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견망】
13. 부왕의 귀의와 난다의 출가
어느 날 부처님이 카필라 국 성안에 들어가 걸식을 했다. 부처님의 동생 난다(難陀)는 마침 집에서 아내의 눈썹을 그려주고 있었다. 원래 그의 아내는 뛰어난 미인이었고 부부 사이의 금슬도 좋았다. 이때 부처님이 구걸하러 오셨다는 말을 듣자 그는 곧 문밖으로 마중 나와야만 했다. 아내는 “제 얼굴 화장이 마르기 전에 돌아오셔야 해요!”라고 요구했다. 아난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후에 나갔다.
부처님을 뵙고 예를 올린 후 부처님의 쇠발우를 받아 집에 들어와서는 각종 음식을 가득 담아 세존께 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부처님이 그의 발우를 받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나셨다. 난다가 다른 사람에게 발우를 넘기려 했으나 아무도 받는 이가 않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발우를 들고 부처님을 따라갔다. 부처님을 따라가면서 그는 속으로는 규방에서 애타게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아내를 생각했다.
부처님 처소인 니그로다 동산에 도착하자 부처님은 난다의 머리를 깎고 출가하게 하셨다. 난다가 화가 나서 주먹을 휘두르며 머리를 깎으려는 사람을 치려 하자 그가 부처님께 알렸다. 부처님이 난다를 불러 출가할 뜻을 물으시자 난다는 세존의 위덕(威德) 때문에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리를 깎은 후에도 난다는 늘 집에 가서 예쁜 아내를 만나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부처님이 늘 자신과 함께 하셨기에 도망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이 그에게 집을 지키게 하고 탁발하러 나가시자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에야 기회가 왔구나.’
부처님과 여러 비구들이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홀로 도망쳐서 집으로 향했다. 그는 부처님이 돌아오실 때 분명히 큰길로 오실 거라고 생각해서 작은 길로 갔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도중에 부처님이 돌아오시는 것을 보았다.
난다가 급히 나무 뒤로 숨었지만 그를 가리던 나무가 쓰러졌다.
부처님이 그를 데리고 돌아가서는 물어보셨다.
“난다야, 아내가 보고 싶으냐?”
“그렇습니다!”
난다가 대답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그를 산으로 데려가셨다. 그곳에서 늙고 검은 원숭이를 보여주셨다.
부처님이 물었다.
“네 아내를 저 원숭이와 비교하면 어떠하냐?”
난다가 대답했다.
“제 아내의 미모를 저렇게 추하고 비루한 것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이번에는 그를 ‘도리천(忉利天)’으로 데려가 천자(天子)와 천녀(天女)들이 함께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중 한 궁궐에는 천녀들만 있고 천자가 없었는데, 그 천녀의 옥처럼 희고 고운 속살은 아름답고 순결해서 인간과는 완전히 달랐다.
난다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곳에는 왜 천자(天子)가 없습니까?”
부처님이 “네가 가서 직접 물어보거라.”라고 하셨다.
난다가 가서 묻자 천녀가 대답했다.
“인간 세상에 부처님의 동생 난다가 있는데 부처님께서 출가를 권유하셨습니다. 출가해서 공덕을 세우면 사후 이곳 하늘에 올라와 천자가 될 수 있답니다.”
난다가 기뻐하면서 세존께 알렸다.
그러자 부처님이 물어보셨다.
“네 아내를 이곳 천녀와 비교하면 어떠하냐?”
“마치 눈먼 원숭이와 제 아내를 비교하듯이 예쁘고 추한 것이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이 이에 그를 데리고 인간세상으로 내려오셨다.
그후 난다는 천상의 즐거움과 천녀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계율을 지켜 수행했으며 인간세상의 미모나 부귀영화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며칠 후 부처님이 다시 난다를 지옥에 데려가 가마솥에 사람을 넣고 삶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그중 한 곳에 솥이 비어 사람이 없는 것을 보자 난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옥졸(獄卒)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옥졸이 대답했다.
