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각(李覺)
【정견망】
동봉(董奉)은 자가 군이(君異)이고 후관(侯官)사람이다. 오나라 선주(先主 역주: 오나라 초대 황제인 손권을 가리킨다) 때 한 젊은이가 동봉이 사는 지역의 현령이 되었다. 그는 동봉을 40여 세로 보았는데 그가 도(道)를 얻었는지 몰랐다. 그가 관직을 떠난 후 50여 년 후 다른 관직에 복직해 후관을 지났다. 다른 현리(縣吏)들은 모두 늙었는데 동봉만은 모습이 여전했다.
이에 동봉에게 물었다.
“그대는 도를 얻었습니까? 내가 옛날에 이런 모습을 봤는데 나는 이미 백발이 되었지만 그대는 더 젊어지니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그러자 동봉이 대답했다.
“우연일 뿐입니다.”
또 두섭(杜燮)이 교주(交州 역주: 지금의 베트남 북부지역)자사로 있다가 독병(毒病)에 걸려 죽었다. 죽은 지 이미 사흘이 지났는데 마침 교주에 있던 동봉이 두섭을 찾아가 환약(丸藥) 3알을 입에 넣었다. 물을 흘려 넣고 사람을 시켜 그의 머리를 들어 약을 넘기게 했다. 잠시 후 손과 발이 움직이더니 안색이 점차 돌아왔다. 반나절이 지나 일어설 수 있었으며 나흘이 지나자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두섭은 이렇게 말했다.
“죽었을 때 마치 꿈과 같았습니다.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를 수레에 태워 커다란 붉은 문으로 들어가더니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감옥에는 방에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였는데 나를 어떤 방에 집어넣더니 곧 흙으로 밖에서 봉해 막아 버려 다시는 빛을 볼 수 없었습니다. 문득 밖에서 사람소리가 들렸습니다.
‘태을(太乙)께서 사자를 파견해 두섭을 부르십니다.’
문에 발라놓은 흙을 파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참 후에 나왔습니다. 붉은 지붕이 달린 마차에 세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부절(符節)을 든 사람이 나를 불러 수레에 태웠습니다. 돌아와서 집 문에 이르자 깨어났고 마침내 살아났습니다.”
이에 동봉에게 사례하며 말했다.
“큰 은혜를 입었으니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요?”
이에 동봉을 위해 정원에 누각(樓閣)을 지어주었다. 동봉은 다른 음식은 먹지 않았고 오직 육포와 대추 및 약간의 술만 마셨다. 두섭이 하루 3차례 음식을 차려주면 동봉이 와서 먹곤 했다. 때로는 새처럼 하늘을 날아서 왔다가 음식을 먹고 갔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온 것을 몰랐다.
이렇게 1년 정도 지난 후 동봉이 두섭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두섭이 울면서 물었다.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제가 큰 배를 하나 준비해드릴까요?”
동봉이 대답했다.
“배는 필요 없고 관 하나만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두섭이 즉시 관을 마련해주었다. 이튿날 정오가 되자 동봉이 죽었고 두섭이 그를 염해 관에 묻었다. 7일 후 어떤 사람이 용창(容昌)에서 왔는데 동봉을 만나 그의 부탁으로 두섭에게 감사인사를 하면서 부디 자중자애(自重自愛)하라고 전해왔다.
두섭이 이 말을 듣고 동봉을 묻은 무덤을 파서 관을 열어보니 비단 한 폭이 있었다. 한쪽에는 사람 그림이 있었고 다른 쪽에는 붉은 글씨로 쓴 부적이 있었다.
동봉은 나중에 예장군으로 돌아와 여산(廬山) 아래에 살았다.
어떤 사람이 심한 나병(癩病)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자 수레를 타고 동봉을 찾아왔다. 머리를 조아리며 살려달라고 애걸했다. 동봉이 그를 방에 앉히고 5겹의 헝겊으로 환자의 눈을 싸고는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가족도 그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그 환자가 말했다.
“어떤 동물이 와서 핥는 소리가 들렸는데 너무 고통스러워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골고루 핥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혀는 넓이가 1자 정도 되고 숨소리는 소와 같았습니다. 어떤 동물인지 알 수 없었고 한참 후에 떠났습니다.”
동봉이 다시 환자를 찾아가 헝겊을 풀어주고는 물을 주어 마시게 했다. 그리고 그를 돌려보내면서 일러주었다.
“오래지 않아 나을 것이니 바람을 쐬지 마시오.”
