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견망】
10. 독룡 항복과 카샤파 구도
당시 마가다국(摩竭提國 마갈제국)에는 세 명의 외도(外道) 지도자가 있었는데 그들은 삼형제였다. 맏형인 우루벨라 카샤파(優樓頻螺迦葉 우루빈라 가섭)에게 오백 명의 제자가 있었고 둘째인 나디 카샤파(那提迦葉 나제 가섭)와 셋째인 가야 카샤파(伽蘇迦葉 가소 가섭)도 각각 250명의 제자가 있었다. 이들 삼형제는 빔비라사 왕과 대신들의 존경을 받았고 각기 자기 제자들을 거느리고 불의 신을 모시는 외도생활을 했다.
당시 우루벨라 카샤파는 나이가 이미 120세였다. 그는 스스로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얻은 줄 알았고, 두 동생과 도제 및 백성들도 모두 그를 득도한 아라한으로 여기고 최고의 스승으로 받들었다.
대웅(大雄) 석가모니불은 먼저 그를 설복한 후에야 모든 것을 널리 펼 수 있었다.
어느 날, 부처님이 카샤파의 거처에 이르자 카샤파는 부처님의 위덕(威德)이 장엄한 것을 보고는 흔쾌히 일어나 맞이하며 말했다.
“젊은 사문이여, 그대는 어디서 오는가?”
부처님이 대답했다.
“나는 바라나시에서 왔고 라자그리하(왕사성)로 가려 합니다. 날이 이미 저물었으니 하룻밤 묵어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카샤파가 말했다.
“그대가 묵고 싶다면 당연히 가능하다. 하지만 내 집은 이미 제자들로 가득해 빈 자리가 없고 단지 석실(石室) 하나만 비어 있다. 내부는 매우 청결하고, 우리가 불의 신을 모시는 도구들이 다 거기에 있지만, 사나운 화룡(火龍)이 안에 살고 있어 그대를 해칠 수 있다.”
부처님이 대답했다.
“하룻밤 쉴 수 있게만 해주십시오.”
카샤파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 사나운 독룡(毒龍)이 분명 그대를 해치려 할 것이니 이것은 장난으로 할 일이 아니다.”
부처님이 대답했다.
“그건 상관없으니 하룻밤 묵어 갈 수 있도록 빌려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부처님이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씀하시자 카샤파는 그를 석실로 데려가 묵게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당부했다.
“만약 불의의 일이 생기더라도 나를 탓하지 말라.”
밤이 되자 세존(世尊)께서 석실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데 그 독룡이 연기와 불을 내뿜으며 공격해왔다. 세존께서 즉시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가시니 용불(龍火)은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독룡은 더욱 화가 치밀어 하늘높이 치솟는 불꽃을 내뿜으며 석실을 불로 태웠다.
카샤파의 제자들이 이 큰 불을 보고는 카샤파에게 가서 알렸다. 카샤파가 놀라 일어나 제자들에게 물을 뿌려 사람을 구하라고 분부했지만 불이 더 맹렬하게 타오르는 까닭에 모두들 젊은 화상이 불속에서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슬퍼했다!
이들은 부처님이 신통(神通)으로 독룡을 굴복시키고 그것의 분노한 마음(嗔毒心)을 제거한 후 다시 삼귀의(三歸依)를 주어 아주 작게 축소시켜 부처님 발우 안에 넣어 놓은 줄 아무도 몰랐다!
이튿날 동이 터오자 카샤파는 잿더미 속에서 시신을 찾으려 했다. 그러다 문득 세존이 의연히 그곳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부처님이 발우를 들어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마음이 청정하니 외부 독의 해침을 받지 않습니다.”
카샤파 사제들이 경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카샤파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젊은 사문이 비록 신통이 있다 해도 결국 우리의 도가 진짜로 바른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는 여전히 이렇게 고집을 부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제가 이곳에 살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카샤파가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다.
이튿날 밤 부처님이 한 나무 밑에 앉아 계시자 사대천왕(四大天王)이 와서 절을 올리며 부처님께 설법해주실 것을 청했다. 그 빛이 마치 해나 달처럼 밝았다. 카샤파가 밤에 일어나 부처님 신변의 빛을 보고는 제자에게 말했다.
