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능오(淩悟)
【정견망】
(21)
흑수하(黑水河)의 요괴는 악어로 서해 용왕 오순(敖順)의 외조카로 아홉째다. 일찍이 당 태종의 꿈에 나타나 자비를 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위징(魏徵)에게 목이 잘린 경하(涇河)용왕이 바로 그의 아버지다. 바로 이런 인과 때문에 오순의 원래 뜻은 악어가 흑수하(黑水河)에서 양성(養性)수진(修真)하고 나중에 명성을 얻어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고질적인 악습을 바꾸지 않고 흑수하의 하신부(河神府 하신의 저택)를 함락시켰고, 또 당승과 팔계를 납치해 당승의 고기를 먹으려 했다. 나중에 손오공은 서해 용왕을 찾아가니 용왕이 태자를 파견해 사촌 동생을 제압하게 한다.
이것은 대의멸친(大義滅親)으로 백성을 위해 해악을 제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분석해 보자면 흑수하와 서해(西海)는 모두 생명의 근원을 체현한다. 하지만 흑수하의 업(業)은 사람의 본질에 근본적인 변이가 발생해 소위 마음이 흑심(黑心)으로 변한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곳의 요괴는 본성(本性)이 사라졌고 또한 수련의 일을 교란한 것이다. 다행히 그와 생명의 본원이 같은 서해 태자의 일깨움하에 바야흐로 이 난(難)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당승과 팔계는 이 때문에 새롭게 해탈해 심성이 순진하고 심지(心地)가 깨끗해졌으며 몸이 제비처럼 가뿐해졌다. 당승 일행은 흑수 하신(河神)의 도움하에 평지를 건너듯 흑수하를 건너니 또 하나의 난관을 넘겼다.
당승 사도가 거지국(車遲國) 도성 밖에 도착했을 때, 손오공은 두 개의 큰 관(關) 사이 좁은 길에서 나무, 흙, 돌이 가득 찬 수레를 끊임없이 운반하는 500명의 승려들을 보았다. 여기서 손오공은 순찰하던 두 요사한 도사를 때려죽였다. 그 “수레는 이 몸이 두 관으로 몰고 나가 좁은 길로 빼내 부숴버렸고” 500명의 승려들을 다 풀어주었다. 이것은 사실 연공 중에서 묘유주천(卯酉周天)을 묘사한 것으로 다시 말해 하차(河車) 운행의 방법을 보여준 것이다. 오공은 일맥(一脈)이 백맥(百脈)을 열어 신체가 맥이 없고 혈이 없는 경지에 도달하게 하려던 것이다. 신체가 유백체(乳白體) 즉 정백체(淨白體) 상태에 도달하게 했다. 이 회(回)의 의미는 당승 사도가 이 관난(關難)을 넘어 바로 출세간법(出世間法) 수련 즉 불체(佛體)수련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다시 오백 승려를 말하자면 원래 2천 명이 넘는 승려들이 있었다. 다만 고초를 견디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 육칠백 명이고 또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람이 칠팔백 명이다. 이 오백은 호법신의 보호가 있어서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었는데 그들은 오로지 손오공이 와서 자신들의 재난과 박해를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려왔다. 진수자(真修者)는 근기가 있는 것으로 신불(神佛)의 보우가 있음을 설명한다.
그들 일행이 다시 거지국에 이르러 왕을 알현하고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문첩을 교환하려 했다. 그러나 호력(虎力) 대선, 녹력(鹿力) 대선, 양력(羊力) 대선이 가짜 도사로 변해 기어코 손오공과 내기를 벌인다. 여기에는 비 내리게 하기, 운제현성(雲梯顯聖 상 오십 개를 쌓아 만든 높은 곳에 올라가 좌선하기), 격판시매(隔板猜枚 판자를 사이에 두고 물건을 알아 맞추기), 살아있는 사람을 변신하는 것 등이 있었다.
또 “머리를 베고 배를 가르며 부글부글 끊는 기름 가마에 들어가 목욕하기”도 있었다. 전부 소능소술(小能小術)이고 방문사도(傍門邪道)였다. 다행히 오공이 신통(神通)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신공(神功)을 운용해 요사한 술법들을 모두 깨뜨리고 없애버린다. 오공 형제 3인이 삼청관(三淸觀)에서 신상(神像)을 부수고 변신해 요사한 도사들을 희롱한 것은 불도신(佛道神)의 상일지라도 일부 바르지 못한 요괴들에 의해 난잡해지면 사마(邪魔)가 달라붙어 영광(靈光)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 일방(一方)에 재앙을 끼치고 독소가 만연하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손오공은 또 국왕에게 이렇게 권고한다.
