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劉曉)
【정견망】
섬서성에 있는 누관대(樓觀台)는 도가의 비조인 노자(老子)가 청우(靑牛)를 타고 와서 머물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곳은 산천이 수려하고 전각이 높이 솟아 있어 도사들이 왕래가 많이 있었다. 그중 한 도인이 “이로(李老)”라고 불렸는데 자기가 어디서 온 사람인지 말하지 않았으나 그의 발음을 들으면 북방인 같았다고 한다.
그도 자기 나이가 얼마인지 말하지 않았으나 매우 오래 살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에 90세 된 노인의 말에 의하면 자기가 어릴 때 그를 본 적이 있는데 긴 소매에 승복을 입고 밀짚모자를 쓴 채 1년 내내 맨발로 다녔다고 한다.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녀서 당시 사람들은 “맨발의 이반선(赤腳李半仙)”이라 불렀다.
이 도장(道長)이 하는 말은 주로 명나라 말 청나라 초기의 일이었다. 그 외 천하의 명승고적 각 성(省)의 요충지 내지 여러 지역의 민속이나 인심 풍속 등을 모두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했는데 빠짐이 없어 마치 직접 그곳에 가본 것 같았다.
이 도장이 이따금 성성(省城 역주: 섬서성의 수도인 서안의 성 즉 장안성을 가리킨다)에 도착하면 홍포가(紅布街) 무제묘(武帝廟)에 가서 머물곤 했다. 밤에는 침대에서 자지 않고 늘 벽돌 구유 위에 앉아 가부좌 했다. 대낮에 시장 통에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기도 하고 어떤 때 다른 사람이 먹으라고 청하면 거절하기도 했다. 그는 며칠간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어떤 때는 배불리 먹기도 했다.
한 가게 주인이 이 도장의 비범함을 발견하고 그에게 자기의 운을 봐달라고 했는데 매우 영험했다. 점을 쳐준 후 만일 그에게 돈을 주면 그는 품속에 간직했으며 주지 않아도 구태여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그저 자연스러움에 따랐다.
이 도장은 사람을 사귀는데 빈부귀천을 따지지 않았으며 예의범절을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시원스럽게 이야기했다. 당당하게 말하는 중에 놀라운 말들이 많았다. 만일 어떤 사람이 길흉에 대해 물으면 즉답을 피했다. 그의 기이한 언행은 수없이 많은데 여기서는 몇 가지만 든다.
신통으로 벽을 옮기다
장안성 서문밖에 태백행궁(太白行宮)이 있는데 규모가 매우 광활하고 벽이 거리 중앙에 가리고 있어서 도로가 매우 좁았다. 만일 두 마차가 만나면 한꺼번에 지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늘 길이 막혔고 백성들이 늘 불평했다. 또 이따금 수레가 뒤집어져 사람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어느 날 이 도장이 이 도로 중간에 서서 자기가 스스로 일꾼을 불러서 이 벽을 거리 북쪽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당시 어떤 사람이 풍수를 이유로 가로막자 이 도장이 얼른 담당 관원에게 부탁했다.
“대인께서 백성들을 위해 마음을 좀 써서 술사의 망언을 듣지 마시고 백성의 편의를 돌보는 좋은 일을 하시길 부탁합니다. 만일 무슨 좋지 않은 결과가 있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관원은 그의 말이 너무 간절한 것을 보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신기하게도 옮기는 공사가 시작한 후 하룻밤 사이에 공사한 일의 양이 대낮의 백배가 되었고 며칠 안 되어 완공되었다. 여러 사람들은 그 원인을 알지 못했는데 어떤 사람은 도인이 아마 공수반(公輸般 역주: 전설적인 장인) 같은 능력을 가진 신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실 이 도장이 야간에 신통으로 일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 길을 왕래하는 사람은 노인의 덕행을 칭송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막료의 기력을 강화시키다
당시 성 관아에 60세 가까운 막료가 하나 있었다. 두 옆구리가 붓고 사지가 허약한 증상이 나타났다. 현대의학으로 말하면 소화기 계통의 질병이었다. 많은 의원을 찾아갔지만 치료하지 못했다. 그는 이 도장의 명성을 듣고 그의 집으로 가서 자기를 봐달라고 했다.
