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전문화 중국역사연구모임
【정견망】
조기의 간언
상왕이 가장 중시한 것은 하늘을 공경하고 조상을 본받는 것이다. 무정(武丁)은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천지(天地), 일월(日月) 및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고 백성들을 이끌고 신을 모시며 경건하고 공경하게 각종 제사활동을 거행했다.
한번은 무정이 사람들을 이끌고 성탕(成湯)을 제사지내는 의식을 거행하던 이틀째 “꿩이 날아와 정(鼎)의 손잡이에 올라와 울었다.”
본래 조상에 대한 제사는 아주 엄숙하고 큰일이라 마땅히 들꿩이 제사를 지내는 전당에 들어와 울어서는 안 되는데 더욱이 정의 손잡이 부분에 내려앉았다. 여기서 정(鼎)이란 왕실에서 제사에 사용하던 청동기로 만든 제기(祭器)로 불을 때면 손잡이 부분이 몹시 뜨겁다. 그런데 꿩이 뜻밖에도 이 부위에 내려앉았으니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이 기이한 현상은 마땅히 상서롭지 못한 징조에 해당했다. 무정은 즉시 자신 또는 왕실에서 하늘의 뜻을 위반한 일이 있기에 하늘이 이 꿩을 내려보내 경고하신 것임을 알고 두려워했다.
이때 조기(祖己)라는 신하가 왕에게 이 일에 대해 간언했는데 역사에서는 이를 가리켜 “조기가 왕을 훈계했다”고 한다.
조기는 이 광경을 보고 가장 먼저 임금의 마음부터 풀어준 후 에 나중에 제사에 관한 잘못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시고 먼저 정사(政事)를 다스리십시오.”
조기는 천도(天道)의 각도에서 무정에게 설명했다.
“하늘이 하계 백성을 감찰하면서 주로 그들의 행동이 천도에 부합하는 가를 주로 봅니다. 하늘이 내려 준 수명에 길고 짧음은 있어도 하늘이 백성을 요절시키거나 중도에서 목숨을 끊는 경우는 없습니다. 백성이 덕을 따르지 않고 죄를 인정하지 않을 때는 하늘이 경고를 내려 그 덕행을 바로잡으려 합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사람들은 ‘이를 어쩌나?’ 하고 말합니다. 아! 임금의 직분은 백성을 공경해 하늘의 뜻을 잇는 것이며 정해진 내려온 제사를 따라야 하며 조상에 대한 제물을 지나치게 풍성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황천상제(皇天上帝)는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시조(始祖)로 상제께 바치는 희생이야말로 마땅히 가장 좋은 것이어야 한다. 조상에 대한 제사는 일상적인 제사임에도 바치는 희생이 너무 풍성한 것을 보고 조기가 이를 바로잡도록 간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조기는 대체 어떤 인물일까? 바로 무정의 대신이다. 밝은 임금과 어진 신하가 서로 도와 서로의 장점을 더욱 빛나게 했다.
하늘이 부열을 내리다
부열(傅說)은 천제께서 무정에게 보낸 인물이다. 무정은 애초 꿈 속에서 그를 보았다. 《사기・은본기》에는 “무정이 꿈에 성인을 봤는데 이름이 열(說)이라 했다. 꿈에서 본 사람을 대신과 관리들 가운데 찾아보았으나 모두 아니었다.”라고 했다.
즉 무정이 꿈에 성인을 보고 대신과 관리들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자신이 꿈에 봤던 인물이 아니었다.
‘열’은 외모가 일반인과 달라서 양 어깨가 새가 날개를 웅크린 것 같았다. 무정은 이에 꿈에 본 인물의 그림을 그려 사람을 파견해 찾아오게 했다. 어떤 사람이 부험(傅險)이란 곳에서 마침내 ‘열’을 찾아내 무정에게 보냈다.
‘열’은 죄를 지어 노예로 있었는데 체구가 건장하고 힘이 장사라서 성을 쌓고 있었다. 거친 베옷을 입고 새끼로 허리를 묶었는데 손목이며 어깨가 마치 망치처럼 탄탄했다.
무정제에게 데려가자 두 사람은 초면임에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꿈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무정이 부열에게 물었다.
“천제께서 당신을 내게 보내는 꿈을 꾸었는데 정말 당신이 맞습니까?”
