)로 하며, (높은) 위치에 있어도 공경함을 생각하고, 몸을 기울여 근면히 애쓰며 덕의(德義)를 실천하는 이것이 바로 군주의 체(體)이다.
[원문] 夫人者,國之先;國者,君之本。人主之體,如山嶽焉,高峻而不動;如日月焉,貞明而普照。兆庶之所瞻仰,天下之所歸往。寬大其志 足以兼包;平正其心 足以制斷;非威德無以致遠,非慈厚無以懷人。撫九族以仁,接大臣以禮。奉先思孝,處位思躬,傾己勤勞,以行德義,此乃君之體也。
[백화문 해석] 백성은 나라가 생존하고 발전하는 기초이며 나라는 군왕이 천하를 통치하는 근본이다. 임금이 정치를 하는 종지(宗旨)는 마치 산악처럼 정미로우면서도 높고 커야 하며 구름 위로 우뚝 솟아 위엄이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또 해와 달처럼 대지를 널리 비춰 찬란히 해야 한다. 이것이 군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종지이자 억만 백성이 우러러보는 것이자 천하의 인심이 돌아오는 근거가 된다. 군왕이 나라를 다스릴 때는 마땅히 도량이 넓고 커서 만물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마음이 공평하고 올발라서 시비와 충간(忠肝)을 분명히 가릴 수 있어야 한다.
군왕에게 위신(威信)과 덕행(德行)이 없으면 먼 곳의 사방 오랑캐들이 귀부할 수 없으며 군왕에게 인자한 흉금과 관대한 성품이 없으면 백성들이 은전(恩典)을 느낄 수 없다. 그러므로 인의(仁義)로 황실 친족을 어루만지고 양육해야 하며 예의(禮儀)로 대신을 존중해야 한다. 종묘에서 제사를 거행해 조상을 모실 때는 시시각각 효도를 마음에 두어야 한다. 존귀한 지위에 처해서는 공경한 마음을 지녀야 하며 오만한 태도로 사람을 대해서는 안 된다. 전심전력을 다해 국사에 열심히 집중하고 덕의를 실천하는 이것이 바로 군주의 체가 된다.
[평어] 당태종이 말하는 소위 ‘군체(群體)’란 주로 군주의 덕성을 포함하는데, 군주는 일월(日月)처럼 영명해 천하를 두루 비춰야 하며 산처럼 안정되고 여유가 있어 위태로움에 처해도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군주가 천하를 다스릴 때는 인자한 흉금과 위덕을 함께 사용해야 하며 포용해야 하며 신하와 백성들의 마음이 돌아오도록 품어주어야 한다. 종실(宗室)에 대해서는 인애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대신(大臣)들에겐 예로 상대해야 하고 조상에게는 효도해야 하고 존귀한 위치에 처해서는 공경하며 근면히 정사에 임해 백성을 사랑하고 덕의를 실천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유가에서 중시하는 왕도(王道)와 인정(仁政)사상을 고도로 집약시켜 체현한 것이다.
수(隋)나라가 백성을 학대했다가 망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 당태종은 유가의 민본(民本)사상을 아주 중시했다. 그는 뜻을 세움에 있어 백성을 다스리는 주인이자 백성을 즐겁게 하는 군주가 되어 시종일관 백성들의 안위와 고락을 첫 자리에 놓았다.
당태종은 “천자가 도가 있으면 사람들이 추천해 주인으로 삼고 도가 없으면 사람들이 버려 쓰지 않는다(天子者,有道則人推而爲主,無道則人棄而不用)”(《정관정요》권1)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군민(君民)을 일체로 보고 양자의 상호의존관계를 강조해 군주의 안위와 왕조의 흥망이 민심의 향배와 일치함을 강조했다.
그러므로 “임금이 배라면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君,舟也,人,水也. 水能載舟,亦能覆舟)”는 이념이 정관(貞觀) 시대 군주와 신하들이 군민관계를 처리하는 원칙이 되었다.
바로 정관군신들이 “백성을 어루만져 평온하게(撫民以靜)”하고 백성들이 쉴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생산이 발전하고 경제가 번영을 이루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풍속이 순박해져서 길에 물건이 떨어져도 줍는 사람이 없었고 밤에도 문을 닫지 않았다는 정관의 치라는 태평성세를 이룰 수 있었다.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은 명군(明君)으로서 당태종은 ‘군체’ 방면에서도 말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다. 그는 고상한 덕행과 관대한 흉금으로 군신 사이에 화목했고 함께 천하를 다스리는 좋은 국면을 만들어냈으며 후세 군왕들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모범이 되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3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