이 도장은 침상 옆에 앉아서 그의 증상을 다 듣고 나서 말했다.
“나는 의술은 모르오. 하지만 옛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소. ‘기란 흐르면 흐를수록 더 원활하고 힘은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당신의 병은 기혈이 운행하지 않고 힘을 덜 써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한 가지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엄지손가락을 평상에 곧추세우고 가부좌를 한 채 전신을 공중에 탁자에서 수촌 떨어지게 했다.
“만약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병은 다 나을 것이오.”
막료는 크게 놀라 자기는 전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 도장이 그에게 한 가지 쉬운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연극무대에서 패왕(霸王)이 나타날 때 하는 동작처럼 왼손으로 오른 소매를 잡아당기고 오른손은 힘차게 휘두르고 오른 발로 힘껏 찬 후 다시 오른 손으로 왼 소매를 당기고 왼손을 힘껏 휘두르고 왼발을 차는 거였다. 아침저녁으로 이 동작을 오래 지속하면 혈기가 잘 통할 것이며 힘도 증가될 것이라고 했다.
막료는 이 도장이 가르쳐 준 방법대로 했다. 처음에 매우 힘들었으나 점점 기력이 증강되고 나중에 소년처럼 건강해졌다. 그는 이 도장에게 매우 감사했으며 제자의 예를 갖추었다.
남을 돕는 것은 오직 단지 전생의 빚을 갚는 것이다
어느 후보 관원이 있었는데 시험에 붙은 후 좋은 평가를 받아 관중(關中) 어느 지역으로 파견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유지와 왕래가 없고 돈이 없어 관계를 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골목길에 살며 듣고 보는 것이 매우 적었다.
어느 날 이 도장이 거리에서 그를 우연히 만나 한참을 들여다 본 뒤 그가 사는 곳으로 따라 가서 이름과 관직, 현재 상황을 물었다. 이 도장은 질문을 마친 뒤 좋은 곳을 찾아주고 옷가지를 챙겨주고 하인 수레와 말, 식기를 챙기는 등 꼼꼼히 챙겼다. 그 후, 이 도장은 그를 위해 명성을 퍼뜨리고, 그를 위해 계획을 세웠다. 그 이후로는 길이 막히지 않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들어주었다. 곧 이 관리의 어진 이름이 장안에 퍼졌고, 이는 모두 이 도장의 도움 덕분이었다.
이 관원이 벼슬길에 오르자 이 도장은 방문 횟수를 점차 줄였다가 나중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관원이 여러 차례 그를 만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는데 이 도장이 그가 올 때마다 미리 피하는 듯했다. 어떤 친구가 왜 그러냐고 묻자 이 도장이 말했다.
“내가 전생에 진 빚을 지금 겨우 갚았소. 그런데 왜 또 나더러 빚을 지라고 하는가? 열심히 노력하는 관리가 되어 스스로 헤쳐 나가라고 전해 주게.”
위험한 상황을 예지해 착한 효자를 돕다
한번은 강소성에서 온 한 사람이 장안을 지나다 이 도장을 만났는데, 두 사람은 마치 옛 친구처럼 아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날 갑자기 이 도장이 갑자기 그에게 말했다.
“당신의 안색이 좋지 않으니 빨리 집에 가야 하네. 밤낮을 가리지 말고 가야만 늦지 않을 수 있을 걸세.”
헤어질 무렵 도장은 그에게 비단주머니를 건네주며 말했다.
“도중에 강북에서 가족을 만났을 때 이 주머니를 열어보시게.”