십여 일간 환자의 몸은 피부가 벗겨져 빨갛게 변했고 몹시 아팠다. 물에 들어가 목욕을 하면 통증이 바로 멈췄다. 20일이 지나자 피부가 새로 돋아나 바로 좋아졌는데 온몸에 윤기가 흘렀다.
나중에 이 지역에 큰 가뭄이 들었다. 현령(縣令)인 정사언(丁士彥)이 의견을 말했다.
“듣자하니 동봉선생에게 도(道)가 있다고 하니 비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술과 육포를 들고 동봉을 찾아가 가뭄이 든 이야기를 했다.
동봉이 말했다.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리고는 지붕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허나 가난한 이들의 집은 지붕이 모두 하늘을 보고 있으니 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현령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곧 말했다.
“선생께서 비만 내려주시면 제가 그들의 집을 잘 수리해 주겠습니다.”
다음날 정사언이 백여 명을 이끌고 와서는 대나무를 날라다 집을 지었다. 집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진흙으로 벽을 바르기 위해 사람들에게 땅을 파서 흙을 모으고 물을 길어다 진흙을 만들게 했다. 막 진흙을 만들기 위해 수 리 떨어진 곳으로 물을 길러가려 하는데 동봉이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오늘 저녁에 큰 비가 내릴 것입니다.”
저녁이 되자 정말 높고 낮은 곳에 모두 큰비가 내렸고 지역 사람들이 모두 기뻐했다.
동봉은 산에 살면서 밭을 일구지 않았고 날마다 사람들에게 병을 치료해주었는데 돈을 받지 않았다. 중병환자의 경우 병이 나으면 살구나무 5그루를 심게 했고 가벼운 환자는 1그루를 심게 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자 십만여 그루가 되어 살구 숲[역주: 전통의학에서 의사나 의업을 ‘행림(杏林)’이라 부르게 된 연유]을 이뤘다. 동봉은 또 산속의 여러 짐승들과 새들을 불러 그 아래에서 놀게 했는데 잡초가 자라지 않아서 마치 김을 매서 정리한 것 같았다. 나중에 살구가 익자 숲속에 풀로 만든 창고를 하나 짓고 이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살구를 사고 싶은 사람은 와서 나를 찾지 말고 곡식 1그릇을 가져다 놓고 대신 살구 1그릇을 가져가시오.”
그런데 매번 곡식은 적게 놓고 살구를 많이 가져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자 숲속의 호랑이 서너 마리가 쫓아와서 으르렁거렸다. 그가 깜짝 놀라서 급히 달아나다 넘어져 살구를 떨어뜨리고 집에 돌아와서 보면 정확히 자신이 두고 온 곡식 양만큼만 남아 있었다.
또 한 번은 어떤 사람이 빈손으로 와서는 살구를 훔쳐갔다. 그러자 호랑이가 그를 집까지 쫓아가서 물어 죽였다. 가족들이 그가 살구를 훔쳤기 때문에 발생한 일임을 알고 동봉을 찾아가 살구를 돌려주면서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을 빌었다. 그러자 죽었던 사람이 바로 살아났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살구를 사려는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양을 가늠했고 누구도 속이는 사람이 없어졌다.
동봉은 매년 살구를 팔아 얻은 곡식으로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고 먹을 것이 부족한 여행객들에게 여비를 보태주었다. 이렇게 매년 약 3천 곡(斛 역주: 1곡이 10말이다)을 써도 오히려 많이 남을 정도였다.
현령의 친척 집에 딸이 하나 있었는데 사악한 귀신이 들어 백방으로 치료해도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현령이 동봉을 찾아와 이렇게 제안했다.
“만약 이 아이의 병을 낫게만 해주면 그대의 수발을 들게 하겠습니다.”
이에 동봉이 동의했다. 즉각 귀신에게 호통을 치자 크고 흰 거북이 나왔는데 길이가 6척이나 되었고 땅을 기어 병자의 집 문을 향해 기어갔다. 동봉이 사람을 시켜 목을 베게 하자 여인의 병이 즉시 나았다. 이리하여 드디어 그 여자를 아내로 맞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식이 없었다.
동봉이 마침 출타했을 때 그 아내가 혼자 살 수 없어서 딸을 하나 입양하길 청했다. 그 딸이 10여세가 되자 동봉이 어느 날 몸을 솟구쳐 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아내와 딸은 여전히 그곳에 살면서 살구를 팔았다. 만약 속이는 사람이 있으면 호랑이가 와서 쫓아냈다. 동봉은 인간세상에서 3백여 년을 있다가 떠나갔는데 얼굴은 마치 30대처럼 보였다.
