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자(吳子)
【정견망】
《서유기》를 읽을 때 수련하려는 마음이 있어야만 비로소 안에 담긴 진실한 원인을 알 수 있다. 기점(基點)이 다르면 같은 문제를 보아도 다른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서유기》는 수련이야기이기 때문에 일부 일들은 수련인이라야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손오공이 천궁에서 처음 얻은 관직이 왜 ‘필마온’이었을까? 이 속에는 분명 도리가 있을 것이다.
손오공이 필마온에 취임한 지 반달 남짓 지난 어느 날이었다. 어마감에서 일하는 관리들이 한가한 틈을 이용해 주연을 베풀었다. 손오공을 환영할 겸 취임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후왕(猴王 손오공)이 갑자기 술잔을 내려놓고 물었다.
“내가 맡은 필마온(弼馬溫 말을 따뜻하게 보호한다는 뜻)이란 이 관직이 대체 어떤 것이냐?”
“관직명 그대로입니다.” 모두가 대답했다.
“그럼 이 관직이 어느 품계에 해당하느냐?”
“품계가 없습니다.” 모두가 대답했다.
“품계가 없다면 아주 높은 벼슬이겠구나.”
“높지 않습니다. 높지 않아요. 그저 미입류(未入流)라고 불리는 겁니다.”
“어째서 미입류라고 하느냐?”
“제일 낮고 가장 작은 품계입니다. 단지 옥황상제의 말만 돌보는 것이죠. 필마온님이 오신 뒤로 이렇게 충실히 일하신 덕분에 말들은 저렇게 살이 쪘지만 결국에는 ‘잘했다’라는 한마디 말만 들을까 말까 하는 정도죠. 만약에 말이 여위기라도 하면 꾸중을 듣게 됩니다. 잘못해서 말이 다치기라도 하면 또 변상하거나 문책을 당해야 합니다.”
후왕이 이 말을 듣고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이상은 《서유기》 제4회)
당시 능력으로 보자면 손오공이 대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미관말직(微官末職)을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은 신이 일부러 이렇게 배치한 것이다. 원인은 수련인은 모두 자신의 명리심(名利心)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뒤에 나오는 일화들에서 우리는 손오공이 체면을 아주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게 바로 명(名)이다. 다른 사람이 몇 마디 칭찬하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렇게 명예를 구하는 마음을 제거하기 위해 일부러 첫벼슬로 미관말직을 준 것이다. 우리가 나중에 볼 수 있다시피 저팔계를 포함해 각종 요정이나 요괴들이 손오공을 욕할 때면 늘 이 ‘필마온’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이 호칭이 손오공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손오공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설사 옥황상제가 그에게 ‘제천대성(齊天大聖)’이란 칭호를 승인했을지라도 수많은 요괴들은 여전히 그를 ‘필마온’이라 불렀다. 오직 수련해서 최후에 ‘투전승불(鬥戰勝佛)’이 되어 수련을 철저히 결속한 후에야 비로소 이 모자를 벗을 수 있었다.
손오공이 수련의 길에서 긴고주를 쓴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필마온이란 호칭이 그의 명리를 어느 정도 제어하는 긴고주로 작용했음은 오히려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수련에 성공해야만 벗길 수 있다. 그러므로 《서유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수련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면의 도리를 이해하기란 아주 어렵다. 왜냐하면 《서유기》 자체가 바로 하나의 수련과정이기 때문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38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