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목목(木木)
【정견망】
석보지(釋寶志)는 본래 주(朱)씨로 금성(金城) 사람이다. 원래 주(朱) 씨 부인이 매 둥지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그를 발견한 후 양자로 삼았다.
일곱 살 때 출가해 종산(鍾山)의 승려 승검(僧儉)을 따르며 선업(禪業)을 닦고 익혔다. 늘 완산(皖山 천주산)과 검수(劍水) 사이를 오갔다. 그는 용모가 방정하고 지혜가 밝고 투철했지만 손발이 마치 새 발톱과 같았다. 나중에 강동 도림사(道林寺)에 머물렀다.
유송(劉宋) 태시(太始) 연간(465～471)에 이르러 행동이 갑자기 괴상해졌다. 거처하고 머무는 것에 일정한 곳이 없었으며 먹고 마시는 데도 일정한 때가 없었다. 머리카락의 길이가 몇 치나 자라나고, 마을의 거리를 늘 맨발로 걸어 다녔다. 지팡이 하나를 손에 잡았다. 그 꼭대기에는 수염을 자르는 칼과 거울을 걸어 놓았다. 때로는 한두 필의 비단을 걸어 놓기도 했다.
제(齊)나라 건원(建元) 연간(479～482) 부터 보지의 기이한 자취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보통 며칠간 음식을 먹지 않고도 얼굴에 배고픈 기색이 없었다. 또 사람들과 말을 나누면, 처음에는 깨닫기 어려운 것 같았지만 후에는 모두 효험이 나타났다. 때로는 시를 짓기도 하였다. 그런데 말이 예언하는 기별과 같았다. 강동(江東)의 선비와 서민들이 모두 함께 그를 섬겼다.
제(齊) 무제(武帝)는 그가 대중을 미혹 시킨다 여겨 그를 잡아다 건강(建康)에 있는 감옥에 집어넣었다. 이튿날 사람들이 보니, 시장에서 그를 보았다고 했다. 이에 감옥을 다시 조사해 보니 보지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그가 감옥의 관리에게 말했다.
“문 밖에 음식을 담은 그릇이 2개 있는데 금 발우에 밥을 담았을 것이다. 그대가 그것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
잠시 후 문혜(文慧)태자와 경릉왕(竟陵王) 소량(蕭良)이 사람을 시켜 나란히 음식을 보내왔는데 과연 그가 한 말과 같았다.
당시 승정(僧正)인 법헌(法獻)이 옷 한 벌을 보지에게 주려고 심부름꾼을 용광사(龍光寺)와 계빈사(罽賓寺) 두 절에 보내 그를 찾았다. 그랬더니 모두 “어제 이곳에서 묵고 아침에 떠났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그가 자주 가는 여후백(厲侯伯)의 집에 가자 여후백이 말했다.
“보지 스님은 어제 이곳에서 도를 수행하다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심부름꾼이 돌아와 법헌에게 알리니, 비로소 그의 분신(分身)이 세 곳에서 묵었음을 알았다.
그는 엄동설한에도 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다녔다. 보량(寶亮)이란 이름의 승려가 납의(衲衣)를 주고자 하였다.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보지가 와서 납의를 가져갔다.
나중에 보지가 무제 앞에서 신통력을 펼쳐 제나라 고제(高帝)가 지옥에서 송곳에 찔리고 칼로 목이 잘리는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게 했다. 무제는 이때부터 송곳과 칼을 사용하는 형벌을 폐지했다.
무제는 또 늘 화림원(華林園)에서 보지를 불러 만나보곤 했다. 어느 날 보지가 갑자기 3겹 천으로 된 모자를 쓰고 무제를 알현했는데 얼마 후 무제가 붕어했다. 문혜태자 및 예장왕 역시 잇따라 사망했다.
이후 즉위한 명제(明帝)는 늘 동궁 후당에 머물렀다. 어느 날 명제가 행차하는데 그가 갑자기 말했다. “문 위에 핏자국이 보인다.”
이후 숲에서 명제가 해를 입었고 목에서 흐른 피가 문에 묻었다.
한편 제나라 위위(衛尉) 호해(胡諧)가 병을 앓자 보지를 청했다. 보지가 명제의 억울한 죽음을 설명하며 가지 않았다. 이튿날 호해가 사망했다.
제나라 태위(太尉)이자 사마로 있던 은제지(殷齊之)가 진현달(陳顯達)을 따라 강주(江州)에 주둔하였다. 보지에게 작별 인사를 하니 그가 종이에 나무 한 그루를 그려 주었다. 그런데 그 나무 위에는 까마귀가 있었다.
그러면서 “급할 때는 이 나무에 오르는 것이 좋을 겁니다.”라고 했다.
