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목목(木木)
【정견망】
습득(拾得)은 풍간(豐干)선사가 적성(赤城)의 길가에서 주워온 아이였다. 선사가 인근에 소를 키우는 집에서 잃어버린 아이라 여겨 국청사로 데려와서는 절의 사무를 관장하는 전좌(典座)에게 “누가 찾으러 오면 데려가게 하게”라며 맡겼다.
그러나 결국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절에서 자랐다.
어느 날 승려 영습(靈熠)이 문득 보니 그가 불좌(佛座)에 올라가 불상(佛像)을 마주보며 방약무인하게 웃고 있었다. 사찰 승려들이 그를 쫓아내 식당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대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게 했다. 승려들이 먹다가 남는 찌꺼기가 있으면 죽통 안에 넣어 한산(寒山)이란 승려에게 가져가게 했다.
습득에게는 또 사찰을 수호하는 신인 호가람신(護伽藍神)의 묘에 관한 일화가 있다. 새들이 음식물 찌꺼기를 물어가자 습득이 석장(錫杖)으로 땅을 두드리며 두세 번 말했다.
“너는 음식도 지키지 못하면서 어찌 가람을 수호한단 말이냐?”
이날 밤 토지신이 온 사찰 승려들의 꿈에 나타나 말했다.
“습득이 나를 때렸다.”
이튿날 여러 승려들이 어제 꿈을 꾼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모두 같은 꿈을 꾼 것을 알았다. 그제야 습득이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알았다.
습득은 나중에 사찰 소유의 장원에서 소를 방목하며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마침 사찰에서 포살(布薩)의식을 하고 있었는데 습득이 소떼를 몰아 당(堂) 앞에 와서는 문에 몸을 기대고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많이들 모였구나!”
그러자 포살 의식을 주관하던 수좌 승려가 그를 야단치며 말했다.
“정신 나간 녀석이 왜 소란을 피워 의식을 방해하느냐?”
그러자 습득이 말했다.
“나는 소를 방목하는 게 아니오, 이 소들 중 다수는 전에 이 절 승려들이라네.”
그러면서 죽은 승려의 법호를 부르자 소들이 각기 호응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여러 승려들이 과거 잘못을 후회하고 아울러 보살(菩薩)이 신적을 드러내 구도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렸다.
역주: 한산과 습득은 흔히 같이 언급되면 한산이 문수보살 습득이 보현보살의 화신으로 간주된다. 겉모습은 거지나 미친 사람과 같지만 사실은 세속에 숨어사는 깨달은 각자들이다.
자료출처: 《신승전》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43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