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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선독: 《제범(帝範)》 숭문(崇文) 제12

글/ 천사(天使)

【정견망】

대체로 공이 이뤄지면 음악(樂)을 만들고 정치가 안정되면 예(禮)를 제정한다. 예악(禮樂)의 흥성은 유가(儒家)를 근본으로 삼는다. 풍속을 넓히고 이끎에 문(文)보다 나은 게 없고 가르침을 넓히고 사람을 이끎에 학문보다 좋은 게 없다. 왜냐하면 문으로 도를 융성하게 하고 배움으로 몸을 빛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깊은 계곡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것은 땅이 얼마나 두터운지 모르기 때문이며, 학문을 진지하게 배우지 않는 것은 지혜의 근원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吳)지역 대나무의 품질이 아무리 좋을지라도 좋은 장인을 만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화살을 만들 수 없고 천부적으로 총명함을 타고난 인재라도 배움이 쌓이지 않으면 큰 그릇이 될 수 없다.

夫功成設樂,治定制禮。禮樂之興,以儒爲本。宏風導俗,莫尚於文;敷教訓人,莫善於學。因文而隆道,假學以光身。不臨深溪,不知地之厚;不遊文翰,不識智之源。然則質蘊吳竿,非寡羽不美;性懷辨慧,非積學不成。

그러므로 명당(明堂 고대 제왕이 조회하는 건물)을 설립하고 벽옹(辟雍 학교)을 만든 것이다. 여러 학설을 두루 배우고 육예(六藝)를 잘 연마하면 팔짱을 끼고도 천하를 알아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어도 고금을 비출 수 있다. 멋진 이름과 아름다운 덕행으로 불후의 명성을 남기려면 오직 학문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문술(文術 예악과 유술)이니 나라를 다스림에 이 두 가지를 병용해야 한다.

是以建明堂,立辟雍。博覽百家,精研六藝,端拱而知天下,無爲而鑒古今。飛英聲,騰茂實,光於不朽者,其唯學乎?此文術也。斯二者,遞爲國用。

만약 땅 끝까지 한숨이 날 정도에 이르면 성패는 기세에서 정해지고, 거대한 파도가 하늘에 닿을 정도에 이르면 흥망은 한차례 전투에서 결정된다. 이때에 이르면 무기를 귀하게 여기고 학교를 천시하게 마련이다. 또 천하가 이미 편안해지고 파도와 먼지가 가라앉으면 무덕의 나타남은 위엄을 버리고 문치(九功)의 큰 교화를 펼치게 된다. 이때에 이르면 무력을 경시하고 시서(詩書)를 중시한다. 그러므로 문과 무 두 길은 어느 것도 버릴 수 없으며 시기에 따라 우열이 있고 각자 마땅함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무사(武士)와 유자를 어찌 폐기할 수 있겠는가?

至若長氣亙地,成敗定乎筆端;巨浪滔天,興亡決乎一陣。當此之際,則貴幹戈而賤庠序。及乎海嶽既晏,波塵已清,偃七德之餘威,敷九功之大化。當此之際,則輕甲胄而重詩書。是知文武二途,舍一不可,與時優劣,各有其宜。武士儒人,焉可廢也。

이상 열두 가지는 제왕의 대강이다. 나라의 안위와 흥폐가 모두 여기에 달려 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아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실천이 쉽지 않을 뿐이며 또 실천은 노력하면 할 수 있지만 끝까지 해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폭군만이 나쁜 길을 아는 것은 아니며, 성군만이 선한 길을 보는 것은 아니다. 진실로 대도(大道)는 멀어서 따르기 어렵고 삿된 길은 가까워서 실천이 쉽기 때문이다.

此十二條者,帝王之大綱也。安危興廢,咸在茲焉。人有云,非知之難,惟行之不易;行之可勉,惟終實難。是以暴亂之君,非獨明於惡路;聖哲之主,非獨見於善途。良由大道遠而難遵,邪徑近而易踐。

소인(小人)은 쉬운 길을 따르고 애써 어려운 것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재앙과 실패가 이르며, 군자는 애써 어려운 곳에 처하고 그 쉬운 것을 힘쓰려 하지 않기 때문에 복과 경사가 흘러든다. 그러므로 재앙과 복은 따로 들어오는 문이 없으며 오직 사람이 자초함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잘못을 후회해야만 장래에 닥칠 재앙을 삼갈 수 있다.

小人俯從其易,不得力行其難,故禍敗及之;君子勞處其難,不能力居其易,故福慶流之。故知禍福無門,惟人所召。欲悔非於既往,惟慎禍於將來。

너는 마땅히 성군을 선택해 스승으로 삼되 나를 거울로 삼지 말거라. 위를 본받아야만 겨우 중을 얻을 수 있고 중을 본받으면 그 아래가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높은 덕(上德)이 아니라면 본받을 수 없다. 내가 보위에 오른 후 만든 것이 아주 많았다. 기이하고 화려한 의복, 수놓은 비단과 진주와 옥을 앞에서 끊지 못한 것은 욕심을 막지 못한 것이다. 전각에 화려한 조각을 새기고 높은 누대와 깊은 연못을 파면서 매번 백성들을 노역에 동원한 것은 뜻이 검소하지 않은 것이다. 개나 말 사냥용 매를 좋아해 멀리서라도 반드시 구해온 것은 절약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여러 차례 순행에 나서 백성들을 자주 피로하게 한 것은 자신을 낮추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일들은 나의 큰 허물이니 앞으로는 이런 것들을 본받지 말거라.

當擇聖主爲師。毋以吾爲前鑒。取法於上,僅得爲中;取法於中,故爲其下。自非上德,不可效焉。吾在位以來,所制多矣。奇麗服,錦繡珠玉,不絕於前,此非防欲也;雕楹刻桷,高台深池,每興其役,此非儉志也;犬馬鷹鶻,無遠必致,此非節心也;數有行幸,以亟勞人,此非屈己也。斯事者,吾之深過,勿以茲爲是而後法焉。

하지만 나는 창생을 구제하고 양육했으니 이로운 일을 많이 했고 천하를 평정하는 큰 공을 세웠다. 이익은 많고 손실이 적으니 사람들이 원망하지 않았고, 공은 크고 허물이 적어서 덕이 다 손상되진 않았다. 하지만 진선진미(盡善盡美)한 자취 및 도(道)와 비교해 돌아본다면 실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하물며 너는 작은 공조차 세우지 못했으면서 조상의 인연으로 제위에 오르지 않았느냐? 만약 선(善)을 숭상하고 덕을 넓힌다면 나라는 태평하고 몸이 편안하겠지만, 정욕을 멋대로 하고 잘못을 따른다면 나라는 기울고 몸이 망가질 것이다. 이루기는 느려도 패망하긴 빠른 것이 나라의 기업이요, 잃기는 쉽지만 얻기는 어려운 것이 천자의 지위이니 두렵고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但我濟育蒼生其益多,平定寰宇其功大,益多損少,人不怨;功大過微,德未虧。然猶之盡美之蹤,於焉多愧;盡善之道,顧此懷慚。況汝無纖毫之功,直緣基而履慶?若崇善以廣德,則業泰身安;若肆情以從非,則業傾身喪。且成遲敗速者,國基也;失易得難者,天位也。可不惜哉?

(완결)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43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