그 후 진현달이 반역을 일으키자 강주의 주둔지에 은제지를 남겼다. 진현달이 패배함에 이르러 은제지도 반역자로 몰려 여산(廬山)에 들어갔다. 추격하는 기병에 쫓기던 은제지가 보니 숲 속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나무 위에 까마귀가 있었다. 전에 보지가 그려준 그림과 같았다. 이에 깨닫고 나무위로 올라갔는데 까마귀가 끝까지 날아가지 않았다.
추격자들이 까마귀를 보고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되돌아갔고 은제지는 화를 면했다.
제나라 둔기교위(屯騎校尉) 상언(桑偃)이 모반할 뜻을 품고 보지를 보러왔다. 보지가 멀리서 그를 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성을 포위하고 반역을 하다가 목이 잘리고 배가 갈라질 것이다.” 나중에 일이 터지자 상언이 배반했다고 과연 목이 잘리고 배가 갈라졌다.
보지는 늘 흥황사(興皇寺)와 정명사(淨名寺) 두 곳을 자주 오갔다. 양나라가 제나라를 멸하고 나서 양무제(梁武帝)가 즉위한 후 조서를 내려 그가 자유롭게 궁궐을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보지의 자취는 티끌세상의 더러움에 구속받으나, 그 정신은 어둡고 고요한 세계에서 노닌다. 물과 불도 태우거나 적실 수 없고, 뱀과 호랑이도 덮쳐 두렵게 할 수 없다. 불교의 이치로 말한다면 성문(聲聞) 이상의 경지에 있다. 숨겨둔 경륜으로 이야기한다면 은둔한 신선보다 높은 경지에 있다. 어찌 속가 선비의 보통 심정으로 헛되이 구속하고 제재할 수 있는가? 어찌 비루하고 편협함이 한결 같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지금부터 행도하고 내왕하는 일은 뜻에 따라 출입하게 하고, 다시는 금지시키지 말도록 하라.”
보지는 이때부터 궁중에도 자주 출입하였다. 양무제 천감(天監) 5년(506년) 겨울에 가뭄이 들어 기우제를 두루 갖추어 지냈다. 그러나 아직 비가 내리지 않았다. 보지가 문득 황제에게 글을 올렸다.
“원컨대 화광전(華光殿)에서 《승만경(勝鬘經)》을 강의하여, 비를 청하게 하소서.”
양무제가 그의 말을 따라 하자 이 날 밤에 곧 큰 비가 내렸다.
이에 보지는 또 말하였다.
“한 쟁반의 물을 가져다, 그 위에 칼을 얹어 놓으소서.”
잠시 후 더 큰 비가 내려 전국의 가뭄 상황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
서주(舒州) 첨산(灊山)의 풍경이 뛰어났는데 특히나 산록의 경치가 더욱 아름다웠다. 보지화상과 백학도인(白鶴道人)이 모두 이곳에 머물고 싶어 했다.
천감 6년 두 사람이 무제에게 이 일을 말하자 무제는 둘 다 신통을 구비한 것을 알고 두 사람이 상의해 그 땅에 물건으로 표시해서 거주하게 했다.
도인이 말했다.
“나는 선학이 멈추는 곳을 기호(記號)로 하겠소.”
보지가 말했다.
“나는 석장(錫杖 지팡이)이 우뚝 선 곳을 기호로 하겠소.”
잠시 후 선학이 먼저 날아가더니 산록에서 막 멈추려할 때 갑자기 하늘에서 석장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보지의 석장이 산록에 우뚝 서자 선학이 깜짝 놀라 다른 곳에 멈췄다. 도인은 식언(食言)을 할 수 없었기에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이 표기한 곳에 집을 지었다.
어느 날 양무제가 보지에게 물었다.
“제자는 번뇌와 헷갈림을 아직 제거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다스려야 합니까?”
그가 대답했다.
“열둘입니다(十二)”
식자들은 이에 대해 12인연이 미혹을 다스리는 약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열둘의 뜻을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 뜻은 글자를 쓸 때의 시절과 시각 가운데 있습니다.”
식자들은 ‘서(書)’란 글자를 쓸 때 十二가 포함된 거라고 생각했다.
또 물었다.
“제자는 언제쯤 고요한 마음으로 닦고 익힐 수 있습니까?”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다.
“안락금(安樂禁)입니다.”
식자들은 ‘금(禁)’은 멈춤[止]이니, 안락(安樂 극락)에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소 멈춘다고 생각했다.
그 후 법운이 화림사(華林寺)에서 《법화경》을 강의하다가 ‘가사흑풍(假使黑風 설사 모진 바람이 불어와서)’이라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보지가 문득 바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물었다.
법운이 대답했다.
“세간의 이치로 보자면 있지만 제일의(第一義)로 따지면 없습니다.”
보지가 서너 번 대화를 주고받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만약 가유(假有)의 경지를 체득한 경지에서 보자면 이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말뜻이 깊고 은미함이 모두 이와 같았다.