“이 젊은 화상도 아마 불을 숭배하는가 보구나.”(고대 인도에는 불을 숭배하는 외도가 많았다)
날이 밝자 부처님께 가서 말했다.
“그대도 불을 모시는가?”
부처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니 아니오! 어젯밤에 사천왕이 내려와 설법을 청했는데 그들의 빛일 따름이오.”
카샤파가 제자에게 말했다.
“젊은 사문에게 위대한 신덕(神德)이 있지만 그래도 내 도(道)의 참된 것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그는 여전히 이렇게 자부했다.
사흘과 나흘째 밤에 제석천(帝釋天 즉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옥황대제)과 대범천왕(大梵天王)이 내려와 법을 들었는데 방사되는 빛이 더욱 밝았다. 하지만 카샤파는 여전히 자신만이 정도(正道)라고 여겼다.
나중에 카샤파와 제자들이 불을 모시려 할 때 불이 타오르지 않자 카샤파는 젊은 화상이 그곳에서 장난을 친다고 여겨 부처님에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가보세요! 그럼 불을 붙일 수 있을 겁니다.”
돌아가 보니 과연 단번에 불이 붙었지만 아무리 해도 불이 꺼지지 않자 다시 가르침을 받으러 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니 자연히 불이 꺼졌다.
또 한번은 카샤파가 제자들과 나무를 하는데 도끼가 무거워서 들어올릴 수 없었다. 부처님께 청한 후에야 들어올릴 수 있었다. 또 일단 들어 올린 도끼를 내려놓지 못하자 다시 부처님께 청한 후에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부처님은 이렇게 신통을 드러내며 그를 탄복시키지만, 그러나 고집 세고 자부심이 강했던 카샤파는 여전히 그 신덕(神德)을 놀라워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도가 진정으로 바른 것만 못하다고 여겼다.
그때는 이미 봄이 가고 여름이 올 때였다. 카샤파가 부처님께 그곳에서 여름을 보내시라고 요청하면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하게 했다. 한편으로는 제자에게 분부해 매일 훌륭한 과일과 식사를 대접하게 했다. 이튿날 식사 때가 되자 카샤파가 직접 부처님께 가서 식사하실 것을 청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돌아가시오. 내 곧 뒤따라가겠습니다.”
카샤파가 떠난 후, 부처님은 신족통(神足通)으로 단번에 남섬부주의 극히 먼 변경까지 이르러 그쪽에서 나는 과일을 발우에 가득 담아 신속히 돌아오셨다. 카샤파가 아직 도착하기도 전에 부처님이 먼저 도착했다. 부처님이 발우 가득 담긴 과일을 가섭에게 보여주며 말씀하셨다.
“이 열매를 알아보겠습니까?”
카샤파가 말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남쪽 수만 리 떨어진 ‘잠부나무(閻浮樹 염부수)’에서 나는 신선한 열매로 향이 좋고 맛이 있습니다. 내가 단번에 가져온 것이니 맛을 좀 보십시오!”
카샤파가 생각했다.
‘그가 잠깐 사이에 수 만 리 먼 길을 왕래했으니 신통하기는 신통하다. 하지만 내 도가 진정(真正)한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부처님은 이런 식으로 셋째 날과 넷째 날 동서북 세 주(州)에 가서 각각 ‘암마라과(庵摩羅果)’, ‘가리륵과(訶梨勒果)’ 및 ‘자연 멥쌀밥(自然粳米飯)’을 가져오셨다. 카샤파는 비록 놀라긴 했지만 끝내 오만한 태도를 고치지 않았고 자신의 도가 진정한 것만 못하다고 했다.
며칠 후 부처님께서 물을 원하시니 샘물이 바로 옆에서 솟아나고, 옷을 빨려고 하시자 커다란 빨래 돌이 가까이 있었다. 카샤파가 보고는 경탄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끝내 자기를 버리고 부처님을 따르려 하진 않았다.
그 후, 세존께서 목욕하러 들어가시자 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렸고, 목욕을 마치고 나오실 때 물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카샤파는 멀리서 부처님이 물에 빠진 것으로 보고 여러 제자들과 배를 몰아 구하러 왔다. 부처님이 배 밑을 통해 배에 들어가셨지만 배는 여전히 새지 않았다.
