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숙평(淑萍)
【정견망】
명대(明代) 학자 원료범(袁了凡)은 일찍이 공(功 잘한 일)과 과(過 잘못한 일)를 기록한 표를 만들었는데 이를 ‘공과격(功過格)’이라 한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행동을 규범(規範) 지었고 날마다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로 삼았으며 또 그것을 구체적인 수자로 표시했다. 이는 당시로선 아주 독창적인 시도였다. 그가 만든 항목 중에는 ‘부모’, ‘부부’, ‘심성(心性)’, ‘사람 상대(待人)’ 등의 분야가 있었는데 아주 다양한 방면을 포함하고 있다. 즉 단순히 구체적인 생활상의 에티켓뿐만 아니라 사상이나 정신 방면에서도 세밀하게 공과를 분류하고 있다.


원료범이 공과를 기록하는 방법은 이렇다. 신중하게 ‘길일을 택해 목욕재계하고 하늘을 향해 향을 올리고 맹세한’ 후에 매일 잠자기 전 자신의 일언일행(一言一行)을 성실하게 기록한다.
“잠자기 전에 자신의 하루 행동을 점검하고 공이 있으면 공 항목에 기록하고 허물이 있으면 과(過) 항목에 기록한다. 특별히 큰 공이나 허물이 없어도 소홀히 하거나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즉 날마다 꾸준히 기록할 것을 요구했다.
계산 방식은 날마다 공과를 결산하고 매달 총결산을 한다. 월말이 되면 그달의 하루하루 공과를 결산해서 그 달의 공과를 총결한다. 만약 연속으로 15일간 공(功) 항목을 기록하면 추가로 10공을 더해 격려한다. 반대로 과 항목을 15일간 기록했음에도 고치지 못하면 10과를 더해 경계로 삼았다.
명나라의 도망령(陶望齡)은 자신이 편찬한 《공과격론(功過格論)》에서 “사람이 남에게 공을 자랑하고 과를 감추더라도 귀신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를 통해 본다면 고인(古人)들이 보기에 공과격은 단순히 자신을 반성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하늘과 신을 향해 자신을 고백하고 참회하는 기회였다.
조정신(曹鼎臣)은 원래 어려서부터 원료범을 아주 공경해 공과격으로 자신을 단속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는 자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소 원료범 선생의 사람됨을 흠모해 공과격으로 자신을 단속해왔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꾸준히 견지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한 심판관이 나타나 그에게 왜 꾸준히 공과격으로 자신을 단속하지 않는가? 물었다.
그러면서 심판관이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일찍이 삼천(三千)의 공(功)으로 독서할 기회를 얻기를 바랐고 나중에 정말 소원을 이뤘다. 또 삼천의 공으로 아들을 얻고자 했더니 이듬 해에 진짜 아들을 낳았다. 그대가 이미 공과격의 장점을 안다면 마땅히 잘 노력해야 하며 공과격으로 자신을 반성하고 중도에 폐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조정신은 꿈에서 깨어난 후 그 심판관이 바로 원료범 선생임을 깨달았다. 이에 《봉행공과격응험감몽기(奉行功過格應驗感夢記)》를 써서 꿈속에 자신이 본 장면을 일일이 기록해 많은 이들이 공과격 실천해서 개인의 품덕(品德)을 높이길 희망했다.
공과격에는 기재하는 표준이 있다. 원료범도 구체적인 규정을 두었다.
가령 ‘심성’ 항목에서 만약 “생각이 나올 때 선악(善惡)과 공사(公私)를 성찰할 수 있으면 일념(一念)이 하나의 공이 되고 반대면 하나의 허물로 기록한다. 또 길을 가다가 아름다운 부인을 보고 보지 않으면 한 번에 하나의 공이 되지만 반대로 쳐다보면 한 번에 두 개의 허물(過)로 기록한다. 또 만약 이로 인해 마음까지 흔들렸다면 허물이 두 배로 된다.
또 같은 일이라도 정도와 깊이에 따라 다르게 기록한다. 가령 평소 ‘말이 빠르고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면 한 번에 하나의 허물로 치지만 ‘폭력적인 말을 하거나 성난 표정을 지으면’ 허물이 두 개로 된다.
또 특별한 것을 들자면 꿈을 꾸는 것에도 공과가 있다. 가령 사념(私念)이 없어서 꿈을 꾸지 않으면 한 달에 10개의 공이 되지만 어지러운 꿈을 꿨다면 하루에 1과가 된다. 이는 아마도 작자가 낮에 생각한 것이 밤에 꿈으로 나타난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즉 어지러운 꿈을 꾸지 않으려면 평소 자신의 일사일념(一思一念)을 잘 단속해 허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만든 프랭클린 역시 이와 비슷한 표를 만들어 유사한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매일 두 끼만 먹고 낮 시간에 플래너를 꺼내 보며 반성했고 주머니 속에 늘 자신을 반성하는 기록부를 휴대하고 다니며 수시로 자신의 언행을 검토했다.
지금은 분초를 다투는 바쁜 세상이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잠들기 전에 자신의 언행을 반성하고 있는가? 비록 몇 백 년의 시차는 있지만 우리는 품덕(品德)에 대한 고인의 높은 요구를 볼 수 있는데 대체적으로 말해 ‘자신을 엄하게 다스렸다’(嚴以律己)고 할 수 있다.
속담에 이르길 “강산은 쉽게 변해도 사람의 본성은 바꾸기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의 사례를 통해 본다면 사실 오직 꾸준히 유지하면서 수시로 마음을 써서 자아를 규범하고 반성하기만 한다면 사람의 본성을 개변하는 것 역시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2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