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목(木木)
【정견망】
석무루(釋無漏)는 원래 김씨(金氏)로 신라 국왕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일찍이 세속의 명예를 싫어해 불도(佛道)에 귀의했고, 배를 타고 중국으로 들어갔다. 또 서역 오천축국(五天竺國)에서 팔탑(八塔)을 예배하려는 뜻을 품었다.
천축으로 가기 위해 사막을 지나 우전국(於闐國)을 거쳐 총령(蔥嶺)의 큰 절에 들렀다. 그곳에 신승(神僧)이 한분 있었다.
그가 무루에게 어디로 가려는지 물었다.
무루가 천축에 가려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신승이 말했다.
“천축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니 일반인은 쉽게 갈 수 없노라. 이곳에 독룡지(毒龍池)가 있는데 그 안에 도화가 필요한 독룡이 있으니 그대가 한번 시험해보라. 만약 이 고험(考驗)을 통과할 수 있다면 천축행이 가능할 것이다.”
무루가 독룡지 연못가에 가서 보니 연못가에 다만 작은 좌상(坐床)이 하나 있어 그 위에 앉았다. 한밤중이 되자 갑자기 번개가 치면서 물 속에서 한 마리 괴물이 나와 크게 울부짖으며 각종 무서운 모습으로 변했다. 이렇게 한참을 지속했다. 하지만 무루는 단정하게 작은 좌상에 앉아 두 눈을 살짝 감고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중에 결국 괴물이 원형(原形)을 드러냈으니 바로 거대한 뱀이었다. 거대한 뱀이 무루 앞으로 기어오자 무루가 자비심을 내어 삼귀의(三歸依)를 말해주었다. 오래지 않아 뱀이 노인으로 변하더니 무루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법사(法師)님의 도화를 받았으니 저는 더 이상 이 독룡지에 머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3일 후 뱀의 몸을 벗고 선도(善道 역주: 6도 윤회 중에서 천상 인간 등 좋은 곳)에서 태어날 것입니다.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그곳이 바로 제가 몸을 버릴 곳입니다. 부디 법사님께서 때가 되면 제 시신을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무루가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신승이 또 무루에게 말했다.
“네가 만약 정말로 천축에 가고 싶다면 이곳의 관음보살상(觀音菩薩像)이 아주 영험하니 먼저 가서 기도를 드려 보거라. 만약 길상(吉祥)한 결과가 있다면 그때 가도록 하라.”
무루는 이에 관음보살상 앞에서 입정(入定)에 들어갔다. 일단 입정에 들어가자 칠칠 49일간 입정했다. 그가 입정했을 때 한 마리 작은 쥐가 와서 그를 깨물었다. 뜻밖에도 물린 곳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나왔는데 그가 입정에서 나올 때까지 낫지 않았다. 그가 얻은 것은 이런 감응이었다.
신승이 그에게 말했다.
“내가 보니 너의 인연은 마땅히 천축이 아니라 당나라에 있구나. 네게 오직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공덕(功德)이 아주 클 것이다. 네가 기어코 천축에 가려 한다면 구도할 사람이 당나라보다 적을 것이다.”
무루는 이에 더는 천축 행을 고집하지 않았다.
신승이 또 무루에게 알려주었다.
“난(蘭)을 만나면 머물러라.”
이렇게 당나라로 돌아오던 중 난산(蘭山 즉 하란산賀蘭山을 말함)을 지나다가 산속으로 말을 몰았다. 백초곡(白草谷 역주: 지금의 영하 회족자치구)에서 초암(草庵)을 짓고 수행했다.
얼마 후 안사(安史)의 난이 일어났다. 영무(靈武)에서 군무(軍務)를 주관하던 숙종(肅宗 당시 태자) 꿈에 늘 금색 사람이 보승불(寶勝佛 역주: 밀종에서 모시는 오방불 중 남방불)의 불호를 외는 것을 보았다. 주변에 이 꿈에 대해 이야기 하자 어떤 사람이 말했다.
“분명 성 밖 난산에 있는 그 김 씨 성을 가진 화상일 겁니다. 늘 보승불의 명호를 외운다고 합니다.”
이에 숙종이 무루를 불러 만나보았다. 그를 보자 기뻐서 말했다.
“내가 꿈에 본 것이 바로 이 승려로구나.”
이에 무루를 황실 사찰로 모시고 극진히 공양했다. 무루가 여러 차례 돌아가서 은거하고 싶다고 청했으나 숙종이 허락하지 않았다. 무루가 말했다. “멸적을 보이리라”라고 했다.
어느 날 무루가 갑자기 성 주변에서 몇 자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어떤 사람이 숙종에게 보고하자 숙종이 직접 와서 보았다. 이때 무루는 이미 원적(圓寂)했고 황제에게 바치는 표문을 하나 남겼다. 그는 숙종에게 자신을 난산 아래에 묻어줄 것을 요청했다.
숙종은 곧 사람을 시켜 그렇게 하도록 했다. 사람들은 난산에 새로 사찰을 만들고 무루의 유체(遺體)를 안치했다.
지금도 “진체(真體)가 단정히 앉아 있는데 전혀 부패하지 않았다.”
자료출처: 《신승전》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43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