“인간 세상에 부처님의 동생 난다가 있는데 욕망 때문에 계(戒)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가 죽으면 사후에 하늘로 올라와 하늘의 복을 누리지만 복을 다 누리고 나면 이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받아야 합니다!”
난다는 이 말을 듣고 무서워서 부처님께 구해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부지런히 너의 천복(天福)을 닦거라!”
난다가 말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생사를 마치지 못하면 결국에는 궁극적인 즐거움이 아닙니다! 천상에서 제아무리 즐거워도 언젠가 복이 다하는 날이 오면 삼도(三塗 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져 지옥의 참혹한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이 어찌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더 이상 하늘에 올라가고 싶지 않습니다. 오직 세존의 자비를 구하니 저를 생사라는 이 고해(苦海)에서 건너가게 해주십시오!”
이에 부처님이 네 가지 오묘한 법을 널리 말씀하시자 7일 만에 나한으로 성취되었다.
이렇게 부처님이 본국에서 석 달간 도화하시자 온 나라에서 위아래로 제도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부왕인 정반왕의 수명이 이미 다 되어 병상에 눕게 되었다. 왕은 자신이 죽기 전에 부처님께서 와주시길 갈망했다.
이에 부처님이 난다, 아난, 라훌라와 함께 부왕을 보러 왔다. 병마에 시달려 죽기 직전이 되자 전에는 풍만하고 단정했던 정반왕의 위용도 지금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초췌해져 있었다.
부처님이 부왕을 위로하며 말씀하셨다.
“부왕께서는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신 분이라 이미 마음의 때를 벗어났으니 마땅히 기뻐하시고 근심하지 마십시오.”
또 주변 사람들에게 일깨워주셨다.
“부왕께서는 사방에 군림해 널리 위명을 떨치셨고 우뚝 솟은 존귀한 외모는 보는 이들의 존경을 자아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힘들고 수척해 알아볼 수 없으니 뛰어났던 풍채와 용맹한 위명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그러니 세상이란 모두 무상(無常)하고 멸망하는 것으로 허환(虛幻)하고 부실(不實)한 것에 불과하노라! 부귀와 권력이 어디 부러워할 가치가 있겠느냐?”
왕이 서거한 후 온 나라가 그의 덕정(德政)을 우러러 애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부처님은 후세 사람들이 효도를 다할 수 있도록 몸소 부왕의 관을 지고 영취산에 가서 장례를 치르셨다.
장작에 불을 붙여 화장하면서 부처님은 또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인생 백 년 세월이란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것에 불과하다. 저 더러운 가죽 주머니가 어찌 우리의 진짜 몸이겠느냐? 호흡의 기운이 사라지면 과연 누가 나란 말인가? 백 년 후 몸이 없으면 헛된 명성만 남는구나! 수명이 다해 몸이 썩으면 어느 것이 나란 말이냐! 어디에 내 몸이 있느냐? 또 어디에 무슨 친척이며 재산이 있느냐? 때가 되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고 오직 업(業)만이 몸을 따라갈 뿐이다. 평생 저지른 선악(善惡)의 업이 다시 당신의 후신(後身)을 받을 뿐이다. 그러므로 물에 비친 달이나 거울속의 꽃과 같이 허환하고 텅 빈 것 같으니 그래도 깨닫지 못하겠느냐? 너희들은 이 불을 보면 그저 매우 뜨겁다고 느끼겠지만 속세 욕망의 불길은 이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뜨거워 늘 미혹에 빠진 속세의 사람을 불태우고 있노라.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열심히 연마하고 부지런히 닦고 배워야 한다. 오직 생사의 큰일을 벗어나야만 궁극적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노라!”
세존은 부왕의 시신을 화장한 후 영골(靈骨)을 수습해 탑을 만들어 모셨다. 장례가 끝나자 제자를 거느리고 라자그리하로 돌아가셨다.
원문위치: https://www.minghui.org/mh/articles/2001/10/25/2982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