부처님은 이렇게 18차례나 신통변화를 보여 주셨지만 무지하고 자기 고집이 강했던 가섭은 비록 속으로는 그 신기함을 인정하면서도 끝내 자신이 닦은 도법(道法)의 진정함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며 자신이야말로 진정으로 나한도를 얻었다고 여겼다.
부처님이 그를 책망하며 말씀하셨다.
“카샤파여! 그대는 나한이 아닐 뿐만 아니라 나한의 도를 실천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도를 깨달은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뻔뻔하게 나한을 자칭하는가? 어찌하여 스스로 도를 얻었다고 하는가?”
카샤파는 이 물음에 대해 모공이 오싹해지며 부끄러워지고 두려워져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젊은 사문이 필경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훤히 다 아는 것 같구나.’
이에 애원하며 말했다.
“성자(聖者)께서 기왕에 제 마음을 꿰뚫어보셨고 제 병을 꿰뚫어 보셨으니 대성(大聖)께서 저를 거두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미 120살로 나이도 많고 명망 있는 도장(道長)이고 또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국왕과 신하 및 백성들의 존중을 받아왔다. 그러니 부디 신중하게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카샤파가 “네네”하고 물러났다.
그는 자신을 따르던 모든 제자들을 소집한 후 그들에게 솔직하게 이렇게 말했다.
“이 젊은 사문이 이곳에 머문 후 보여준 각종 신통변화는 이미 경이롭기 그지없다. 또한 지혜가 깊고 복덕(福德)이 광대하니 더욱이 내가 미치지 못한다! 이제 나는 그가 앉은 자리 아래로 귀의해 그의 제자가 되어 그의 도법(道法)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러자 대중들이 일제히 입을 모아 말했다.
“저희들의 짧은 소견으로는 기존에 늘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왔으니 이제 선생님께서 기왕에 저분을 따라 배우신다면 저희 역시 당연히 따라서 배우겠습니다.”
이에 카샤파가 오백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 앞에 나아가 말했다.
“저와 제 모든 제자들이 대성(大聖)께 귀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부디 자비로 거두어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세존께서 카샤파 등의 머리를 깎고는 알려주셨다. 대중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종래 모셔왔던 화신(火神)을 섬기던 기물을 모두 나이란자라 강에 던져 물결에 따라 흘려보냈다.
한편 카샤파의 두 동생 나디 카샤파와 가야 카샤파은 강 하류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제사에 사용하는 기물들이 물결을 따라 떠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이에 의아해하며 서로 상의했다.
“큰형님이 제사를 모실 때 쓰던 기물들이 물결 따라 흘러내려가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불의의 변고가 발생했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해를 당하셨을 것이다. 우리가 빨리 가서 살펴봐야겠다.”
두 사람이 이렇게 상의하고 급히 물결을 거슬러 우루벨라 카샤파의 처소를 찾아갔다. 가서 보니 정원은 그대로 있었지만 집이 텅 비어 아무도 없었다. 두 형제는 마음이 더 급해져서 큰형님이 살해당한 줄 알았다. 두 사람은 곧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형의 소식을 물어보았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알려주었다.
“당신들 형님과 제자들은 모두 기존의 수련법을 포기하고 석가모니 부처님의 문하에 투신해 출가해서 화상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듣고는 더 놀랍고 이상하게 여겨 함께 부처님 처소로 가서 형과 제자들을 보니 모두들 이미 머리를 깎고 사문이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이 안부 인사를 끝내고는 곧 급히 물었다.
“형님께서는 본래 만인이 우러러보는 종장(宗長)이셨는데 어쩌다가 남의 도제가 되셨습니까?”
형이 대답했다.
“나는 대웅세존의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시고 무량한 복덕을 보았다. 오직 불법(佛法)에 귀의해야만 영원히 생사를 끊어버릴 수 있느니라. 우리가 다행히도 이렇게 복과 지혜를 구비하신 대성인(大聖人)을 만나 뵙고도 여전히 교만하고 가르침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면 이 어찌 눈이 먼 것이 아니겠느냐?”
이에 두 동생도 형을 따라 출가하고자 했다. 두 사람은 먼저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서 각기 이백오십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함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출가해서 도를 닦으니 점차 모두 아라한 과위를 수련 성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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