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대법제자
【정견망】
《봉신연의》에서 상조(商朝)의 멸망은 하늘의 뜻으로 대부분의 신(神)들이 다 알고 있었고 사람 중에서도 일부 아는 이가 있었다. 그러나 설령 알고 있었음에도 각기 다른 반응이 있었고 심지어 교란하려 했다. 이를 보면 진상을 아는 이들 역시 각기 다른 정도의 미혹 속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 세 요괴를 파견해 상조의 기강을 무너뜨리려 한 여와
“은교는 나중에 봉신방에서 치년태세(值年太歲)가 되고 은홍은 오곡성(五穀星 오곡신五穀神이라고도 함)이 되는데 모두 유명한 장신(將神)이다. 둘이 막 주왕에게 예를 행하는데 두 사람의 정수리 위로 두 줄기 붉은 기운이 하늘로 치솟았다. 하필 여와가 조가 일대를 둘러보다가 이 기운에 가로막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주왕에게 아직 28년의 운수가 남아 있는지라 함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일단 여와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음이 언짢아 채운(彩雲)동자를 불러 후궁에 있던 황금호로를 가져와 섬돌 아래 놓아두게 했다. 호로의 마개를 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호로 안에서 한줄기 흰 빛이 솟구쳤는데 굵기는 서까래와 비슷하고 높이는 네다섯 길이 되었다. 흰 빛의 위에는 오색찬란한 깃발하나가 수천가닥의 상서로운 기운을 내비치고 있었으니 바로 초요(招妖 요괴를 부르는 깃발)였다.
잠시 후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으스스한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났다. 사방이 먹구름에 덮이면서 몇 줄기 바람이 스치더니 천하의 요괴들이 모두 여와궁으로 달려와 법지(法旨)를 기다렸다. 낭랑은 채운동자에게 각처에서 온 요괴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오직 헌원묘에 있던 세 요괴만 남게 했다.”
2. 목검으로 요괴를 제거해 상조를 지키려 했던 운중자
이때 운중자는 아직 종남산으로 돌아가지 않고 조가에 남아 있었는데 문득 요사한 기운이 다시 일어나 궁중을 비추는 것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했다.
“나는 그저 이 검으로 요사한 기운을 줄여 성탕(成湯 상조)의 맥락을 조금 연장하려 했건만 뜻밖에도 대수(大數 하늘의 뜻)는 이미 정해져있으니 내 검이 불태워졌구나. 첫째는 성탕의 왕조가 멸망해야 하고 둘째는 주나라 왕실이 흥성해야 하며 셋째는 신선이 큰 겁난을 만나야 하고 넷째는 강자아가 인간세상에서 부귀를 누려야 하며 다섯째는 여러 신들이 봉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구나. 됐다! 됐어, 됐다! 그래도 빈도가 산을 내려왔으니 24글자를 남겨 후인들에게 증거로 삼게 해야 겠구나.”
그리고는 사천대 두원선의 집 담에 시를 남겼다.
요기가 궁정을 난잡하게 어지럽히니
성스런 덕(德)이 서토에서 일어났네.
조가가 피로 물드는 것을 알려면
무오년 갑자일이 바로 그날이로다.
妖氣穢亂宮廷,聖德播揚西土
要知血染朝歌,戊午歲中甲子
3. 신(神)도 반(半)미혹 속에 있어
사실 여와는 상조에 아직 28년의 기운이 남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세 요괴를 파견해 조정의 기강을 망쳐 상조의 멸망을 가속화하려 했다. 운중자 역시 상조가 멸망하는 시간을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상조를 보호하려 했다가 마찬가지로 헛되이 돌아와야 했다. 상조의 멸망을 가속화 하려 했든 아니면 상조를 보호하려 했든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상조의 멸망 시간은 여전히 최초의 배치에 따랐다.
물론 원시천존 역시 알고 있었지만 강자아에게 전부 다 알려주지는 않았다. 문왕(文王)은 비록 사람이었지만 역시 진상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하늘의 뜻에 따라 행동할 수 있었기에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진상을 안 문왕은 하늘의 뜻에 따를 수 있었는데 왜 뭇신들은 각기 다른 행동이 있었는가?
왜냐하면 큰 겁난이 닥칠 때면 신선들도 모두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비로소 이럴 수 있는 것이다.
주: 이상의 내용은 각각 봉신연의 제1회와 6회에서 인용했다.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5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