“부디 당신도 승려를 공경하고 또 도(道)를 공경하고 또한 인재를 양성해서 당신의 나라가 영원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수련인에 대해 말하자면 제46회 마지막 시가 그 연유를 더 잘 설명해준다.
“사람 되기 어렵다더니 정말 어렵구나
진정한 전수를 얻지 못하면 연단(煉丹)하지 말라
헛되이 귀신 쫓는 주문과 물을 부리는 술법을 가져도
수명을 늘리고 목숨을 지켜주는 약은 얻지 못하네
지혜가 흐려졌는데 어찌 열반에 들 수 있겠는가?
헛되이 마음 써 생명이 위태로워졌구나.
이렇게 쉽게 꺾일 줄 진작 알았더라면
무엇 하러 음식을 가리고 산에 은거했는가?”
人身難得果然難,不遇真傳莫煉丹。
空有驅神咒水術,卻無延壽保生丸。
圓明混,怎涅槃?徒用心機命不安。
早覺這般輕折挫,何如秘食穩居山?
(22)
통천하(通天下)에 와서 진가장(陳家莊)에 도착했을 때 당승 일행은 이미 5만 4천 리를 왔다. 7~8년 만에 정확히 절반의 길을 걸은 것이다. 통천하는 “건너자면 800리 자고로 건넌 사람이 드물다[徑過八百裏,亙古少人行]”
금붕어 정령이 요괴로 변신해 자라의 자리를 차지해 이곳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영감대왕묘(靈感大王廟)를 만들어 매년 각 장원과 집집마다 동남동녀(童男童女)를 한 명씩 제물로 바치게 했다. 당승 일행은 진가장에 머물며 진징(陳澄) 진청(陳淸) 두 노인이 올해 두 자녀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에서 당승이 만나는 요마귀괴(妖魔鬼怪)들은 대부분 당승의 고기를 먹고 싶어 했는데, 이 금붕어 정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것이 동남동녀를 잡아먹으려다 손오공과 저팔계에게 맞아 강으로 돌아간 후, 찬 바람을 불게 하고 폭설을 내려 통천강을 얼어붙게 만든다.
빨리 길을 떠나고자 하는 당승의 조급한 마음을 유혹해 함정에 빠뜨리려 한 것이다. 진(陳) 노인은 거듭 만류하며 이곳에서 조용히 자연을 감상하라고 했다. 즉 그들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지 말라는 점화와 암시를 준 것이다. 그러나 고집쟁이 당승은 이 충고를 따르지 않고 자기주장을 고집하다 결국 함정에 빠지고 금붕어 정령에게 사로잡혀 돌 상자에 갇혀 생명이 위태롭게 된다.
바로 통천하의 강이 막 얼어 사람들이 걸어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얼음 위를 오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당승이 어리둥절해 하며 그 이유를 묻자 진 노인이 말했다.
“강 건너편에는 서량녀국(西梁女國)인데 이 사람들은 모두 장사를 합니다. 여기서 100냥짜리 물건이 저쪽에선 1만 냥이 되고 저기서 백 냥짜리 물건이 여기선 만 냥짜리가 됩니다. 이익은 많고 밑천이 적게 들어가니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가는 것이지요. 평년에는 배 하나에 예닐곱 명 혹은 열 명 넘게 타고 강을 건넙니다. 지금 강이 얼어 붙었으니 목숨을 걸고 가는 것입니다.”
삼장이 말했다.
“세상에선 그저 명예와 이익이 가장 중요하죠. 저들은 이익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지만 우리가 명(命)을 받들어 충성하는 것도 오로지 명예를 위한 것이니 저들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습니까!”
세상에서 집착하는 명예와 이익은 수련인에게 있어서 사관(死關)이며, 누구나 다 거쳐야 한다. 마침 당승이 만난 이렇게 추운 날씨와 마찬가지로 모두 한 차례 엄격한 고험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너무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공을 들여 세심하게 해야 한다. 심성이 정말로 고요해지고차분해 져야 한다. 두 노인의 이름에 징청(澄淸)이 들어가는 것은 바로 도달할 경계와 심리의 진실이다.
