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제자
【정견망】
《서유기》에서 오공은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한데 심지어 당승(唐僧)이 천국에서 한 일도 알고 있다. 《서유기》는 또 한 가지 미혹을 타파하는데 바로 신(神) 역시 천상에서 죄를 지으면 인간 세상에 와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 당승 사도 4인(또 백룡마도 있음)이 인간 세상에 떨어져 내려온 이유일 것이다.
1. 병이 중해진 당승이 유서를 남기다
그날 사부가 겨우 일어나 말했다.
“오공아! 요 며칠 병으로 앓다보니 네게 물어보지 못했구나. 우리가 구해준 여보살한테 누가 밥이라도 갖다주었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걸 알아서 뭐하시게요. 사부님 병이나 신경 쓰세요.”
삼장이 말했다.
“그래 그렇구나. 나 좀 부축해주고 종이와 붓을 가려다 주렴, 먹은 절에서 빌려오너라.”
행자가 말했다.
“뭐하시려고요?”
장로가 말했다.
“내가 편지를 한 통 써줄테니 통행증명서와 한데 봉해 장안으로 가져가 태종 황제를 뵙도록 해라.”
[역주: 엄밀히 말하면 이때는 당 태종이 살아 생전이라 묘호가 있을 리 없고 당연히 황상이나 그냥 상(上)이라 칭해야 한다.]
행자가 말했다.
“그건 쉽지요, 이 노손(老孫)이 다른 일은 몰라도 편지를 전하는 일은 인간 세상에서 제일이니까요.”
2. 오공이 미혹을 깨고 인과를 말하다
팔계가 나서며 말했다.
“사형, 사부님께서 아니라고 하시는데 형님이 괜찮다고 우기면 정말 난처하잖아요. 우리 늦기 전에 잘 상의해서 먼저 말을 팔고 봇짐은 전당포에 맡기고 관을 사서 사부님을 화장해 드립시다.”
행자가 말했다.
“멍청한 녀석이 헛소리를 하는구나! 네가 몰라서 그래, 우리 사부님은 여래 부처님의 두 번째 도제로 원래 금선장로(金蟬長老)로 불리셨단다. 다만 불법(佛法)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마땅히 이번 큰 난을 겪으셔야 했단다.”
팔계가 말했다.
“형님 사부님께서 기왕에 불법을 소홀히 하셨다 해도 시비(是非)와 구설(口舌)이 난무하는 동토로 쫓겨나 사람 몸을 얻으셨고 서천에 가서 부처님을 뵙고 경을 구하고자 발원한 후 요정들의 곤란을 당하고 마두(魔頭)들에게 매달리는 고초를 당하셨소. 수많은 고초를 겪으셨는데 그 정도면 됐지 어찌하여 또 병을 앓게 하신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네가 어찌 알겠느냐? 사부님께서는 일찍이 부처님 설법을 듣지 않고 졸다가 실수로 왼쪽 발로 쌀알을 하나 밟으셨단다. 그 일로 하계(下界)에 오셔서 사흘 동안 병을 앓게 되신 거란다.”
팔계가 놀라서 말했다.
“그럼 나처럼 사방에 음식을 흘리면서 먹는 놈은 대체 몇 년이나 병을 앓아야 한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동생아! 부처님은 너 같은 중생은 신경 쓰지 않으신단다. ”
3.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고 신불(神佛)도 예외가 아니다
당승은 일찍이 한 알의 쌀을 낭비했기 때문에 인간 세상에서 한 차례 큰 병을 앓아야 했다. 그럼, 사람이 식량을 낭비하면 또 어떤 징벌을 받겠는가? 생명이 무엇을 했든 모두 다 갚아야 하는데 당승도 그렇고 오공도 그러하며 팔계와 사승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천상에서 잘못을 저질러 인간 세상에 속죄하러 온 것이다.
신(神)이 잘못을 저질러 인간 세상에 떨어져 내려온다면 사람이 죄를 지으면 어떻게 되는가? 사실 우리가 다 알다시피 지옥에 가서 갚아야 한다. 지금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르는가? 그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
주: 이상의 내용은 《서유기》 제81회에서 인용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49536