진어로(陳禦虜)란 사람이 있었다. 그의 온 집안이 보지를 섬기기를 매우 도탑게 하였다. 어느 날 보지는 그를 위하여 진형(真形)을 나타냈다. 그런데 빛나는 모습이 보살과 같았다. 보지의 이름이 알려지고 기적을 나타낸 지 40여 년 동안에, 공손히 섬긴 선비와 여자들이 수없이 많았다.
회계(會稽) 임해사(臨海寺)에 대덕(大德)이란 승려가 있었는데 양주(揚州) 도하(都下)에 보지란 승려가 방탕해서 예법에 구속받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말했다.
“이는 필시 여우 요괴일 것이다. 도하에서 사냥개를 찾아내 쫓아내고자 한다.”
이에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포구를 거쳐 서쪽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도중에 큰 바람을 만나는 바람에 배가 동남쪽으로 6~7일을 표류했다. 나중에 어느 섬에 도착하니 금으로 장식된 부도(浮圖)가 있었고 경치가 아주 빼어났다.
승려가 길을 따라 한 사찰에 들어가니 묘우(廟宇)가 정교하고 화려했으며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했다. 사찰 안에는 5~6명의 서른 살 쯤으로 보이는 승려들이 있었는데 용모가 빼어났고 붉은 가사를 입고 있었다.
승려가 길을 물었다.
“도하로 가려고 하다 뜻밖에도 바람에 밀려 이곳에 이르렀습니다. 이곳이 어딘지 모르겠는데 제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할까 걱정됩니다.”
그러자 사찰의 한 승려가 대답했다.
“양주로 가려면 즉시 갈 수 있습니다. 여기 편지 한통이 있으니 종산사 서쪽 행랑 남쪽에서 두 번째 방의 황두(黃頭)에게 전해주시오.”
이어서 승려들이 그에게 눈을 감은 후 나중에 바람 소리가 멈추면 다시 뜨라고 했다.
그가 눈을 감고 배위에 앉아 바람 소리가 멈춘 후 눈을 뜨자 이미 서쪽 해안에 도달했다.
승려가 해안에 오른 후 수십 리를 가자 바로 도하에 도착했다. 그는 곧장 종산사로 갔지만 황두란 사람이 없었다. 승려가 다시 서쪽 행랑 남쪽 끝에서 두 번째 방에 있는 사람을 물어보자 어떤 사람이 그곳은 풍화상(瘋和尚)의 거처라고 했다. 하지만 늘 도하 취락지에 가서 놀다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금은 없다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 보지가 이미 돌아왔다. 마침 사찰 주방에서 술에 취해 먹을 걸 찾고 있었다. 임해사 승려가 사미에게 주방에서 조용히 황두를 불러보게 하자 보지가 갑자기 말했다. “누가 나를 부르는 것이냐?”
이에 사미를 따라 승려가 있는 곳에 가더니 그에게 말했다.
“너는 사냥개를 풀어 나를 쫓아낸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빈손으로 온 것이냐?”
승려는 그제야 보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는 머리를 조아리며 참회했다. 아울러 부탁받은 편지를 전했다. 보지가 읽고 나서는 말했다.
“방장(方丈)이 나를 부르는 구나. 얼마 후 내 스스로 돌아갈 것이다.”
그가 손가락을 꼽아보더니 모월 모일에 간다고 했다. 승려가 절에 있던 다른 사람에게 “날짜를 기억하라”고 했다.
천감 13년(514) 겨울 보지가 뒤채에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보살이 떠날 것이다.”
며칠 후 아무런 병도 없이 세상을 마쳤다. 시신이 향기롭고 부드러우며, 형체와 모습은 밝고 기쁜 모습이었다.
죽음에 앞서 촛불 하나를 태워, 사인(舍人) 오경(吳慶)에게 주자 오경이 곧 황제에게 알렸다. 양무제가 탄식하며 말했다.
“대사께서는 더 이상 머무시지 않을 것이다. 촛불은 내게 후사를 부탁하시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고는 후하게 장례 전송하기를 더하여, 종산 독룡(獨龍) 언덕에 묻었다. 이어 묘소에 개선정사(開善精舍)를 세웠다. 육수(陸倕)에게 명령해 무덤 안에 그를 기리는 글을 짓게 하였다. 그리고 왕균(王筠)에게 사찰 문 앞 비석에 새기게 하고 돌아가실 때의 형상을 새겨 널리 후세에 전하게 했다.
처음 보지가 기적을 나타내기 시작할 때는 나이가 5, 60세가량이었다. 세상을 마칠 때에도 역시 늙지 않아,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나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서첩도(徐捷道)라는 사람이 경성 구일대(九日臺) 북쪽에서 살았는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보지의 처삼촌으로 그보다 네 살 아래다. 그러니 보지가 죽을 때의 나이를 따져보면 97세일 것이다.”
자료출처: 《신승전》, 《고승전》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43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