사실 통천하(通天下)란 의미는 하늘과 통할 수 있다는 뜻으로 즉 반본귀진(返本歸真)이자 자신의 선천(先天) 존재가 있던 층차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역시 당승 사도가 수련한 공기둥이 이미 삼계를 돌파했음을 의미하는데 금붕어 요정의 손에 들린 구판동추(九瓣銅錘 9개의 꽃받침이 장식된 구리 망치)는 바로 아직 피지 않은 연꽃봉우리로 이미 삼화취정(三花聚頂)에 도달했음을 표명한다. 수련의 경계는 본질의 제고와 비약이다. 이 회에 손오공은 관음보살을 찾아가 물고기 바구니로 금붕어 정령을 회수한다. 이것은 또 한 차례 수련의 길에서 신사신법(信師信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3)
당승 사도 네 사람이 통천하를 건너 취경(取經)의 길을 가는데 이미 절반의 공과(功果)를 얻었다. 하지만 더욱 느슨해져서는 안 되는데 최후로 갈수록 더 정진해야 한다. 손오공이 당승을 위해 동냥하러 나가기 전에 사람과 말 및 짐을 두고 금고봉으로 원을 하나 그리고 모두 원안에 들어가게 한다.
“이 원은 강하기가 청동 담장이나 철벽과도 같아서 무슨 호랑이나 표범 이리 파충류나 요괴 귀신도 감히 다가올 수 없습니다.”
오공이 거듭 당부했지만 당승은 팔계의 선동에 넘어가 나중에 원 밖으로 걸어 나갔고 실수로 요마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사승까지 셋이 함께 붙잡힌다. 여기서 볼 수 있다시피 손오공의 여의한 신통(神通)이 크게 제고되어 땅에 그림을 그려 감옥으로 만들어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완전히 그들 일행을 하나의 정체로서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팔계는 당승이 이에 대해 반신반의하거나 의심하게 만들어 자기 수련의 길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은 다 자신의 그런 좋지 못한 심념(心念)이 촉성한 것이다. 당승 일행이 손오공이 그린 원을 걸어 나와 요마가 변화시킨 누각에 이르렀을 때 팔계가 들어가서 가 솜 ‘조끼’ 세 개를 가져왔다. 이때 당승은 아주 똑똑히 알았고 마음이 아주 발라서 “안 된다 안 돼. 계율에 이르기를 공공연히 가져오건 몰래 가져오건 모두 도둑질이다.”라고 말하며 팔계더러 작은 이익을 위해 도둑질을 하지 말고 빨리 원래 있던 곳에 가져다 놓으라고 명령했다.
이때 팔계는 자신이 잘못을 저지름을 뻔히 알면서도 집착심이 일어나 기어이 억지를 부리며 이렇게 주장한다.
“시험 삼아 한번 입어보고 형님이 돌아오면 벗어서 돌려주고 길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작은 이익에 대한 탐욕심 때문에 정(情)이 미혹에 빠지자 사승마저도 본성이 흐려져서 역시 한번 입어본다. 이리하여 금시동(金兕洞)의 독각시(獨角兕)대왕에게 잡혀간다.
오공은 어쩔 수 없이 요마와 한 차례 대결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그 요정의 손에 들인 번쩍번쩍 빛나는 흰 고리[白森森的一個圈子]는 위력이 대단해서 그의 여의봉은 물론이고 셋째 태자 나타의 여섯 가지 무기, 화덕성군(火德星君)의 신구(神具 신이 사용하는 도구) 세트, 여래불이 파견한 십팔나한의 금단사(金丹砂)까지 연속으로 거둬갔다.
수(水)와 화(火)는 아무 효력이 없었고 또 이 요정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결국 오공은 어쩔 수 없이 영산(靈山)에 올라가 여래를 뵙는다. 여래는 그에게 이 요괴의 진정한 주인이 태상노군임을 넌지시 알려준다. 청우(靑牛)를 지키던 동자가 몰래 금단을 훔쳐 먹고 7일 동안 졸았기 때문에 노군의 소가 그의 금강탁(金剛琢)을 훔쳐 속세에 내려와 일방(一方)을 해친 것이다. 이것은 또한 수련인의 일사일념을 마땅히 모두 바로잡아야 하며 작은 것 때문에 큰것을 잃어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또 수련의 길에 작은 일이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증(印證)한다.
(계속)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56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