참고자료: 《신선전•동봉》
【평가】
1. 변화에 따라 행동
이상의 기록을 보면 동봉은 세상에서 3백년 넘게 살면서 늘 병을 치료해주는 방식으로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제도했다. 그의 행동은 모든 것이 완전히 자연스러웠고 어느 것 하나 고집을 부린 일이 없다. 산이 가로막으면 길을 뚫고 강이 가로막으면 다리를 놓는 식으로 마음 가는 대로 따랐다. 또 ‘공평 교역’이란 고상한 풍격을 대대로 전하도록 남겨놓았다.
이 이야기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우리가 부딪힌 그 어떤 일이든 모두 인과관계가 있으니 우리는 그 어떤 일이든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효과가 가장 클 수 있다. 만났으면 곧 대처하되 상대가 치는 힘을 이용해 힘을 쓰면 지혜가 무궁할 것이다.
때로 우리가 사부님의 요구에 따라 하지 않으면 가령 인위적으로 어떤 일을 하려 하면 흔히 세간에서 번거로움을 불러온다. 난(難)이 닥치는 것 또한 법(法)에서 자신의 심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많은 유감을 남길 수 있다.
한편, 교주자사 두섭은 독병에 걸려 죽은 후 지옥에 갔다가 삼일 째 되는 날 다시 살아왔다. 이 과정에서 동봉이 한 많은 행동들은 사실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환약을 먹여서 사람을 살렸지만 사실은 바로 태을(太乙)이 사자를 보내 영혼을 소환해 살아난 것이다. 본래는 약에 의지할 필요가 없지만 세간의 이치에 부합해야만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지금 세인들이 ‘삼퇴(三退)’열풍도 마찬가지로 사람을 구하려면 사람의 집착에 따라야한다. 그래서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오직 이렇게 해야만 생명이 비로소 호탕한 부처님의 은혜를 볼 수 있다.
2. 역할 전환
고층생명의 ‘시해(尸解)’는 인생이란 무대에서 수행자가 역할을 바꾸는 수단의 하나다. 동봉이 매 차례 ‘사람을 구한’ 일은 모두 질서 있게 배치된 것이다. 혹은 “인연을 끝냈다”고도 할 수 있다. 인연이 일단 끝나면 곧 떠나가야 하는데 절대 시간을 끌거나 시끄럽게 굴지 않았다.
우리는 속인 중에서 오래 살다보면 일을 할 때 늘 미련을 남긴다. 가령 인연 있는 사람이 있어서 구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당신이 마땅히 할 수 있다면 하면 되는 것이다. 미혹 속에서 사람을 구하기란 아주 어려워서 당신이 여러 차례 진상을 알려야 하는데 매 한 차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속인의 정(情)속에 빠지거나 심지어 역할전환 후에 다시 만날 연분을 잃고서도 여전히 늘 생각하며 잊지 못한다면 이것은 이미 신(神)의 생각이 아니라 사람의 정이다. 이렇게 하면 그를 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 당신을 끌어내린다. 마땅히 결단(決斷)해야 할 때 결단하지 못하면 도리어 일이 어지러워진다.
바로 사랑, 미움, 정, 근심이 가로놓이면 구도 받는 사람이 구도 받는 길을 가로막고 우리의 능력을 감소시킨다. 아마 우리와 가까운 많은 사람들을 도리어 구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일 것이다. 마땅히 깨달아야 한다.
3. 지역 백성들을 기쁘게 하다
동봉은 현령이 집을 지어주자 비를 내렸고 병 걸린 여인을 치료한 후 아내로 맞이했고 살구를 수확해 곡식으로 바꾸는 등의 일을 했다. 겉으로 보면 동봉이 유위적으로 남의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에게는 보수를 받으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오직 지역 백성들을 크게 기쁘게 하고 이들을 교화하기 위해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그가 어찌 구름을 뚫고 하늘로 날아갈 수 있었겠는가?
그동안 우리는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 자신의 돈과 정력을 들여 무료로 진상 자료를 만들어 진상을 알리는 일을 많이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자기 돈으로 표를 사서 션윈(神韵) 공연을 보게 하니 힘은 적게 들지만 효과는 오히려 더욱 좋았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지역 백성들을 기쁘게 했기 때문이다.” 즐겁게 공연을 보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내심이 변화하고 정신이 승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위의 다스림이다. 세상일이란 이익의 추동 하에 움직이는데 비유하자면 아이들이 ‘음식을 다투는’ 심리와 같다. ‘다투지’ 않으면 오히려 흥미를 잃는다. 사람의 특성이 바로 이렇기 때문에 동봉은 이를 분명히 알기에 무위(無爲)로 한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