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목(木木)
【정견망】
안영수(安令首)의 본래 성은 서(徐)씨로 동완(東莞) 사람이다. 아버지 충(忡)은 후조(後趙)에서 벼슬하여 외병랑(外兵郞)이었다. 안영수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민첩하여 배우기를 좋아하고, 말하여 논하는 것이 맑고 고우며, 성품이 우아하고 욕심이 없어 담박하였다. 사람 사이의 일들을 즐거워하지 않아 조용히 한가하고 고요하게 지내면서 불법을 스스로 즐기며 시집가려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물었다.
“너는 응당 다른 가문에 귀속되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이와 같이 하느냐?”
안영수가 대답했다.
“단정한 마음가짐으로 도를 일삼아 생각을 끊고 인간 세상 밖에 있으면서, 남의 칭찬이나 헐뜯음에 흔들리지 않고 청렴하고 바른 것으로 스스로 만족하면 될 터인데, 어찌 반드시 시집살이(三從之道)를 해야만 예에 맞는다고 하십니까?”
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너 혼자만 착하게 산다면 부모의 은혜는 어떻게 보답하겠느냐?”
안영수가 다시 대답했다.
“몸을 바로 하고 도리를 행하여 바야흐로 널리 중생을 제도하려 하거늘, 하물며 부모님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서충(徐忡)이 이 일 때문에 고승 불도징(佛圖澄)을 찾아가자 불도징이 말했다.
“그대는 집으로 돌아가서 3일 동안 재계한 뒤 다시 찾아오시오.”
서충이 그대로 하니, 불도징이 사철 쑥 씨를 갈아 삼[麻]에서 짠 기름에 섞고 서충의 오른쪽 손바닥에 발랐다. 그러고는 서충에게 바라보게 하였다. 한 사문이 대중 한가운데서 설법을 하는 것이 보였는데 형상이 여자 같았다.
서충이 자신이 본 것을 말하자 불도징이 말했다.
“이는 당신 딸의 전생 모습입니다. 출가하여 남을 유익하게 함이 지난날에도 이와 같았습니다. 만약 딸의 뜻을 따른다면 바야흐로 영화로움이 육친 가운데 가장 빼어나 그대는 부유하고 귀하게 될 것이며, 나고 죽는 고해에서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서충이 돌아와 출가를 허락하자, 안영수는 곧 머리를 깎았고 불도징과 비구니 정검(淨撿)을 따라 계를 받고 건현사(建賢寺)를 세웠다. 불도징은 석륵(石勒)이 남긴 ‘꽃을 새긴 납의[剪花納]와 7조 가사[七條衣], 코끼리 코를 새긴 세숫대야를 안영수에게 주었다.
두루 여러 서적을 읽되 한 번이라도 눈을 거친 것은 반드시 외웠으며, 생각이 연못 깊은 곳에 이르는 것처럼 하고 정신은 먼 곳까지 상세하게 비추었다.
당시 도를 믿는 무리들이 으뜸으로 삼지 않음이 없었다. 이에 그녀에게 감화해 출가한 사람이 200여 명이나 되었다. 또한 대여섯 개의 정사(精舍)를 지었는데, 수고로움과 괴로움을 꺼리지 않아 다 세울 수가 있었다.
석호(石虎)가 공경하여 부친은 서충을 발탁해 황문시랑(黃門侍郞) 청하태수(淸河太守)로 삼았다.
자료출처: 《비구니전》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44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