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가(史軻) 정리
【정견망】
양무제(梁武帝) 소연(蕭衍)이 즉위한 후 보통(普通) 원년(元年 520년) 장기간 불법(佛法)을 알아왔고 게다가 많은 수련인들의 훈도(薰陶)를 받고 정식으로 수련할 준비를 했다. 그래서 궁중에 단을 쌓고 계를 받으려 했다. 조정 신료들은 이 일을 주관할 사람으로 하나같이 덕망이 높은 혜약(慧約)법사를 추천했다.
무제는 자신이 사월 초파일에 정각전(正覺殿)에서 혜약법사에게 계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道)는 사람에 의지해 넓어지고 이치(理)는 헛되이 전할 수 없으며 일은 몸소 실천해야만 백성들이 믿고 바로 설 수 있노라. 혜약 법사는 덕이 세상에 드높고 도가 심오하시니 사월 초파일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등각전에서 보살계를 받고자 하노라.”
계를 받는 과정에 천하에 감미로운 비와 이슬이 내렸고 또 공작 두 마리가 날아와 대전 앞 계단에 앉았다. 이는 양 무제를 몹시 기쁘게 했다.
수계의식에 참관하러 온 사람이 십수 만에 달해 법회는 전례 없는 성황을 이뤘다. 제왕인 양 무제는 비록 이미 수련하기로 결심했지만 아직도 많은 속인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다. 적어도 체면을 몹시 중시했다.
계를 받을 때 문을 닫고 법사에게 절을 올리며 혜약법사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제자가 절을 올린 것을 부디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마소서.”
혜약이 그 모습을 보더니 합장하고 정병 속으로 날아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인을 맺고는 다시 오색구름으로 변해 날아 나오더니 무제에게 말했다.
“빈승의 화신(化身)이 병에 들어간 폐하께서도 부디 외부에 알리지 마십시오.”
한 사람이 수련함은 얼마나 신성한 일인가! 장차 신통이 광대(廣大)하고 장생불로(長生不老)할 수 있으니 이는 인간 세상에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렇게 신성하고 숭고한 수련을 하는데, 수련인이 부끄러울 게 뭐가 있겠는가?
이에 양 무제는 계를 받은 후부터 엄하게 계율을 지켰다. 매일 점심 한 끼만 먹었고, 야채만 먹었으며 단지 약간의 콩과 현미밥을 먹었다. 때로 일이 바빠서 오전에 먹지 못하면, 오후가 지나도 먹지 않았다. 헝겊으로 된 옷을 입고 이불을 덮었으며 멍석에 앉아 짚신에 올라 갈포를 썼는데 모자는 3년, 침대 커버는 2년을 썼다.
만승지존(萬乘之尊)인 제왕으로서 그의 일상생활은 마치 고행승처럼 청고(淸苦)했다. 또 쉰 살 때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즐기지도 않았다. 그는 날마다 열심히 정사에 임했고 겨울에도 사경(四更 오전 1~3시)이 지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밤늦도록 부지런히 글을 짓다가 추운 날씨에 손이 얼어서 터진 적도 있었다. 옛날의 현군(賢君)도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참고 자료:
1. 《양서(梁書)•무제본기》
2. 《석씨계고략釋氏稽古略》
3. 《불조역대통재佛祖曆代通載》
4. 《불조통기佛祖統紀》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3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