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효(劉曉)
【정견망】
사람이 믿든 믿지 않든 사람의 운명이란 태어날 때 전생의 선악인과(善惡因果)에 따라 정해져 있다. 이후 인생에서 아주 큰 선행이나 악행을 하지 않는 한 변하지 않는다. 혹은 수행의 길을 걷거나 하면 일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아마 세인들이 모든 일이 암암리에 정해져 있고 모두 신의 배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인지 하늘에서는 일부 사람에게 특수한 능력을 부여하여 이런 사람들은 미리 천기를 알려주는데, 예언의 방식으로 미래의 운명을 알려준다.
역대 조대(朝代)에 이런 이인(異人)들이 드물지 않았다. 여기서는 두 분을 소개한다.
1. 주원장의 천하통일을 예언한 철관도인
원나라 말 명나라 초기의 도사 장경화(張景和)는 ‘철관도인(鐵冠道人)’으로 불렸는데 도술이 아주 고심해서 짐작할 수 없었다. 주원장이 천하를 다툴 때 저양(滁陽)에 주둔한 적이 있는데 장경화가 군영(軍營)에 찾아와 주원장에게 말했다.
“천하가 혼란하니 천명을 받은 세상의 주인이 아니면 안정시킬 수 없습니다. 지금 보니 천명이 바로 명공(明公)께 있습니다.”
주원장이야말로 천명을 받아 천하를 안정시킬 인물이라는 뜻이다.
또 주원장에게 그의 용모를 말하면서 “용의 눈동자에 봉황의 눈으로 평범한 외모가 아니라 귀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라고 했다.
주원장은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장경화를 군영에 남겨 참모로 삼았다. 주원장이 강적 진우량(陳友諒)과 교전하기 전에 매번 장경화에게 길흉을 점쳐보게 했는데 그가 한 말은 반드시 사실로 입증되었다. 마지막 파양호 전투에서는 치열한 격전 중에 진우량이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었는데 양군에서 다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장경화가 기를 보고 이를 안 후 주원장에게 몰래 알려 제문을 써서 진우량을 조문하라고 보냈다. 그 결과 진우량의 군사들은 즉각 사기를 잃고 궤멸됐다.
주원장이 금릉(金陵 지금의 남경)에 도읍을 정한 후 무릇 중대한 건설이나 일이 있으면 반드시 장경화와 상의한 후 결정했다. 주원장은 한때 계명산(雞鳴山) 산사에 간 적이 있는데 이 산사가 너무 높아 황궁을 굽어볼 수 있다고 하여 이 절을 허물고 다시 지으려 생각했다. 하지만 내심은 아무도 알지 못했고 장경화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장경화가 주원장이 절을 허물려는 마음을 주지 스님에게 알렸고 그들에게 주원장이 절에 올 때 어가를 막고 구해달라고 부탁하면 절이 보전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승려들은 장경화의 능력을 알고 있으므로 주원장이 계명산에 와서 향을 피울 때 멀리까지 나가서 영접한 후 주원장이 도착하기를 기다려 모두 절을 올리며 이렇게 청했다. 주원장은 매우 고민하다가 장경화의 의견임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더욱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고 절을 허물 생각을 포기했다.
장경화는 또 일찍이 명나라 개국 대장 서달(徐達)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광대뼈가 붉고 눈빛이 불과 같아서” 관직이 지극히 높을 것이나 애석하게도 수명은 중간 밖에 안 됩니다. 과연 명나라 건립 후 서달의 관직은 승상에 이르렀으나 54세에 세상을 떠났고 사후에 무녕왕(武寧王)에 봉해졌다.
장경화가 종산(鍾山)에 초가집을 짓고 살 때 양국공(梁國公) 남옥(藍玉)이 일찍이 좋은 술을 가지고 예방한 적이 있다. 장경화가 간편한 옷을 입고 맞이하자 남옥은 그가 오만하고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련을 만들어 그를 조롱했다. 장경화도 그에게 대련을 써서 남옥이 장래 모반할 것임을 암시했다. 나중에 남옥은 과연 모반죄로 멸족(滅族)당했다.
어느 날 장경화가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 주원장이 그의 시신을 찾으라고 명령했으나 아무리 해도 찾을 수 없었다. 얼마 후 동관(潼關)을 지키던 관리가 상주했다.
“모월 모일 철관도사가 지팡이를 짚고 관을 나갔습니다.”
날짜를 따져보니 바로 그가 물에 빠진 날이었다.
2. 골상(骨相)으로 운명을 판단한 기승(奇僧)
명나라 정통(正統) 연간에 호구반당사(虎丘半塘寺)라는 절에 두 눈이 먼 맹인 승려가 있었는데 골상(揣骨)에 능했다. 췌골(揣骨)이란 모골술(摸骨術)이라고도 하는데 뼈를 만져서 사람을 판단하는 관상의 일종이다. 즉, 사람의 골격을 만져보고 크기나 장단을 감안해 사람의 부귀, 지혜, 귀천, 수명 등을 예측하는 술법이다.
가정(嘉靖) 시기의 진사 육찬(陸粲)의 외조부였던 호공(胡公)이 젊을 때 가족이 집안에서 그를 데리고 골상 보는 승려를 만난 적이 있었다. 승려가 그의 상을 만져본 후 “아드님은 나중에 금대(金帶 역주: 금속 벨트로 관직을 상징)를 멜 것이니 자애하시기 바랍니다.” 즉, 나중에 관직에 오른다는 뜻이다. 호공은 자란 후 과연 진사에 급제했고 벼슬이 산서(山西) 참의(參議)까지 올랐다.
또 육찬의 동향인 석을(石乙)은 집이 가난해서 다른 집에 베 짜는 일에 고용되었다. 그는 두 아들을 데리고 골상 보는 승려를 찾아갔다.
그러자 승려가 “이 두 아이는 부자가 될 골상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석을은 믿을 수 없었다. 승려는 아이들을 무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도 믿는 사람이 없었다. 나중에 석가의 두 아들은 자라서 가업을 이루었고 큰 부자가 되어 인근에 명성을 떨쳤다.
그밖에 공대(龔大)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가정환경이 좋았지만 뚱뚱하여 배꼽에 몇 치 길이의 사마귀가 생겼다. 그는 자기 일생의 복은 여기서 나온다고 했다. 공대는 평소에 다른 사람과 말을 할 때 특히 크게 웃었다.
어느 날 그가 골상 보는 승려의 집에 있을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 크게 웃기를 그치지 않자 그 승려가 말했다.
“웃지 마세요. 내년에 배꼽의 검은 사마귀가 떨어지면 당신은 죽게 될 겁니다.”
공대는 이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 대답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가 목욕을 할 때 사마귀를 건드려 갑자기 떨어졌고 며칠 후 죽었다.
참고자료: 《경사편(庚巳編)》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7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