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목(木木)
【정견망】
진(晋)나라 때 승려 불조(佛調)는 어느 지역 출신인지는 모르지만 다년간 상산(常山) 지방을 왕래했다. 그가 널리 전한 불법(佛法)은 늘 순박함을 숭상하고 말을 꾸미지 않았는데 당시 사람들이 모두 그를 아주 존경했다.
상산에 불법(佛法)을 받드는 두 형제가 있었다. 형제의 집은 불조가 머물던 절에서 백 리가 넘는 거리였다. 어느 날 형수의 병이 위독하자 형은 절 근처로 숙소를 옮겨 돌보게 했다. 형은 불조를 스승으로 모시고 늘 절에 머물면서 도를 묻고 수행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불조가 갑자기 형제의 집에 나타났다. 집에 있던 아우가 형수의 병세와 형의 안부를 묻자 불조가 말했다.
“환자는 아직 괜찮고 자네 형도 여전하네.”
불조가 떠난 후 아우는 형수가 걱정이 되어 말을 타고 절에 갔다. 그리고 형을 만나 아침에 불조 스님께서 오셨다고 말하자 형이 놀라면서 말했다.
“오늘 아침에 스님께서 절을 떠나신 일이 없는데 네가 어떻게 스님을 뵐 수 있겠느냐?”
형제가 서로 다퉈 불조를 찾아가 물었다. 그러나 불조는 웃으면서 대답하지 않았고, 모두들 이상하게 생각했다.
불조는 가끔 마른 밥 몇 말을 가지고 혼자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서는 약 1년 반 동안 지내다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항상 식량을 남겨서 돌아왔다. 어떤 사람이 불조를 따라 산으로 갔는데, 수십 리를 가자 날이 저물고 큰 눈이 내렸다. 불조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자는데 호랑이가 돌아와서는 굴 앞에 가로로 누웠다.
불조가 호랑이에게 말했다.
“내가 네 거처를 빼앗았으니 매우 염치가 없구나.”
그러자 호랑이가 이 말을 듣고는 곧장 귀를 숙이고 산을 내려갔다. 따라갔던 사람은 놀라고 두려워했다.
불조가 자신이 원적할 날짜를 스스로 말하자 인근의 여러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불조는 이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천지가 장구(長久)하다 해도 무너질 때가 있거늘 하물며 사람이 어찌 영원히 살 수 있겠는가? 만일 삼독(毒)을 모조리 없애고 한마음으로 진정하게 깨끗해지면 몸은 비록 떠나더라도 신(神)은 반드시 같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듣고 모두 눈물을 흘렸다. 불조는 방으로 돌아가 단정히 앉아서는 가사로 머리를 덮고 갑자기 세상을 마쳤다.
불조가 세상을 떠난 지 여러 해 후 그의 여덟 제자가 서산에 들어가 나무를 베다가, 높은 바위 위에 앉아 있는 불조를 만났다. 그는 의복이 선명했고 기쁜 자태였다. 모두들 놀라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었다.
“화상(和尙)께서는 늘 이곳에 계십니까?”
불조가 대답했다.
“나는 지금 대자재(大自在)하다.”
그리고 친구에 관한 소식을 자세히 묻고는 한참 있다 떠났다. 여덟 제자들이 곧 일을 그만두고 사찰로 돌아와 자신들이 본 것을 도반들에게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이 말을 확인하기 위해 불조의 관을 열어보니 과연 시신이 보이지 않았다.
자료출처: 《법원주림(法苑珠林)》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481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