부열이 대답했다.
“저를 당신께 보내신 분은 천제십니다. 당신은 왼손으로 제 옷소매를 당기면서 오른 손으로 천제께 절을 올렸습니다.”
무정이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확실히 그랬다. 천제께서는 당신이 나를 대신해 실중(失中)을 토벌하라고 명령하셨다.”
여기서 실중(失仲)은 작은 나라의 수령인데 그의 아내가 일찍이 쌍둥이를 낳았다. 두 아들이 자라자 자못 돼지와 같은 모습이 되자 두 돼지라는 뜻으로 ‘이돈(二豕)’이라 불렀다. 실중은 이를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겨 점을 치게 했다.
“그들을 죽일까요?” “아니면 죽이지 말까요?”
결과는 “죽이지 않는 게 길하다”는 답을 얻었다. 하지만 실중은 상제의 뜻을 어기고 그 중 한 아이를 죽였다. 그러자 상제가 진노해 무정에게 실중을 정벌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또 부열을 그에게 보내신 것이다.
무정은 상제(上帝)의 뜻에 따라 열에게 상나라 군대를 이끌고 ‘실(失)’나라를 포위공격하게 했다. 실중의 아들이 싸우지 않고 퇴각하니 상대방 군대가 토벌되었고 아들과 백성들이 모두 상에 복종했다. 실중은 아들과 함께 도주했다. 열은 병사들에게 실중의 성읍(城邑)을 점령하게 하고 백성들을 위로했다. 이후 실나라는 상나라의 속국이 되었다.
무정은 열을 재상으로 삼은 후 그에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옆에 두고 그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부험(傅險)이란 곳에서 그를 찾았기 때문에 나중에 부를 성으로 삼아 부열(傅說)이라 불렀다.
부열의 보좌를 받은 무정 시기에 상조가 잘 다스려졌다. 이를 일러 “은나라를 아름답게 안정시켰다(嘉靖殷邦)”고 한다.
성탕을 보좌한 이윤과 마찬가지로 부열의 신분 역시 조사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데 가족내력조차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날 때부터 특이한 외모를 지녔지만 노예 속에 섞여 있었고 또 지혜롭고 널리 배웠지만 누구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는지는 모른다. 이런 인물이 세상에 올 때는 반드시 그 사명(使命)이 있게 마련이다. 무정의 대신이 되기에 앞서 그는 이미 또 다른 한 가지 큰일을 완수했다.
맹자는 “부열은 판축(版築) 사이에서 등용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판축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흙벽을 쌓는 한 가지 방법을 말한다. 판자와 판자 사이에 풀을 섞은 흙을 넣고 돌로 다져 흙벽을 만들면 홍수도 막을 수 있다.
무정이 부열을 찾아내기 전부터 부열은 이미 판축기술을 동료 직공들에게 전수했다. 중국인들은 이미 3천여 년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흙벽과 건물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사명이 여기에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건축공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사실 판축술은 중국 농촌에 가면 아직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속칭 ‘간타루(干打壘)’라고 한다. 벽을 다질 때 두 판자 사이에 흙을 넣기 때문에 두 판자의 폭이 벽의 두께가 된다. 또 나무 서까래로 두 판을 고정하기 때문에 두 판 사이에 풀을 힘줄처럼 섞어 흙을 넣고 다지고 돌공이로 단단히 다진다. 완성된 후에 서까래와 목판을 제거하면 우뚝 솟은 흙벽만 남는다.
과학기술을 근본으로 하는 현대에도 똑같이 이런 방식으로 벽을 만든다. 요즘은 기계로 두 강판을 붙잡고 중간을 콘크리트로 채운 후 기계로 다져서 수분을 뺀 후 콘크리트를 굳혀서 벽을 만든다. 나중에 기계를 제거하는데 이때 사용한 방법 역시 판축법이다.
천상에 천책성(天策星)이란 별을 부열성(傅說星)이라고도 한다. 《개원점경(開元占經)》에는 “부열성이 빛나면 왕명(王命)이 흥하고 보좌할 인물이 나타난다”고 했다.
참고문헌:
1. 《사기》
2. 《상서정의》
3. 《청화간(清華簡)‧부열지명(傅說之命)》
4. 《순자》
5. 《묵자》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39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