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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고풍(悠悠古風): 배도환대(裴度還帶)-띠를 돌려주고 운명이 바뀐 배도

자미(紫微)

【정견망】

“종래로 음즐(陰騭 음덕을 말함)을 하면 복(福)을 받을 수 있으니 생각을 움직임에 모름지기 귀신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즉, 자고로 음덕(陰德)을 쌓고 좋은 일을 하면 늘 복을 보답 받는다는 뜻인데 사람에게 일념(一念)이 생기면 천지사이에서 귀신이 다 알 수 있다. 고대에는 이 이치를 증명하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은데 오늘은 당대(唐代)의 배도가 허리띠를 돌려주고 운명이 개변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당조(唐朝)의 진공(晉公) 배도(裴度)가 결혼하기 전에 집안이 몰락해서 형편이 아주 어려웠다. 어느 날 그는 관상가를 찾아가 자신의 운명을 보았다.

관상가가 말했다.

“선생은 공명(功名)에 관한 일 따위는 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여기 한 구절이 있으니 당신이 꺼리지 않으신다면 내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배도가 말했다.

“나는 길을 잃고 헤매다 비로소 선생님께 물으러 왔는데 꺼릴게 뭐 있겠습니까?”

관상가가 말했다.

“선생님 입가에 종리문(縱理紋 역주: 팔자주름이 입안까지 연결된 것. 관상학에서 반드시 굶어죽을 상으로 본다)이 있으니 수년 내에 반드시 도랑에서 굶어죽으실 겁니다.”

​그는 이 말을 마친 후 상담료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배도는 본래 명(命)을 아는 군자였기에 그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어느 날 배도가 향산사(香山寺)에 놀라갔는데 예불을 드리는 상 위에 금빛이 번쩍이는 물건이 보였다. 가서 확인해 보니 원래 보대(寶帶 보석 장식을 한 허리띠)였다. 배도는 분명 어떤 귀인(貴人)이 이곳에 예불을 드리러 와서 옷을 갈아입다가 깜빡하고 잊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분명히 물건 주인이 찾으러 올 것이다.

이에 허리띠를 처마 밑에 두고는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잠시 후 몹시 당황한 표정의 여인이 곧장 상 앞으로 와서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연신 우는 소리를 하다 바닥에 앉아 통곡했다.

배도가 다가가서 이유를 물었다.

“낭자 왜 이렇게 우는 겁니까?”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제 아버님이 모함에 빠져 감옥에 계시는데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었습니다. 전에 이곳에 와서 부처님께 보우해주십사 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아버님이 벌이 감경되어 재물로 속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집이 가난해서 돈을 마련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여러 부귀한 집들을 찾아다니며 부탁드렸는데 마침내 어제 어느 귀인이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이 보대를 빌려주셨습니다. 저는 부처님께서 도와주신 것임을 알기에 오늘 보대를 가져와 부처님께 감사를 드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부친을 속죄하려는 마음이 너무 간절한 나머지 그만 떠나기 전에 이 띠를 가져가는 걸 잊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생각이 나서 급히 달려와 봤는데 띠가 이미 보이지 않습니다. 이 띠가 없으면 아버님은 정말 언제 감옥에서 나오실지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 또 울기 시작했다.

배도가 띠를 가져다가 그녀에게 주면서 말했다.

“아가씨 슬퍼하지 마세요. 띠는 내가 주워서 줄곧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지금 띠를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몹시 감격해 배도의 성명을 묻고는 나중에 꼭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배도는 남이 잃어버린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이치상 당연한 일이라 여겨 성명을 알려주지 않고 떠났다.

며칠 후 배도는 또 우연히 그 관상가를 만났다. 관상가가 그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최근에 무슨 좋은 일을 하셨는지 물었다. 배도가 그런 일이 없다고 하자 관상가가 말했다.

“오늘 선생의 관상은 예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당신이 음덕문(陰德紋 역주: 보통 눈 밑에 가로로 난 잔주름을 말한다)이 크게 드러난 것을 보니 나중에 반드시 극히 높은 지위에 올라 복과 수명이 완전하실 겁니다!”

배도는 당시 관상가의 말을 그저 농담으로 여겼다.

나중에 배도는 정말 출장입상(出將入相 나가면 장수 들어오면 재상이란 뜻)해서 네 분의 황제를 모셨고 또 진국공(晉國公)에 봉해졌을 뿐만 아니라 장수를 누렸다.

​[음즐(陰騭)은 음덕을 말하는데 드러내지 않고 남몰래 좋은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례에서 만약 배도가 띠를 돌려주면서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감사 인사를 받았다면 음덕이 아니라 양덕(陽德)이 되었을 것이다. 음덕이란 이렇게 아무런 집착이나 관념을 품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덕을 쌓는 것을 말한다.]

자료출처 : 풍몽룡의 《경세항언(警世恆言)》

 

원문위치: https://zhengjian.org/node/61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