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덕혜(德惠)
【정견망】
명나라 때 엄눌(嚴訥 1511-1584)이란 고관이 있었는데 자는 ‘민경(敏卿)’이고 호가 ‘양재(養齋)’ 였다. 사후 조정에서 ‘문정(文靖)’이란 시호를 내렸다. 남직예(南直隸) 소주부(蘇州府) 상숙현(常熟縣 지금의 소주 상숙시) 사람이다.
관직이 태자태보 겸 이부상서, 무영전(武英殿) 대학사였다. 여기서는 그의 관직이나 치적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단지 그가 직접 겪은 한 가지 기이한 일을 말하고자 한다.
가정(嘉靖) 신축년(辛丑年 1541년) 엄눌이 북경에 가서 과거에 응시하려고 했다. 출발 전에 특별히 일찍 일어나 오경에 장순(張巡 역주: 당나라의 장수로 안록산의 난 때 끝까지 조정을 위해 충성을 지키다 순국했다)의 사당에 가서 참배하고 떠나려 했다. 그가 막 장순묘에 도착했을 때 한 가지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갑옷을 입은 무사 몇 명이 줄줄이 대전에 들어오더니 은은하게 대전 안에서 통보하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는데 똑똑히 들리진 않았다. 엄눌은 이에 더 공경한 자세로 대전에 들어가 보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문득 자신이 신령의 시위(侍衛)를 본 것임을 알았다. 신을 지키는 호법신(護法神)이 나타난 것이다. 엄눌은 경건하게 절을 마치고 시험장으로 출발했고 이 해에 진사(進士)가 되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 그가 과거에 붙을 길조(吉兆)로 본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길조일 뿐만 아니라 신이 일부러 다른 공간의 진실한 장면을 그에게 보여줘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좋은 관리가 되도록 일깨워준 것으로 본다.
역사기록을 찾아보면 엄눌은 관리가 된 후 백성들을 위해 상소를 올려 직언을 하고 오로지 실력을 갖춘 사람만 임명했다. 그가 이런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원인은 아마 그가 신이 나타난 것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일 역시 신이 진실로 존재함을 설명한다.
자료출처: 명대(明代) 《녹원한담(鹿苑閑談)》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72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