그는 시키는 대로 밤낮 쉬지 않고 집을 향해 달려갔다. 과연 강북에서 둘째 아들을 만났는데 노모가 중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이 도장이 헤어지기 전에 선물한 비단 주머니가 생각나 바로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어느 의원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었다. 그는 곧 차남에게 의원을 모셔오게 하고, 자신은 가벼운 수레를 타고 급히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이미 여러 차례 의식을 잃었고, 의원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칼로 베인 듯 비통해 하며 땅을 쳤다. 초조해하고 있을 때 차남이 이 도장이 알려준 의원을 데리고 왔다. 그 의원은 평소 ‘목숨을 재촉하는 귀신(催命鬼)’이라 불릴 정도로 평판이 좋지 않아 다른 가족들은 그에게 치료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 도장을 굳게 믿고 이 의원에게 치료를 맡겼다. 의원이 약을 세 번 쓰자 어머니가 깨어났다.
어머니는 침상 옆에 있는 아들을 보고 말했다.
“얘야, 네가 과연 돌아왔구나. 내가 방금 혼수상태에서 원신(元神)이 몸을 떠났는데, 맨발의 선인이 내게 말했단다. ‘네 아들이 부모를 공경하고 사람이 선량하니 네 수명을 12년 연장해 주겠다. 지금 빨리 돌아가거라.’ 그해서 내 영혼이 돌아왔단다.”
그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이 도장이 진정한 신선임을 알고 내심 감격하여 누관대 방향을 향해 절을 올렸다.
공자가 도연(道緣)을 잃고 이 도장이 시해하다
자질은 평범하지만 도를 말하길 좋아하는 한 공자(公子)가 있었다. 그는 이 도장과 아주 친했다. 어느 날 이 도장이 그를 서재로 불러 책 한 권을 진지하게 읽으라고 했다. 공자는 다 본 후 그 중 두 마디만 기억했다.
“이 마음에 장애가 없다면 어찌 세상 밖에서 봉래를 찾으랴!”
이 도장이 말했다.
“당신은 이 두 마디만 기억하면 족하네.”
그래서 이 도장은 이 책을 거두어 소매 속에 넣었다. 동자(童子)에게 침상을 천장 동쪽 벽 아래로 옮기라고 명했다.
공자가 말했다.
“오늘은 하지라 날씨가 더운데다 저녁이면 해가 동쪽 담벼락 아래로 비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합니까?”
이 도장이 말했다.
“나는 날이 덥지 않아서 해가 비추지 않을까 염려될 뿐이네.”
말을 마치더니 서쪽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입정(入定)에 들어갔다. 입정에 들어가자 진시(辰時)부터 유시(酉時)까지, 다시 말해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다. 공자가 그의 머리를 만져보니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의 몸을 흔들면 마치 뿌리박힌 거목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 옆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이 도장이 침상에서 뛰어내리며 말했다.
“나는 가네. 얄미운 두 놈이 또 오는군.”
공자가 만류하려고 하는데, 이 도장이 평소에 싫어하던 친구 두 명이 들어와 공자의 손을 잡고 가버렸다.
이 도장이 막 집을 나서려 할 때 공자에게 말했다.
“내일 새벽에 이곳에 와서 잠깐 만날 수 있겠나?”
공자는 반드시 부친의 허락을 받아야 외출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날 공자는 아버지의 허락을 받지 못하여 가지 못했다. 공자가 문인을 보내 아뢰자 도장이 말했다.
“이건 정해진 운명이니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세.”
이 도장은 이날 밤 동굴에서 좌화(坐化)했다. 공자가 이 말을 들은 후 자신이 기연(機緣)을 놓친 것을 알고 며칠 동안 안타까워했다. 현지 사람들이 이 도장이 좌화한 소식을 듣고 달려와 제사를 지냈는데, 그 수가 수만 명에 이르렀다.
몇 년 후, 어떤 차관(差官 특정한 임무를 띠고 지방에 파견된 관원)이 사천(四川)에서 돌아와 말하기를, 잔도(棧道)에서 이 도장을 만났는데, 그의 의관이며 모습이 예전과 꼭 같았지만, 걸음이 너무 빨라서 말을 붙이지 못했다고 했다. 이 도장이 좌화한 것은 실제로 죽은 게 아니라 시해(尸解)로 떠난 것이 분명하다.
참고자료: 《지문록(咫聞錄)》권2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74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